출처= 두산
 두산그룹 박정원 회장. 출처= 두산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두산그룹(이하 두산)이 두산인프라코어의 인수 우선협상 대상자로 현대중공업을 선정하면서 사실상 올해 계획한 경영정상화의 마지막 퍼즐을 맞췄다.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으로 유입되는 현금은 두산중공업이 채권단으로부터 차입한 금액을 상환하는데 즉시 활용될 수 있기에 의미가 크다. 기업들의 대외적 여건들이 원활하지 않음에도 두산은 약속한 상환 기간을 지키며 매우 모범적인 경영 정상화의 사례를 잘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약속의 ‘1조원’ 

두산 박정원 회장은 채권단에서 3조원을 지원받을 당시 “올해 안으로 최소 1조원을 상환하겠다”라고 공표했다. 이후 두산은 지주회사인 ㈜두산과 두산중공업이 보유한 각자의 자원을 활용함과 동시에 고위급 임원들의 연봉을 삭감하는 등으로 강도 높은 경영정상화를 진행해왔다. 

㈜두산은 벤처캐피탈 자회사 네오플럭스의 지분 96.77%(신한금융지주), 두산솔루스 지분 52.93%(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 두산 모트롤사업부(소시어스·웰투시 컨소시엄) 그리고 서울 동대문 두산타워(마스턴투자운용)에 매각했다. 이를 통해 ㈜두산은 약 2조246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이렇게 ㈜두산이 확보한 현금은 지난 9월 약 1조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한 두산중공업의 투자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지원됐다. 이 유상증자에 대한 청약은 최근 성공적으로 마무리됐고 ㈜두산은 두산중공업에 최대 2조원의 자본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두산중공업은 그룹의 진두지휘 아래 나름대로의 경영정상화를 추구했다. 지난 8월 자사 소유의 골프장 클럽모우CC를 하나금융·모아미래도 컨소시엄에 매각함으로 두산중공업은 자체적 경영정상화를 시작했다. 클럽모우CC 매각액 1850억원 중 약 1200억원을 채권단 차입금 상환에 활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두산중공업은 지난 10일 자회사인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의 우선 협상대상자로 현대중공업지주-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을 선정했다.

출처= 두산인프라코어
출처= 두산인프라코어

건설장비·기계 기업인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에는 현대중공업, GS건설, 유진그룹 그리고 다수의 사모펀드들이 참여했고, 한동안 각축전을 벌였다. 최종 단계에서는 현대중공업과 유진그룹 등 2개 기업이 경쟁했고 높은 입찰 금액을 제시한 현대중공업이 우선 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현대중공업은 8000억원 이상의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8000억원에서 9000억원 사이로 알려진 매각 조건을 고려하면 두산중공업은 최대 7000억원을 상환할 수 있는 추가 자본을 확보하게 된다. 두산중공업 자체로만 약 8200억원을 확보한 것이다.

강한 의지가 이끈 성과      

일련의 자산 정리로 두산은 채권단이 두산중공업 앞으로 지원한 3조원 중 올해 안으로 상환하기로 약속한 1조원을 크게 웃도는 현금자원을 확보했다. 두산은 올해 안으로 확실하게 마무리되는 매각의 여러 조건들을 고려해 채권단에 상환할 액수를 결정할 예정이다.  

두산의 경영정상화는 대부분의 협상이 매우 순조롭게 진행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더구나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전 세계 기업계의 상황이 여의치 않음에도 ㈜두산이나 두산중공업 측이 대부분의 협상에서 크게 손해를 보는 조건이 없었다는 점 역시 긍정적이다. 재계에서는 “박정원 회장을 포함한 두산의 고위 경영진들이 회사를 빠른 기간에 정상화시키겠다는 강한 의지가 투자업계에도 충분히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라는 등의 평가가 나오고 있다.

경영정상화를 선언한 첫 해 두산의 출발은 매우 순조로웠다. 물론, 이것만으로는 ‘정상화’를 이뤘다고 말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 보유자산 매각이나 유상증자를 통한 자본 확보, 그를 활용한 정상화는 어디까지나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채권단에 상환하는 것과 별도로, 두산이 장기적으로 해결해야 할 부채는 약 10조원 규모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두산은 매각이 아닌 각 사업의 자체적 경쟁력을 통한 수익성 개선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 

그러나 분명 두산은 재계와 투자자들의 우려가 무색할 정도로 빠르게 경영 정상화의 계획을 실행시키고 있다.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