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중국이 디지털 위안화 실험에 본격적인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법정 디지털 화폐(CBDC) 도입에 의욕을 보이며 선전에 이어 쑤저우에서도 대규모 공개 테스트에 나서고 있다.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디지털 위안화 실험을 단행하는 것은 크게 세 가지 포석이 깔려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바로 통화패권과 캐시리스 시대의 야망, 그리고 빅브라더의 현실화다.

출처=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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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만위안 대실험
7일 신화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쑤저우시는 최근 공고를 통해 인민은행과 손잡고 10만명의 시민에게 200위안(3만3000원), 총 2000만위안(약 33억원)의 디지털 위안화를 나눠준다. 쑤저우에 거주하고 시민은 누구나 신청할 수 있으며 11일 추첨 결과가 발표되어 당첨된 시민들은 27일까지 1만개 지정 사업장에서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할 수 있다.

중국 정부에 '미운털'이 박힌 마윈의 알리바바가 아닌 2위 현지 이커머스 업체인 징둥이 참여하며,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에서도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다. 심지어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곳에서도 디지털 위안화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이에 앞서 중국 선전은 5만명의 시민들에게 200위안에 해당되는 디지털 위안화를 나눠준 바 있다. 중국 정부는 수 년 전부터 다양한 지역에서 디지털 위안화 실험을 거듭한 후 최근 공개적인 대규모 실험에 나서며 디지털 위안화의 '생존력'을 측정한다는 각오다. 여세를 몰아 세계에서 처음으로 법정 디지털 화폐를 정식으로 사용하는 나라가 되겠다는 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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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패권
업계에서는 중국의 대규모 디지털 위안화 실험을 두고 '달러 중심의 기축통화 지위를 노리려는 포석'으로 해석한다.

중국이 시범가동에 들어간 디지털 위안화는 방식에 있어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와 비슷해 보이지만 그 지위는 전혀 다르다. 민간이 제도권의 밖에서 임의로 시장의 원리에 따라 가격을 책정하는 비트코인과 달리 디지털 위안화는 국가가 가치를 보장하기 때문이다. 리브라에서 디엠으로 이름을 바꾼 페이스북이 차용한 스테이블코인의 극단적인 형태로 볼 수 있다.

탈중앙화의 블록체인이 아닌 인민은행과 정부가 핵심인 중앙집중형 디지털 통화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결국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는 중앙은행의 탐욕을 경계하기 위해 만들어진 대항마인 암호화폐와 달리, 정부가 직접 통화의 가치를 디지털 자산으로 치환한 것이다.

그런 이유로 중국 정부가 만약 디지털 위안화의 성공적인 유통에 성공할 경우, 열리는 디지털 자산 시대에 강력한 패권을 장악할 수 있게될 전망이다. 이는 커져가는 중국 ICT 생태계와 함께 민간이 생각하지 못한 과감한 디앱 생태계와의 연결로도 이어질 소지가 있다.

디지털 통화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가운데 중국은 다른 나라보다 한 발 앞서 이를 정조준하며, 앞으로 열릴 '디지털 자산' 시대의 기축통화로 위안화를 키우겠다는 야망을 보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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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시리스
중국 정부의 실험이 의미있는 이유는 캐시리스 시대의 도래와도 관련이 있다. 비단 비트코인 등 민간의 암호화폐가 아니더라도 정부가 보증하는 디지털 자산이 성공할 경우 자연스럽게 캐시리스(현금이 없는) 시대가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무대는 이미 준비된 상태다. 이미 각 국 정부는 캐시리스 시대를 대비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몇몇 지자체들이 지역화폐를 바탕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는 중이다.

최근 코로나19로 각 국의 경제가 휘청이는 가운데 디지털 통화에 바탕을 둔 지역화폐가 대거 풀리며 양적완화의 중요한 도구로 부상하는 중이다. 비록 대부분의 한국 지역화폐들은 블록체인에 기반을 두고 있으나, 중국의 실험은 정부가 나선다는 점에서 '실패에 대한 충격'은 상대적으로 낮다는 말이 나온다.

무엇보다 중국은 결제 인프라에 있어 퀀텀점프를 이미 경험한 바 있다. 일반적인 화폐경제에서 신용카드 시대를 거치지 않고 바로 QR코드로 대표되는 핀테크 시대에 진입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출처=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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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브라더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 실험에 '빛'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그림자'도 있다.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 등은 민간이 주도하는 새로운 질서를 표방한다. 여기에도 많은 문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탈 중앙화를 바탕으로 기존 금융체제의 '어둡고 음울한 구석'을 걷어낸다는 의지는 새롭게 평가받을만 하다.

중국의 디지털 위안화는 정반대에 위치해 있다. 정부 주도의 디지털 위안화는 중앙 집중형 체제의 연장이자 기존 체제의 연장이며, 나아가 시민을 옥죄는 강력한 빅브라더의 존재감을 확보할 공산이 크다. 이번 중국 쑤저우의 실험에서 오프라인 상태에서의 거래까지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돈의 흐름을 완벽하게 잡아내어 이를 국가의 시스템에 100% 잡아 넣겠다는 의지며, 이는 그 자체로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비록 부작용이 만만치 않지만 민간 주도의 새로운 블록체인 실험들이 무위로 끝날 소지도 있다. 제도권의 반격에 지친 페이스북이 리브라의 명칭을 디엠으로 바꾸면서 자사 플랫폼의 새로운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는 상황에서 이는 호불호가 갈리지만 분명 '의미있는 행보'라 볼 수 있는 점도 여럿 있다. 그러나 국가 주도의 중앙집중형 디지털 통화가 활성화될경우 이와 비슷한 측면에 있어 민간에서의 혁신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