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가게에서 진심을 배우다> 김윤정 지음, 다산북스 펴냄.

고기리막국수는 이름만큼이나 특별해 보인다. 외진 마을의 작은 가게인데 하루 1000그릇이 팔리며, 문을 연 지 8년 만에 매출 30억 원을 달성했다고 한다. 막국수는 평소 먹던 막국수와는 다르게 정갈한 모습으로 그릇에 담겨져 나온다. 식당의 실내 인테리어도 기품이 있다. 주인과 직원의 복장도 단정하고 표정도 밝다. 소란스런 분위기 속에서 대충 먹고 나가줘야 하는 흔한 막국수 집 분위기과는 천양지차다. 그렇다고 하여 가격이 수 만원씩 하는 것도 아니다. 8000 원이다.

이 책은 이 맛집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저자는 고기리막국수 김윤정 대표다. 그는 과거 이자카야를 운영하다가 크게 실패한 뒤 재기를 위해 창업 관련 책을 읽으며 조언을 구한 적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책은 추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성공으로 이끄는 비법 같은 것은 없었다. 절박하던 시기, 저자가 얻은 답은 “진심을 다하고 기본을 지키면 손님들도 마음을 열어준다”는 것이었다.

‘고기리막국수’는 용인의 외진 산골짜기 고기리에서 테이블 여덟 개의 작은 식당으로 시작했다. 입지가 불리했지만 ‘진심 경영’은 통했다. 국숫집은 손님 한 분 한 분을 기억하고, 감사의 마음을 적극 표현한다. 손님의 입장을 먼저 생각하며 정교하게 배려한다.

국숫집은 매주 화요일 문을 닫는다. 전직원이 매일 정해진 시간에 야근 없이 칼퇴근한다. 손님들손부터 직원들이 친절하다는 평가를 듣는 비결이다. 맛, 위생, 편의성 등 기본적 서비스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은 물론이다.

단체 예약을 받지도 않는다. 단체 손님은 단번에 매출을 올려 주고 음식도 미리 예상해 준비해둘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대부분 식당이 노쇼(No-Show)가 아니라면 단체 예약을 마다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고기리막국수의 생각은 전혀 다르다. 단체 한 팀으로 자리가 가득 차버리면 소규모 손님은 불편한 점이 많아진다. 단체 모임은 흥이 넘쳐 소란스러워 질 수 있다. 직원이 개별 손님을 제대로 접대하기도 힘들어 진다. 개별 손님으로서는 조용히 음식 맛을 보기도 어렵다.

‘진심 경영’의 결과로 막국수 한 그릇을 먹기 위해 멀리서도 손님들이 찾아온다. 한번 온 손님들은 단골이 되어 다시 찾는다. 많은 손님이 자발적으로 홍보에 나서준다. 태풍이 왔을 때 국숫집의 대기 시간을 SNS에 공유하며 통신원을 자처한다.

책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을 소개한다.

“아기막국수 메뉴는 아이를 데리고 국수를 먹으러 온 엄마의 마음에서 나왔습니다. 저도 아이들과 함께 비빔국수를 먹을 때는 매운 양념을 한쪽으로 밀어내고, 양념이 묻은 부분을 물로 헹궈야 했습니다. 아이가 먹을 양만큼 덜어야 할 때는 면이 끊어지지 않고 줄줄 딸려오는 바람에 난감하기도 했지요.”

“음식을 구상하고 어떻게 조리할지 반복해서 머릿속에 다 넣은 뒤에는, 손끝에서 이런 것들이 묻어나야 합니다. 재료를 대하는 태도, 집중하는 마음, 손님에 대한 존중 말이지요.”

“막 만든 음식을 싸게 팔기는 쉽습니다. 정성을 다한 음식을 비싸게 파는 것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고기리막국수는 막 만들지 않은 음식을 비싸게 팔지 않음으로써 손님에게 좋은 기분을 안게 드리고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