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전현수 기자] 컴투스(078340)의 히트작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가 약 4년만에 중국의 외자 판호(영업허가권)를 받은 사례가 됐다. 이에 판호를 기다리고 있는 국내 업계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지난 2일 신규 외산 판호 목록을 공개했다. 여기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현지명: 魔灵召唤)가 이름을 올렸다. 판호란 중국 현지에서 유료 서비스를 하기 위해 필요한 영업허가권이다. 자국 게임에 대한 판호를 내자판호, 외국산 게임에 대해서는 외자판호라고 부른다.

중국은 지난 2017년 3월 사드 배치로 한한령 분위기가 고조되며 그동안 한국산 게임에 외자 판호를 한 건도 발급하지 않았다. 이번 서머너즈 워의 외자 판호는 3년9개월만에 재발급된 한국산 게임에 대한 판호라는 점에서 큰 의미로 다가오고 있다.


왜 서머너즈 워 일까?


한국산 판호 재개의 첫 번째 주자로 서머너즈 워가 선택된 점에 시선이 모인다. 서머너즈 워는 중국이 한한령을 해제한다는 ‘강력한 신호’라고 보기엔 다소 애매하다는 해석도 나오기 때문이다.

서머너즈 워는 지난 2014년 출시된 게임으로 서비스 6년이 넘은 모바일 게임이다. 서머너즈 워는 모바일 게임이 판호 발급 대상이 아니었던 2015년 1월 중국 모바일 마켓 바이두와 360을 통해 안드로이드 시장에 출시된 바 있다. 이후 2016년 9월경 중국 정부가 모바일 게임에도 판호 발급을 의무화하며 컴투스는 같은해 말 서머너즈 워의 판호를 신청했다. 이때 신청한 판호가 약 4년만에 허가된 것이다.

서머너즈 워 이미지. 출처=컴투스
서머너즈 워 이미지. 출처=컴투스

서머너즈 워는 이미 중국 내 인지도를 갖춘 게임이다. 실제로 컴투스가 매년 개최하는 글로벌 e스포츠 대회 SWC(서머너즈 워 월드 챔피언십)에서 중국 선수들은 우승을 차지하는 등 높은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판호 발급을 기다리고 있는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국내 대형 개발사들의 게임 대신 중소 개발사의 오래된 히트작에 판호를 지급했다는 점에서 중국 정부가 한국과의 외교에서 ‘간보기’를 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오랜 기간 닫은 문을 살짝 열어주며 향후 행보를 지켜보기 위한 포석이라는 것이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중국은 전통적인 한미일 동맹이 강화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따라서 어떻게든 한국을 한미일 동맹에서 분리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이미 4년이나 지난 사드 보복을 철회하고 한국과 중국의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게임 판호는 실제적 효과는 작으면서 한국을 배려했다는 명분을 챙길 수 있는 적적한 카드”라고 말했다.


틈 생겼다…한국 게임 中 수출 기대감 쑥쑥


그럼에도 이번 서머너즈 워 외자 판호 발급은 국내 게임 업계에 큰 기대감과 의미를 주고 있다. 특히 지난달 25일부터 27일까지 왕이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한국에 방문한 직후의 일이라 본격적으로 한한령이 해제되고 중국 수출 문이 열릴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감이 크다. 코로나19로 지연되고 있는 시진핑 주석의 방한 가능성도 향후 열려있다.

국내 대형 게임사부터 중소 게임사들이 중국 판호 신청을 하고 허가를 기다리고 있다. 펄어비스 ‘검은사막’, 넷마블 ‘리니지2 레볼루션’ 엔씨소프트 ‘리니지 레드나이츠’ 등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 게임은 이르면 2016년 말부터 2017년 사이 판호를 신청한 것으로 파악된다. 한국이 개발력을 가지고 있는 MMORPG는 중국에서도 인기 장르인 만큼 시장 진출시 기대되는 수익 수준도 높다. 중국 게임 웹진 17173에 따르면 중국 이용자 기대 게임 순위에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PC와 모바일은 각각 3위, 2위에 올라있다. 이는 국내 게임 중 가장 높은 순위다.

위정현 학회장은 “서머너즈 워 판호 발급은 하나의 구멍을 뚫은 것”이라면서 “이를 키우는 것은 우리의 역할이다. 여기서 멈추면 다시 막히게 된다. 산업계는 판호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야 한다. 개별기업이 나설 필요도 없고 표면적으로 활동할 필요도 없지만 눈에 보이지 않게 집단적으로 강력하게 노력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증권가에서도 판호 발급 재개를 큰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KTB투자증권은 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향후 국내 게임사 주요 게임에 대한 판호 부여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에서 게임 업종 전반에 대한 매우 긍정적 시그널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가장 보수적인 게임내 규제를 완화시켰다는 관점에서 한중과 관련된 국내 내수 산업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분석했다.

키움증권은 “사드사태 이후 첫 국내업체 개발 게임의 판호 발급이며 향후 국내업체들의 판호 발급 가능성이 열렸다고 평가된다”면서 “이는 판호를 대기 중인 국내 게임 업체들에게 호재이며 게임섹터 전반적인 Re-rating이 단기적으로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평했다.

그러나 판호 규제가 전면 철폐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지속적인 노력을 이어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중국은 과거의 10분의 1 수준의 판호를 발급하고 있다. 소수의 제한된 외자판호를 둘러싸고 각국이 서로 쟁탈전을 벌일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따라서 대기중인 한국 게임 판호가 줄줄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순진한 것”이라면서도 “중국은 한 개의 판호를 허가해 주었기 때문에 규제에 대한 명분을 잃었다. 향후 한국은 추가적인 판호 발급에 대한 지속적인 압력을 가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