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 출처=pixabay
미국 달러화. 출처=pixabay

[이코노믹리뷰=황대영 기자] 원·달러환율이 미국 추가 경기부양책 기대감에 급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특히 약(弱)달러로 촉발된 원·달러환율 추세는 외환당국의 개입 시그널에도 불구하고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일 하나은행에 따르면 원·달러환율은 13시 기준 전일 대비 7.20원(0.65%) 내린 1101.30원에 거래되고 있다. 장중 1100.40원(-8.10원)까지 하락하며 1100원 지지선까지 위협했다. 긴 시계열에서는 위안화와 원화의 강세로 상대적인 약달러에 이어, 미국 대통령 선거 리스크 해소, 추가 경기부양책 기대감 등이 더해져 디커플링 해소 과정이 나타나고 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달러인덱스는 전일 대비 0.56포인트(p) 내린 91.29에 마감했다. 주요 6개국 대비 달러화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지수가 떨어질수록 약달러 상황을 나타낸다. 달러인덱스는 지난 2017년 2월 2일(88.50) 이후 5년래 최저점을 향해 수직 낙하 중이다.

미국 달러화 추세적 약세로 이어질 개연성. 출처=하나금융투자
미국 달러화 추세적 약세로 이어질 개연성. 출처=하나금융투자

원·달러환율은 지난 10월 약보합세를 유지하다가 미국 대통령 선거 이후 급락했다. 그러다가 11월 중순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소폭 상승했지만, 이내 다시 하락세로 전환 중이다. 이번 하락은 추가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부양 조치 강화 의지가 동시에 반영됐다.

1일(현지시간)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과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부양책과 관련한 회담을 진행하기로 밝힌데 이어, 민주당과 공화당의 초당파 의원들이 부양책 협상 교착을 타개하기 위해 약 9080억달러 규모의 새로운 법안을 제안했다는 소식까지 전해졌다. 이에 따른 추가 경기부양책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여기에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도 차기 행정부의 경제팀 지명자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취임 후 더 많은 대책을 내놓겠다고 공언했다.

키움증권 김유미 연구원은 “달러화는 미국 경기 부양 법안이 의회에서 통과될 것이라는 기대와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의 부양 조치 강화 의지 등이 뉴욕증시 상승과 위험자산 선호를 자극하면서 하락했다”라며 “미국 경기 부양 기대는 국채금리의 상승을 이끌었지만, 안전자산 수요 약화로 달러에는 약세요인으로 작용했다”라고 분석했다.

미국 경제는 코로나19에 따른 단기적인 불확실성이 남아있지만, 모더나와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 등 코로나19 백신 개발업체들의 진전 소식이 장기적인 낙관전망을 낳고 있다. 화이자와 모더나는 지난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백신 긴급사용승인(EUA)을 신청했으며, 각각 10일과 17일에 EUA 허가 여부가 나올 예정이다. EUA에 통과하면 이들 백신 업체는 3주 내로 보건의료 종사자를 대상으로 백신을 공급할 계획이다.

미국 경상수지 및 재정수지. 출처=하나금융투자
미국 경상수지 및 재정수지. 출처=하나금융투자

하나금융투자 전규연, 나중혁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몇 달 간 원·달러환율 하락이 디커플링 해소 과정으로 볼 필요 있다고 설명했다. 긴 시계열로 보면 최근 몇 달간 원화 강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났지만, 올해 7월 이후 미 달러화 급락, 위안화가 절상되는 가운데 원화는 상대적으로 완만하게 하락했다. 이러한 부분이 해소되면서 하방압력으로 작용해 원·달러환율 급락으로 이어졌다는 게 하나금융투자 측의 설명이다.

전규연, 나중혁 이코노미스트는 “원화는 미 달러 및 위안화 환율과 높은 상관성을 가지고 있는데, 최근에는 미 달러보다도 위안화와의 연동성이 높아졌다”라며 “외국인 투자자들의 중국 시장 자금 유입이 늘어나면서 글로벌 자금의 이머징 시장 유입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위안화의 프록시 통화로서 자본 유출입이 자유로운 원화에 대한 일부 낙수효과도 유효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올해 달러인덱스가 단기이평선이 장기이평선을 하회했고, 이러한 추세적 약달러 기조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또 유동성 공급과 매크로 환경도 달러 약세를 지지하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미국 연준이 세 차례 걸쳐 양적완화(QE)를 단행했을 때 대체로 달러의 약세가 이어졌는데, 최근 코로나19에 따른 연준이 막대한 유동성 공급을 단행한데 이어 미국 정부의 5차 경기부양책까지 논의되고 있다.

전규연, 나중혁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2020년 회계연도 재정적자가 -3조1000억달러로 2019년 대비 3배 이상 증가한 데 이어, 내년에도 재정지출이 늘어날 개연성이 높다”라며 “경상수지와 재정수지의 동반 적자 폭이 증가하며 달러화 약세를 유도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