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그간 잠잠했던 한진칼(180640) 경영권 분쟁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대한항공(003490)의 아시아나항공(020560)인수를 두고 3자 주주연합(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KCGI·반도건설)의 반격이 본격화하고 있어서다. 이들은 3자배정 유상증자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데 이어 임시 주주총회를 소집하는 등 경영권 확보를 위한 물밑 작업에 나서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들의 공격적인 행보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3자 연합 “대한·아시아나항공 통합 막아라”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180640)의 주가는 직전 거래일 대비 2400원(3.26%) 오른 7만61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한진그룹 경영권 분쟁 이슈가 재점화되면서 경영권 분쟁에 따른 수급 확보 경쟁에 불이 붙은 것으로 해석된다. 

한진칼의 주가는 최근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지난 16일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발표한 당시 한진칼 주가는 9만55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한진칼 유상증자의 산업은행 참여로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될 것이란 관측이 나오면서 주가는 급락했다. 경영권 분쟁에서 패배한 측의 지분이 오버행(잠재적 매도가 가능한 대량의 주식)으로 전환될 경우 주가가 대폭 하락할 가능성이 점쳐진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끝난 줄 알았던 경영권 분쟁의 불씨가 3자 연합의 반격으로 살아나면서 주가는 다시 우상향 곡선 반등에 성공했다. 

실제 3자 연합의 주축으로 꼽히는 사모펀드 KCGI는 최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저지하기 위한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 한진칼이 유상증자로 자금을 지원할 계획인데, 여기에 산업은행이 참여하기로 하면서 3자 연합의 지분율 희석이 우려돼서다. 

현재 한진칼 지분은 조원태 회장 측이 41.4%를, 3자 연합이 46.71%를 갖고 있다. 그런데 산업은행이 8000억원을 투입해 한진칼 3자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경우 10.66%의 지분을 확보해 3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이에 따라 조 회장 측과 3자연합의 지분율은 각각 약 36%, 약 40%까지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3자 연합이 우려하는 것은 투자 합의의 실질적인 상대인 조 회장 측에 설 가능성이다. 이 경우 조 회장 측은 약 47%에 달하는 지분율을 확보해 3자 연합과는 대략 10%p 격차를 벌릴 수 있게 된다.

우려가 현실이 되면 3자 연합은 경영권 분쟁에서 더 이상 설 곳을 잃게 된다. 조원태 회장을 해임시키려면 출석주주의 66.6% 이상이 찬성표를 던져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2년 뒤인 2022년 정기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조 회장의 재선임을 막으려면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한데 이 또한 어려워지게 된다. 

이에 따라 KCGI는 한진칼의 3자배정 유상증자 결의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제기한데 이어 한진칼의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했으며 추가 지분 확보를 위한 실탄 마련에도 나선 상황이다.

가처분  소송 결과, 통합 첫단추… 3자 연합 행보는?

 우선 KCGI는 지난 18일 한진칼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결의에 대해 신주발행금지가처분 소송을 제기했다. 오는 25일 법원의 심문이 예정돼 있고, 내달 2일이 한진칼 유증 납입일인만큼 이전에 판단이 내려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법적인 힘을 빌려 한진칼 유증 자체를 무효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어 이틀 뒤인 20일에는 한진칼 임시주총 소집도 요구했다. 신규 이사의 선임과 정관 변경을 위해서다.  KCGI는 임시 주주총회 소집청구를 통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주도·결정한 이사회의 책임을 묻는다는 방침이다. 또한 전문성과 독립성을 겸비한 신규 이사들이 이사회의 다수를 구성하도록 함으로써 회사의 책임경영 체제를 확립한다는 복안이다. 한진칼은 2주일 이내에 임시주총 소집 여부를 결정해 KCGI 측에 통보해야 한다. 

아울러 3자연합은 신주 발행 관련 유증에 참여할 것을 대비해 실탄확보에도 나서고 있다. KCGI 종속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는 메리츠증권과 한진칼 주식 550만주를 담보로 1300억원을 대출 받았다. 조현아 전 부사장도 우리은행과 하나금융투자, SK증권 등에서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다. 향후 한진칼 지분 확대를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KCGI는 특히 최근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재벌 특혜 시비가 불거지고 있어 이를 막는다는 명분도 얻을 수 있게 됐다. 앞서 KCGI는 입장문을 통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본질은 코로나 위기와 아시아나항공 잠재부실 부담을 고민하던 산업은행과 일부 정책당국이 항공업 통합과 실업우려에 대한 궁여지책으로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 방어에 동참하게 된 참사”라며 양측의 밀실야합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면서 산은과 한진그룹의 태도도 바뀌고 있다. 이들은 처음에는 3자 연합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저지하지 못할 것이라는 태도를 견지했다. 가처분 소송 인용 가능성이 낮다고 본 것.

실제 최대현 산업은행 기업금융부문 부행장은 지난 19일 온라인으로 열린 주요이슈 간담회에서 “강성부펀드(KCGI)의 가처분 소송이 인용될 경우 양대 국적항공사 통합이 무산될 것이다. 하지만 법률검토 결과 가처분소송이 인용될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한 바 있다. 

그러나 여론 악화와 인용 가능성을 의식한 듯 산은은 보도자료를 내고 “한진칼에 대한 보통주 투자는 현 계열주의 경영권 보호를 위해서가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밝힌다”며 “산은이 한진칼에 직접 주주로 참여해 구조 개편 작업을 성공적으로 이행하도록 지원하고, 건전·윤리 경영의 감시자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같은 날 오후 한진그룹도 입장문을 통해 한진칼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의 적법성을 강조하는 한편 KCGI가 국가기간산업 존폐를 흔드는 투기세력이라고 맹렬하게 비판했다. 한진그룹은 “가처분신청이 인용되면 국적 항공사들에 대한 천문학적인 공적자금이 투입될 수 밖에 없으며 대한민국 항공산업은 심각한 위기를 맞게되고 직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될 위험에 직면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인용하는 경우 인수 작업은 원점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플랜C로 채권단 관리를 통한 경영정상화나 국유화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산은과 한진그룹이 부랴부랴 여론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산은과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위기에 빠진 항공업계 재편과 대의명분을 강조하고 있다. 시급한 경영 목적이 있는 경우 경영권 분쟁 중에서도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합법이라는 판례가 있어서다. 

이와 별개로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3자 연합의 공세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이 완료될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추가적인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나온다. 앞서 KCGI도 법률상 허용되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합병을 저지할 것이라 강조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관건은 법원이 신주발행의 목적을 어떻게 보느냐에 달렸다”며 “만약 신주 발행이 필요하지 않고 조 회장의 경영권을 방어할 목적이라고 판단하면 가처분은 인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산은과 한진그룹이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두고 경영권 방어가 아닌 항공산업 재편이라 계속 강조하고 있는 점도 유증 정당성을 마련하기 위해서 일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