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EC 푸트라자야 비전 2040

지난 11월 2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21개 회원국 정상들이 화상 정상회의를 열고 ‘2020 쿠알라룸푸르 선언’을 채택했다. ‘2020 쿠알라룸푸르 선언’에는 미래 계획 새 비전 ‘APEC 푸트라자야 비전 2040’을 포함하고 있다.

APEC 정상들은 선언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코로나19 유행병과 이의 경제적 충격으로부터 성공적으로 회복시키겠다는 결정으로 단결한다”고 밝혔다. 그리고 국민 생명을 지키고 건강을 보호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건강을 지키고 이 지역을 보건 위협으로부터 보호하며 보건 체제의 회복력, 확장성,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강화해 보편적건강보장(UHC)을 향해 나아가는 데 있어서 디지털 기술의 개발과 기여의 중요성을 인정한다”고 덧붙였다.

‘APEC 푸트라자야 비전 2040’은 2040년까지 우리 모든 국민과 미래 세대의 번영을 위해 개방적이고, 역동적이며, 회복력 있고, 평화로운 아시아·태평양 공동체를 만들고, 포괄적 이행 계획을 완성하도록 임무를 부여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APEC 푸트라자야 비전 2040’은 4가지 세부 지침도 내놨다. ‘무역과 투자의 담론 개선’, ‘디지털 경제와 기술을 통한 포용적 경제 참여’, ‘혁신적이고 포용적인 지속가능성 촉진’, ‘이해관계자와의 연계 강화’가 그것이다.

 

비대면 사회

그러나 ‘APEC 푸트라자야 비전 2040’이 밝힌 4가지 세부 지침과 관계없이, ‘2020 쿠알라룸푸르 회의’는 향후 전개될 세계가 어떤 모습일지를 미리 알려주는 증거를 선보였다. 이 증거를 통해, 2040 미래를 사회를 전망할 수 있다.

우선, 제27차 APEC 정상회의는 유례가 없는 화상회의 형태로 진행되었다. 전 세계에 창궐한 코로나19 여파 때문이었다. APEC 21개 회원국은 말 그대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이끄는 주요 국가를 의미한다.

2020년 갑작스럽게 시작된 코로나19 사태는 세계 경제를 빠르게 악화시켰다. 현재 97개 제약회사들이 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며, 특별히 지난 20일, 미국 제약회사 화이자는 FDA에 세계 첫 코로나19 백신 사용을 신청했다.

화이자 백신은 임상 3상에서 95%의 코로나19 예방 효과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이자는 “FDA 승인 이후 몇 시간 안에 백신을 배포할 준비를 갖춰, 올해에 5,000만 회분, 내년 말까지 13억 회분의 백신을 생산한다고 밝혔다.

화이자뿐 아니라, 조만간 다른 제약회사들도 속속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할 것이다. 하지만 ‘2020 쿠알라룸푸르 회의’에서 처음 도입된 화상회의는 코로나19 사태와 관계없이 자리 잡을 것이다. 비용 절감과 시간 단축 효과 때문이다.

 

ICT 사회

화상회의라는 낯선 풍경을 선보인 ‘2020 쿠알라룸푸르 회의’는 2040년 미래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선보였다. 미래사회는 바로 ICT 사회이다. ICT는 Information and Communications Technologies(정보통신사회)를 뜻한다.

코로나19 사태가 아니었다면, 화상회의는 실행될 수 없었을 것이다. 각국의 수뇌들 간의 국제회의는 의견 교환 이상의 의미가 있는 공적 행위였다. 이런 국제회의를 통해, 각국의 수뇌들은 다양한 외교 행위를 전개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상황은 달라졌다. ‘2020 쿠알라룸푸르 회의’ 이후, 각국의 수뇌들은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지체하지 않고 화상회의를 개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비용 절감과 시간 단축뿐 아니라, 자료 제출의 편리성 때문이다.

따라서 ICT 핫 이슈 BMW는 빠르게 발전할 것이다. 빅데이터(Big Data), 모바일(Mobile), 웨어러블(Wearable)의 머리말을 딴 BMW는 개별적 맞춤 서비스를 통해서 대중(Mass)의 시대에서 개인(Personal)의 시대로 전환할 것이다.

각국의 수뇌들 간 국제회의도 화상회의로 이루어질 정도라면, 기업의 비즈니스에서부터, 학교의 강의까지도 빠른 속도로 화상회의 형태로 전환될 것이다. 서울에 사는 하버드 대학생, 부산에 사는 옥스퍼드 대학원생도 멀지 않았다.

 

국가 서열 재조정

20세기 국가 서열은 양차 대전 참전국 중심이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에서 확보한 군수산업을 산업 경쟁력으로 전환한 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캐나다, 오스트레일리아가 소위 선진국 대열을 주도해 왔던 것이다.

사회주의 국가 중국, 인도는 인구 경쟁력으로, 러시아는 광활한 대지에 넘쳐나는 천연자원으로 선진국 대열에 끼었고, 분단국가 한국은 탁월한 지도자들의 창의력과 우수한 인력자원을 바탕으로 한 기술력으로 선진국 대열에 합류했다.

코로나19 이전, 세계는 2가지 사태를 경험했다. 석유 사용이 급감하는 화석 연료 시대의 퇴조, 그리고 브렉시트를 통한 EU 해체. EU 해체는 본격화되지 않았지만, 코로나19에 대한 허술한 대처로 유럽의 실상은 여실하게 드러났다.

영국이 빠진 EU는 1차 세계대전 이전으로 돌아가,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강국 중심 개별국가 시대가 될 것이다. 유럽 시대가 저물고, 이제 APEC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말 그대로, 아시아·태평양 지역 시대이다.

세계 인구 40%, GDP 52%, 교역량 45%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지역협력체 APEC. 2040년, EU를 APEC이 대체하고, ICT 기술력이 집중된 동아시아는 APEC의 엔진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국가 서열 재조정은 자연스러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