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현대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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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곽예지 기자]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 안팎의 저물가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경제성장률이 둔화된 가운데 이 같은 저물가 현상의 장기화는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초래할 수 있어 우려된다.

22일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9월(-0.4%) 전례 없는 마이너스 상승률을 기록했으며, 올 5월(-0.3%) 또한 다시 한번 마이너스 물가가 발생했다.

지난 2018년 이후 품목별 물가 동향을 보면 개인서비스는 소비자물가에서 상방 압력을 주는 반면 공업제품과 공공서비스는 물가상승률의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

저물가 현상의 심화로 기대 인플레이션이 하락하여 경제주체들이 위축되고 고용 부진 등이 유발돼 경제 전반이 침체되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국내 경제가 낮은 수준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저물가 현상도 관측됨에 따라 저물가가 경기 회복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저물가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현재 상황에서 보고서는 국내 중장기 저물가 지속의 원인을 분석하고 이에 따른 시사점을 제시한다.

국내 중장기 저물가 지속 원인: 수요측 요인

출처=현대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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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외적 경제 여건 변화 가운데 국내 경제는 저성장과 낮은 수준의 GDP갭률을 지속하고 있어 경기적(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이 낮은 상황이 발생했다.

국내 경제성장률은 지난 2011년 이후 2~3%로 과거 대비 낮은 수준을 지속했으며, 최근 코로나19 확산의 영향 등으로 저성장 국면의 심화 및 장기화 전망된다.

국내 경제의 저성장 지속에 따른 민간 수요 위축으로 수요 견인 인플레 압력 저하됐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기점으로 국내 민간 부문의 총저축이 총투자(총자본형성)를 상회하기 시작하는 등 민간 수요 위축 추세가 지속됐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경제주체의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 저하와 이로 인한 소비 및 투자 등 수요 심리 위축으로 수요측 물가상승 압력의 하락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출처=현대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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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의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며, 가계 대출 증가율은 가계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을 지속적으로 상회하고 있어 가계부채 누증으로 인한 소비여력의 제약이 나타나고 있다.

80% 이상을 유지해오던 가계의 총 소득 대비 처분가능소득 비율은 지난 2018년 78.8%를 기록했으며, 지난해에는 77.7%까지 하락했다.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대출의 비율은 지난 2010년 116.4%에서 지난해 152.6%로 확대되는 등 가계부채 누증으로 인한 소비여력의 제약 목격됐다.

고용절벽 지속, 자영업 환경 악화 등으로 인한 가계간 소득 양극화가 확대됐으며, 가계의 소득 기반이 저해됐다고 현대경제연구원은 분석했다.

아울러 가계 소비여력 제약 및 소득 기반 약화로 지난 2000년 이후 가계소비 증가율의 변동폭은 줄어들고 있으나 추세적인 하락세가 나타났다.

국내 중장기 저물가 지속 원인: 공급측 요인

출처=현대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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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의 하향 안정으로 인한 공급측 물가상승 압력 축소됐다고 분석했다.

국내 전체 수입 중 원자재 수입의 비중이 50%를 상회하는 등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은 국내 물가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이 비교적 하향 안정되는 추세를 보이면서 국내 물가 상승률 축소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제 유가 및 원자재 가격은 지난 2014년 이후 하락하여 안정세를 형성했으며,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원자재 수요가 급감해 급락한 후 반등 시현했다.

글로벌 원자재 시세를 나타내는 CRB지수는 지난 2012년 연평균 301포인트에서 지난해 179포인트까지 하락했으며, 올해는 10월까지 평균 143포인트를 기록했다.

국제 유가는 신흥국 수요 둔화, 비전통석유 생산 확대, 코로나19 쇼크 등의 영향으로 지난 2014년 이후 비교적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광물(니켈, 알루미늄, 동) 및 곡물(밀, 옥수수) 등 주요 국제원자재 가격 역시 2010년대 초반 이후 가격이 하향 안정됐다.

출처=현대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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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하향 안정화도 수입물가 파급 경로를 통해 물가는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하향 안정되어 수입물가 수준이 하락했다.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지난 2009년 3월 1453.4원을 기록한 이후 하향 안정되어 1200원대 초반을 넘지 않는 수준에서 변동했다.

비록 과거에 대비 절대적 낮은 수준은 아니지만, 장기간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이 안정적인 범위 내에서 등락을 반복하여 수입물가 상승률 축소 요인으로 작용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미국의 대규모 양적완화 등으로 인해 글로벌 달러화 가치가 약세 흐름에 돌입하여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하향 흐름이 지속됐다.

종합적으로 국제 유가, 원자재 가격 및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의 하향 안정세 지속은 수입물가와 생산자물가를 거쳐 국내 소비자물가를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국제 유가와 원자재 가격의 하락은 수입물가 및 생산자물가 상승률을 낮춰 시장 상품 및 서비스 가격의 안정(또는 드물게 하락)을 유발했다.

환율 역시 직접적으로 수입원자재 및 최종수입재 가격 하락 등을 통해 국내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에 기여했다.

한편 환율은 간접적으로 국내생산품의 해외통화표시 가격을 상승시킴에 따라 수출과 총수요 등을 감소시켜 물가 수준 하락에 일조했다.

국내 중장기 저물가 지속 원인: 구조적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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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 등 인구구조의 변화로 인한 소비 감소 경향의 심화가 물가상승률 둔화 요인으로 작용했다.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물가상승률은 낮아지는 음의 상관관계 발생했다.

전 세계 148개국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고령화가 많이 진행된 국가일수록 낮은 수준의 소비자물가상승률을 보일 수 있다는 상관관계를 확인했다.

고령화 및 소비자물가 상승률간의 상관관계는 –0.12로 나타나는 반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 이상인 이상치를 제외하면 상관관계가 더 높아질 것으로 판단된다고 현대경제연구원은 분석했다.

이 같은 고령화와 물가 간의 음의 상관관계는 국내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고령화가 저물가 지속의 일부 원인이 될 가능성 또한 시사했다.

고령층 인구는 근로 기회의 감소로 인한 불확실성에 대비해 소비를 줄이는 경향을 보이며 이는 내수 수요 감소로 연결되어 물가 하락 압력으로 작용했다.

고령층은 은퇴 후 소득 감소로 인한 불확실성을 소비지출 축소를 통해 완화하려는 경향을 보일 수 있으며, 소비성향이 상대적으로 낮은 고령층 인구 비중의 확대는 국내 수요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해 물가상승률 둔화에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출처=현대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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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경제연구원은 생산공정 자동화 관련 기술의 발전 및 확산으로 인한 생산성 증대와 생산 투입 비용의 감소가 상품 가격 상승 압력을 완화하였을 것으로 판단했다.

기술 발전으로 생산공정에 ICT 신기술을 활용하는 사례가 확대되고 있으며 국내 역시 진보된 생산 자동화 기술 활용을 위한 기반이 보급·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과거부터 공장 자동화를 통해 생산성을 높이려는 시도는 꾸준히 진행됐으며, 최근에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 신기술을 접목하여 지능화된 자동 생산공정을 구축하여 생산 효율을 증대하려는 시도 확산되는 추세다.

구축을 위한 기업 투자가 증대되는 등 첨단 자동화 기술의 도입 및 활용 확대됐다.

생산공정 자동화의 발전에 따른 생산성 증대와 생산 요소 투입 비용 감소는 상품 가격의 상승 압력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생산공정 자동화 기술의 진보는 생산과정의 최적화를 통해 생산성을 증대하는 한편 노동비용 등 생산에 투입되는 비용을 감소시키는 효과 창출했다.

스마트제조혁신추진단에 따르면 기업이 스마트공장 도입 후 생산성 30% 향상됐으며, 원가 15.9% 절감의 성과가 발생했다. 생산성 증대와 노동비용 감소는 상품 가격 상승 압력을 억제하여 공급물가 안정에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현대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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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 기술의 발달로 다양한 방식의 소비가 가능해지면서 공급자 간 가격 경쟁이 확대됐으며, 이는 공급측 물가 상승 압력을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모바일 기기 활용의 일상화로 인한 온라인쇼핑의 증대는 소비자의 상품 정보 접근성을 극대화하여 판매자 간 가격 경쟁을 유발하고 상품 가격 상승을 억제한다.

스마트폰의 활용이 일상화되면서 소비자들이 시간과 공간에 구애받지 않고 소비를 행할 수 있는 온라인쇼핑의 장점이 극대화되며 온라인쇼핑이 급성장했다.

온라인쇼핑은 다양한 상품 및 가격 비교를 가능케 하여 판매자와 소비자 간 정보격차를 완화하고 판매자 간 가격 경쟁을 유발했다.

또 공급자 측면에서 온라인을 통한 판매는 점포 운영 등에서 발생하는 임대료, 인건비 등을 절감할 수 있어 오프라인 매장에 비해 가격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등 온라인쇼핑은 상품 가격 상승을 억제하는 효과를 나타냈다.

중고거래 확대, PB(Private Brand) 제품의 인기 등 현상은 상품 가격의 상승을 제한하여 공급측 물가 상승 압력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디지털 플랫폼의 확산·발전으로 소비자 간 상품에 대한 정보 및 평가 공유 등이 용이해짐에 따라 중고거래와 PB제품의 인기 등의 현상 발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이러한 소비 행태의 다양성 증대는 소비자가 상품 가격 선택의 폭을 넓히는 결과를 초래하여, 전반적인 상품의 가격 상승 압력을 억제하는 결과를 유발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현대경제연구원 이진하 연구원은 “적극적 정책 집행을 통해 실물 경제를 부양하고 수요 측면의 경기적 부진을 개선하기 위하여 노력해야 한다”며 “고령층 등 취약 계층의 소득 기반을 강화할 수 있는 정책적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성장 잠재력과 고용 창출력을 확충하여 중장기적으로 경기 활력을 저해하는 구조적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하여야 한다”며 “저물가 기조 지속에도 불구하고 서민 체감물가는 비교적 높은 수준으로 형성되어 있을 것으로 판단되기에 체감물가 안정에도 주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