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올해 건설사들의 주요 먹거리는 단연 국내 도시정비사업이다.  수주액 역시 전년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비사업 일몰제와 규제 강화를 피하기 위해 조합들이 사업 추진에 속도를 내면서다. 건설사들 또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해외 발주가 지연되면서 국내 수주에 적극 나서며 실적을 끌어올렸다.

다만 기존 정비사업을 앞당겨 추진한 만큼, 내년 정비사업 공백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깊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재개발 또한 사업장들의 관심을 받고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효과를 내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역대 최대" 

출처=대한건설협회, 한국건설산업연구원 '2021년 건설경기 전망' 보고서
출처=대한건설협회, 한국건설산업연구원 '2021년 건설경기 전망' 보고서

19일 대한건설협회(이하 건협)의 '월간건설경제동향'에 따르면 지난 3분기(7~9월) 재건축과 재개발 수주액은 각각 1조5583억원, 5조543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동기보다 178%, 118% 증가한 수치다. 건협 통계는 착공한 재개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집계해, 각 건설사의 신규 수주 현황과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이를 고려해도 큰 폭으로 늘어난 셈이다.

올해 3분기 누적 수주액으로 보면 이미 지난해 규모를 넘어섰다. 지난 1~9월까지 재건축·재개발 수주액은 19조6732억원으로, 이는 같은 기간으로 보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작년 한해 실적인 17조7110억원과 비교해도 이미 11% 상당 증가한 것이다.

특히, 대형 건설사들의 수주가 두드러졌다. 건설업계 '맏형'격인 현대건설은 올해 도시정비 실적이 4조5000억원에 육박하는 가운데, 지난 2017년 수주액인 4억6500억원을 넘어 자체 신기록을 경신할지 주목된다. 이어 롯데건설, 포스코건도 2조원을 넘어섰고, 삼성물산과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도 1조원 이상을 기록 중이다.

다만 이같은 실적 개선은 '반짝 효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초 정비구역 일몰제와 내년규제 강화를  회피하기위해 조합들이 사업 추진을 앞당긴 영향이라는 해석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12~2019년 동안 서울에서만 총 684곳 중 400개가 해제됐지만, 이 가운데 39곳은 4월초 정비구역 지정 해제를 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가 계속되는 가운데, 신규 인허가는 점차 감소하고 있다. 재건축 사업계획승인은 2017년  53건을 기록했지만, 2019년 들어서는 31건에 그쳤다. 재개발 구역 수도 2017년 9곳에서 2019년 4곳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 추진 앞당겨 '반짝 효과'···"내년 수주 줄어들 것"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에서 바라본 도심. 사진=이코노믹 리뷰 박재성 기자
서울 마포구 하늘공원에서 바라본 도심. 사진=이코노믹 리뷰 박재성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해외 건설현장에서 발주가 지연되고 원가 발생도 이어지는 가운데, 건설사들의 국내 주택산업 의존도는 높아지고 있다. 다만 정부의 정책 기조가 이어지면서 민간 정비사업은 위축될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특히 재건축 사업에 규제가 집중되고 있다. 올해 발표된 6.17 부동산 대책으로 인해 내년 상반기부터 재건축 실거주 요건과 안전진단 기준이 강화된다. 규제를 피하고자 재건축 단지들이 조합 설립과 안전진단 검사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이같은 흐름이 도시정비사업 수주 개선으로 이어질지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간 사업이 표류 중이던 강남권의 대표적인 재건축 단지인 압구정 일대 아파트의 경우 규제 적용을 피하기 위해 내년초 조합 설립을 목표로 사업 추진에 가속도가 붙었지만, 정비구역 지정은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재건축 또한 난항에 빠졌다. 대표적인 대단지인 강남 은마 아파트와 잠실 주공5단지가 사전컨설팅 단계에서 이탈하면서, 청량리 미주와 마장세림 등 중대형 규모의 단지들도 사업을 취소하거나 입주민 간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기존에는 서울시에서 15곳, 1만5000여 가구 규모가 참여한 것으로 조사됐지만 절반 이상이 불발된 셈이다. 

다만 재개발의 경우 최근 공공이 추진하는 정비사업이 업계에서 관심을 받으며 활력을 얻고 있다. 뉴타운 해제지역을 중심으로 그간 사업 추진이 지지부진했던 재개발 사업장들이 공공재개발에 참여의향을 보이면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건설사들이 체감 경기도 쉽사리  풀리지 않는 모습이다. 주택산업연구원의 전국 주택사업경기실사지수(HBSI) 전망치를 살펴보면, 이달 77.6으로 전달보다 5.4포인트  남짓 상승했지만, 여전히 70선 이하를 기록하고 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이번 기간 도시정비 수주액은 역대 최대치다"면서 "정비사업 일몰제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등 정부의 규제로 인해 사업 추진을 앞당길 수 있는 사업장들이 속도를 냈다. 부산과 대구 등 지방광역시에서도 구도심에 대한 개발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주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업을 평상시의 속도로 수주한 것이 아니라, 미리 앞당겨 진행한 것이다"면서 "내년도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이어 "공공재개발의 경우에도 용적률을 높여 추진되는 만큼, 내년과 내후년 반짝하더라도 형평성 문제 등으로 장기적으로 진행될 요인 자체는 크지 않다"면서 "다만 내년 부동산 매매 시장이 개선된다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