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이라서 좋은 것들이 있다. 편의점에 가면 싱글들은 가정간편식과 같은 식재료 상품이나 소포장, 소량의 생활용품을 고른다. 백화점에선 1인용 밥솥이나 소형 프라이팬이 인기다. 대형마트에서도 마찬가지다. 싱글을 위한 코너를 따로 두고 운영할 정도다. 홈쇼핑이나 인터넷 오픈마켓 등에서는 싱글들을 위한 건강식 제품이나 식음료, 가전과 가구용품의 매출이 점점 늘고 있다.

“어머, 미니 다리미 작고 디자인도 귀엽다. 혼자 살면 이런 것 사도 괜찮겠는데!”
지난달 31일 오전 홈플러스 잠실점 1층 가전매장 한쪽에서 웅성거림이 들린다. 싱글가전 코너에서 들려오는 소리다. 쇼핑하며 그곳을 지나던 주부들은 하나같이 싱글가전 코너에 진열된 상품들 앞에 한참을 머물며 상품들을 살펴보다 한마디씩 하며 지나간다. 직장인들은 회사에 출근한 직후 시간이라 싱글로 보이는 손님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그러나 이곳 점원들은 평소 이 코너에 유독 싱글족들의 발길이 많은 편이라고 귀띔했다. “특히 유학생이나 자취생들이 소형가전들이 많이 찾습니다. 가장 인기 있는 건 1인용 밥솥이랑 라면포트도 인기가 많고, 물을 끓일 수 있는 무선포트도 많이 구입합니다. 2인용도 있는데 이건 좀 별로 구입하는 사람이 없어요.”

2단으로 이뤄진 선반위에 약 11종의 상품이 진열돼 있다. 필립스 컴팩트 스팀다리미를 비롯해 4만4900원짜리 디즈니 1인용 밥솥, 3만 2000원짜리 디즈니 무선포트, 2만9900원짜리 디즈니 커피메이커, 디즈니 토스터기를 비롯해 3만3900원짜리 한일 라면포트, 1만9900원에 판매되고 있는 홈플러스 샌드위치메이커가 눈길을 끈다. 그밖에 미니냉장고와 세탁기도 판매되고 있다.

현재 홈플러스는 전국 131개 매장 중 약 60여개의 싱글가전 존을 구성해 운영 중이다. 대형마트들은 최근 증가세를 보이기 위한 생활가전이나 소용량 상품을 대폭 등 싱글족 마케팅에 주력을 하고 있다. 이마트도 역시 늘어나는 싱글 고객들에 대한 대비에 적극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이마트는 2009년도부터 소용량, 산지 및 품종개발, 자동포장, 마진 축소의 방법으로 ‘990 야채’를 판매해오고 있다. 기존 포장에서 1/3가량 중량을 줄여 당근, 양파, 마늘, 대파, 고추 등 필수 야채 10여 가지를 판매하고 있어 싱글이나 2인가구 등 요리시 소량의 식재료를 필요로 하는 소비자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이밖에도 대파, 샐러리 등 손질채소팩이나 1/4 두부, 반모 두부 등도 싱글족들이 선호하는 제품이다. 주방용품은 미니사이즈가 인기다. 이마트에선 1~2인 가구에 맞도록 사이즈가 작은 지름 16cm후라이팬과 14cm편수냄비, 16cm전골냄비 등을 마련해 판매 중인데 최근 매출이 신장세를 이루고 있다. 올해 1~10월 매출이 전년 대비 41.8%를 기록했다. 또한 최근 캠핑족들이 늘면서 1~2인 캠핑가구를 위한 투톤 미니 바비큐 그릴이나 미니 삼겹살 구이팬 등도 판매가 활발하다. 또한 1인용 가구에 들어갈 수 있는 177L 용량의 소형냉장고, 민트나 레드의 색상을 입힌 칼러풀 냉장고, 미니세탁기 등 소형 가전제품에도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된다.

롯데마트는 1인가구, 싱글족의 증가에 따라 HMR(가정간편식) 시장에 대한 수요가 점차 증대됨에 따라 2010년 1월 서울역점을 시작으로 의왕점, 청량리점, 마석점, 천안아산점, 창원중앙점 등 전국 20여개 점에 HMR(Home Meal Replacement)전용 매장을 구성했다. 이 전용매장에선 돼지양념류, 샐러드류, 커팅과일류, 즉석찌개와 탕류 등 신선식품과 가공식품을 총 망라해 약 300개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고객층이나 싱글족 가정 주부들로부터 반응이 좋다. 특히 롯데마트의 PB(Private Brand)상품으로 합리적인 가격과 우수한 품질로 고객만족을 주고자 하는 자체 브랜드로 알려진 초이스엘 상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소량 포장한 컷팅 파인애플과 모둠채소 샐러드, 의정부식 부대찌개, 얼큰한 해물탕 등이 인기 상품이다.

롯데마트에 따르면 가정간편식 매출이 지난 1~10월 전년 대비 약 8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추세에 따라 롯데마트는 HMR전용 매장을 더욱 강화해 냉장면을 비롯해 국과 탕류 제품을 약 400여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간단하게 조리해 먹는 가정간편식·도시락 인기
가정간편식 상품은 대형마트에만 있는 건 아니다. 대부분 직장인들로 바쁜 일과를 보내는 싱글족들의 경우엔 마트보다 더 쉽게 찾는 곳이 편의점이다. 최근 편의점들도 다양한 가정 간편식을 잇달아 선보이면서 바쁜 현대인, 특히 평소 가정식을 먹기 어렵거나 간편한 식사를 선호하는 싱글족들 사이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는 중이다.

지난 6월 한국형 편의점으로 새롭게 출범한 BGF리테일의 CU(씨유)는 마트에서 판매하는 가정간편식과는 차별화된 다양한 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며 싱글족들의 주요 식량공급처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약 10가지 가정간편식 제품을 출시한 후 매월 30% 이상 매출이 늘고 있다.

CU의 가정간편식은 최근 국과 탕류, 반찬류 위주의 한식에서 피자, 스파케티, 죽 등 양식 위주의 한 그릇 요리로 진화 중이다. 재료는 좀 더 질이 좋고 싱싱한 것들을 사용했으며 조리법은 더욱 간단해졌다. CU는 2008~2009년부터 가정간편식을 개발하고 출시해 왔는데 기존 제품은 국이나 찌개류의 재료를 썰어서 판매하는 정도였지만 싱글들의 생활 패턴과 선호도를 면밀힌 분석한 결과 싱글족들은 요리시에도 매우 간편하고 간단한 것들을 원하는 경향이 강해 요즘엔 뜨거운 물만 부으면 조리가 가능하거나 전자레인지에 데우기만 하면 끝나는 초 간단 간편식을 개발하고 있다.

CU 가정간편식(HMR) 담당자는 “기존엔 재료를 썰어주기만 했는데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했다”며 “바쁜 직장인들이 대부분인 싱글족들은 이젠 설거지조차 하기 귀찮아하는 만큼 더욱 간단하고 간편한 제품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싱글족들의 요구를 담아 ‘건어물녀(남)’라고 까지 불리는 피로에 지친 싱글족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제품을 만들어 내는 게 이들이 목표라고 이 담당자는 설명했다.
CU는 또한 저렴한 가격에 든든한 한 끼 식사를 해결하려는 싱글족들의 니즈에 맞춰 ‘더블BIC요일정식’이란 도시락 제품도 내놨다. 반응은 당연히 폭발적이었다. 이 상품은 기존 소불고기 도시락의 아성을 누르고 도시락 판매 랭킹 1위를 기록할 정도였다. 더블BIC요일 정식은 총 7종의 반찬으로 구성된 도시락으로 요일별로 반찬 구성을 달리한 제품이다.


CU는 또한 도시락의 인기가 빠른 속도를 중시하는 1인 가구의 식습관과 밀접하다는 점에 주목해 직접 매장에서 밥을 지어 판매하는 특화점을 도입하기도 했다. 지난 2월 서울 역삼점에 즉석밥을 지어주는 코너를 마련하고 하루 평균 50인분의 매출을 올렸다. 최근 CU MD기획팀이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1인 가구 밀집지역에서 특히 이러한 1인 상품들이 판매 호조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락은 전년 대비 26%나 증가했는데 원룸촌 밀집 지역의 경우엔 74%나 급증했다.

따라서 최근 CU는 싱글족과 핵가족을 위한 ‘생활밀착형’ 편의점으로 변신을 꾀한다. 생활밀착형 편의점은 주택가나 원룸촌 등에 입지한 점포에서 생활용품이나 과일, 채소, 등을 집중 판매하는 편의점이다. CU에서는 990원 소포장 단위의 야채와 ‘하트세척과일 혼합형, 방울토마토’ 등 1~2인용 과일 패키지 등 소포장 야채청과류가 전년 대비 35% 매출이 증가하며 장보러 갈 시간이 부족하거나 대량의 상품을 구매하기 어려운 고객들에게 주로 판매된다.

최근엔 1kg미만의 소용량 세제류들도 잘 팔린다. 최근 2년간 평균 매출의 45%가 신장됐다. 그밖에 와인, 사케, 치즈, 다이소(생활용품) 등을 특화한 상품들도 꽤 잘 팔린다. 수저, 옷걸이, 칫솔걸이, 욕실화, 세탁망 등 필수상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인터넷 랜선, 버튼자물쇠, 빨래건조대, 수저세트, 욕실화 등이 인기가 많다. 전국 CU매장은 7000여개, 그중에 1000여개의 점포에서 다이소 특화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유통업체 싱글족 특화상품 출시하며 솔로마켓 경쟁
싱글족들이 급격히 늘면서 백화점, 홈쇼핑 등 다른 유통업체도 솔로마켓 확보를 위한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 백화점은 지난달 본점과 강남점에서 생활 장르기획전 ‘메종 드 신세계’를 열고 다양한 1인 상품을 선보였다. 이번 행사에선 지난 행사 때보다 30% 이상 늘어난 총 60여개 브랜드가 참여했으며 르쿠르제, 실리트, 휘슬러, 레녹스 등 키친·테이블 웨어를 비롯해 다린, 포라트, 세사, 베딩 컬렉션 등 홈패션 등 다양한 홈상품들을 선보였다.

홈쇼핑과 오픈마켓에서도 다양한 1인 상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현대홈쇼핑은 침구살균청소기 레이캅과 한경희 스팀다리미, 일월 카페트형 온열매트 등 생활가전이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 외에도 건강을 생각하는 싱글소비자들이 삼육두유와 에브리데이넛츠 등 건강식을 많이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GS Shop은 휴롬, 필립스 에어프라이어, 소다스트림(탄산수제조기) 등 소형생활가전에 강세가 두드러진다.

역시 혼자 살기 때문에 건강에 관심이 많은 싱글들이 이런 제품들을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CJ오쇼핑 역시 오하루 견과, 오하루 효모, 오하루 잡곡, 오하루 코스메틱, H.O.P.E.슈퍼푸드, 하루6g발효효소(웰츄럴) 등 건강식 판매가 높았다. G마켓과 옥션 등 오픈마켓에선 가전과 가구에 대한 수요가 많은 편이다. G마켓에서 특히 다기능 복합가구가 인기다.

상대적으로 좁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이들의 비용과 공간을 모두 절약할 수 있다는게 싱글 소비자들에게 장점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옥션 역시 원룸 등에 거주하는 싱글족을 중심으로 좌식책상과 좌식의자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좌식 책상의 경우 전체 책상 카테고리 상품 중 판매 인기 순위 1,2위를 차지할 정도다. 그밖에 화장대, 전신거울, 액세서리장을 혼합한 액세서리 장식장과 같은 이색가구도 싱글여성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김은경 기자 kekis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