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포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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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철강업계의 친환경 산업으로의 전환이 빨라지고 있다. 최근 기업의 ESG(Environment·Social·Governance, 환경·사회·지배구조)가 주요한 투자 지표로 떠오르고 있는데다 조 바이든 후보의 제 46데 미국 대통령 당선이 사실상 확정되면서 탄소 조정세 등 친환경 정책이 강화될 것으로 보여서다. 여기에 기업 브랜드 강화라는 포석도 깔렸다는 것이 중론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포스코와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철강업계는 앞 다퉈 친환경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 맏형인 포스코는 환경설비 투자에 2021년까지 1조700억원의 규모의 투자계획을 지난 2019년 초에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발전설비 21기 중 노후한 부생가스 발전설비 6기를 2021년까지 폐쇄하고 3500억원을 투입해 최신 발전설비를 세운다. 나머지 부생가스 발전설비 15기와 소결로 3기 등에도 총 3300억원을 들여 질소산화물 배출을 대폭 낮출 수 있는 선택적 촉매환원(SCR) 설비 등을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이 밖에 철강 생산서 발생하는 비산먼지를 줄이기 위한 옥내저장시설 설치에 3000억원, 슬래그 냉각장 신설과 환경집진기 증설 등에 900억원을 투자한다. 

포스코는 최근 포항제철소 소결공장 SCR 준공식 열기도 했다. 포스코는 이번 SCR 준공으로 소결공장에서 발생하는 질소산화물은 SCR 설치 전 140~160ppm에서 최대 80% 저감된 30~40ppm 수준까지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는 올해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서는 부생가스 발전시설의 SCR 설치 및 고효율 합리화와 노후 발전설비를 대체할 친환경 복합발전기 설치, 밀폐형 석탄 저장설비 8기 설치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말까지 총 9700억원의 투자비를 집행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TMS(Tele-Monitoring System) 시스템 구축과 대기질 예보 기능을 갖춘 대기환경관리시스템 등 스마트 기술을 활용한 친환경 관리시스템 개발도 추진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 3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주력했던 자동차 산업이 내연기관 위주였지만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며 “이차전지 소재인 양·음극재 생산능력 확대를 적극 검토하는 등 친환경을 비롯한 신성장 동력 확보에도 지속해서 노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대제철도 최근 제철소 온실가스 저감과 환경개선에 2021년부터 5년간 4900억원을 추가로 투자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지난 2016년부터 올해까지 환경에 투자한 5100억원을 더하면 10년간 환경 관련 투자액만 총 1조원에 달한다. 

최근 현대제철은 당진시와 당진제철소의 온실가스 저감 및 환경개선을 위해 상호협력을 다짐하는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현대제철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 5년 동안 약 4900억원을 투자해 제철소 환경개선을 추진하는 등 협약 내용을 이행할 계획이다.

우선 2025년까지 코크스 건식소화설비(CDQ) 설치를 통해 코크스 냉각시 발생하는 폐열을 회수, 증기 및 전력으로 재생산하는 방식으로 온실가스 감축에 기여한다. 이를 통해 연간 약 50만톤 이상의 온실가스가 감축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회사는 기대하고 있다. 이 밖에 대기오염물질 배출 저감을 위해 방지시설 추가 설치 및 개선, 항만에 정박 중인 선박을 위한 육상전력 공급장치(AMP) 설치 등 전방위적 환경개선을 실시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이미 올해 6월, 3소결공장 개선공사를 조기 완료함으로써 모든 소결공장의 청정설비 개선을 마쳤다. 그 결과 올해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8000톤으로 예상된다. 청정설비가 비정상으로 가동하기 직전 시점인 2014년 1만4978톤보다 약 46% 줄어든 수치다. 특히 자발적 협약 기준인 2016년 배출량 2만3477톤보다는 약 66%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현대제철은 지난달 말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해 내년 투자계획부터 제철소 코크스 건식소화설비를 신설하기로 결정했다”며 “투자비로 약 3500억원이 들어가지만 탄소배출권 감축량이 전체 비용을 상쇄하고도 5~6년 내에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동국제강은 2010년부터 선제적 설비 투자로 친환경 공장 구축에 앞장서왔다. 친환경 공장으로 탈바꿈한 인천제강소가 대표적이다. 동국제강은 4700억원을 투입해 인천제강소의 낡은 전기로와 철근 압연라인을 온실가스배출이 적은 친환경 설비로 교체했다.

지난 2012년에는 업계 최초로 기존 틀을 완전히 깬 에코아크전기로를 도입, 저탄소-친환경 철강 생산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코아크전기로는 에너지 절감을 위해 원료인 철스크랩을 전기로에 연속 공급해 에너지 효율 극대화와 이를 통한 온실가스배출 저감효과에 초점을 맞춘 혁신적인 전기로 제강 공법이다. 쇳물이 녹고 있는 상태를 유지하면서 원료 투입이 가능해 에너지 효율을 높은 것이 특징이다. 동국제강에 따르면 약 30%의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으며 그만큼 CO₂ 배출감소로 이어져 온실가스 감축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 밖에 동국제강은 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질소산화물을 줄이기 위해서 ‘보열로’라는 친환경 설비를 도입, 작업 과정에 투입되는 LNG가스를 70% 줄여 질소산화물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낮추기도 했다. 동국제강이 매년 오염 물질 저감에 들이는 비용만 5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진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친환경 정책이 확대되면서 철강업계가 환경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며 “장기적으로 보면 오염물칠 배출 감소를 통한 비용 절감 효과는 물론이고 기업 이미지 제고 효과도 있어 투자로 봐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 친환경 투자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철강업을 둘러싼 환경 변화가 빨라지고 있지는 만큼 기업들의 환경 투자는 더욱 늘어날 것이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