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제주항공
출처=제주항공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업계가 버티기에 나선 가운데 제주항공은 그나마 적자폭을 줄이며 충격을 최소화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더라도 국제선 여객 수요 회복 시기는 가늠할 수 없어 유동성 마련을 위한 전략이 시급하다.

제주항공, 코로나19 속 3분기 적자폭 줄였다 

1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596억원, 영업손실 706억원, 당기순손실 668억원으로 잠정 공시 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83.9%, 303.5% 줄었고 당기순이익도 121.6% 감소했다. 6개 분기 연속 적자다. 

다만 제주항공은 코로나19 와중에도 적자폭을 150억원 가량 줄여 충격을 최소화했다는 평가다. 실제 직전분기와 비교할 경우 매출은 64.6%, 영업익은 17.9% 늘었으며 당기순이익도 33.7% 확대됐다. 영업이익률도 같은 기간 6%에서 7%로 1%p 개선됐다.

시장 전망치를 하회하는 어닝쇼크지만 최악의 상황은 면한 셈이다. 앞서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제주항공이 3분기 680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제주항공의 이번 실적은 국내선 여객 수요 반등에 따른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제주항공은 국제선 4개와 국내선 9개 노선을 운항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과 해외여행 수요 급감으로 국제선은 전년 동기 대비 99% 가량 줄었지만 3분기 여름휴가와 추석에 따라 국내선 수요는 소폭 회복됐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추석이 있던 지난 10월 국내 항공사 8곳의 국내선 여객수는 547만7278명으로 전년 동기 605만5846명 대비 9.6% 감소하는데 그쳤다. 전월 368만9758명과 비교할 경우 48.4% 늘어난 수치다. 제주항공만 놓고 보면 10월 국내선 여객수는 50만1579명으로 전년 동기 43만8253명 보다 늘었다. 

자구안을 통한 비용절감 노력도 효과를 본 것으로 보인다. 제주항공은 올 초부터 경영진 임금 30%를 반납하는가 하면 직원 유급 휴가제를 통해 임금의 70%만 지급하는 등 허리띠 졸라매기를 이어오고 있다. 

4분기 비수기인데 국제선 회복 시점 막막

제주항공이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으나, 코로나19 충격을 언제까지 견뎌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고정비 부담으로 현금이 계속 빠져나가고 있지만 마땅히 수익을 낼만한 방도가 없어서다.

채권단과 정책금융기관, 기간산업안정기금 등 정부의 제주항공 1900억원 금융지원이 확실시되는 분위기지만 이 또한 내년 상반기 안으로 소진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3분기 실적 방어의 공신으로 꼽히는 국내선의 경우 4분기부터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되는 점도 부담이다. 계절적 비수기로 수요 둔화가 예상돼서다.

국내선 경쟁 심화로 운임의 추가 하락도 예상된다. 최근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앞 다퉈 국내선을 확장하며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 결과 출혈경쟁이 심화되면서 7000원~1만원대의 제주행 티켓도 등장했다. 제주항공의 수익성 제고효과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국 화이자사의 코로나19 백신 임상3상 중간 결과가 긍정적으로 발표나면서 항공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국제선 여객 수요가 언제쯤 본격 살아날지는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해 기준 제주항공의 매출액을 보면 국제여객이 74.6%, 국내여객이 16.8%다. 국제선 수요가 살아나야 제주항공의 실적 개선이 본격화될 수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사실상 4분기 해외여행 수요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 임상 3상은 최종 결과가 아닌 초기 중간결과이기 때문에 추가로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다. 또한 국내 보건당국에 따르면 임상 3상을 통과하더라도 다른 국가의 부작용 사례 확인과 접종 전략의 수정, 보완이 필요하기 때문에 접종 가능 시점은 하반기 이후가 될 전망이다. 

아울러 백신이 보급되더라도 본격적인 국제 여객 수요 회복까지는 6개월 이상의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IATA(국제항공운송협회)의 설문에 따르면 응답자의 60%는 코로나19가 진정되고 나서도 비행기 표를 구매하기까지 두 달 정도를 기다릴 것이라고 했으며, 40%는 적어도 6개월을 기다릴 것이라 응답했다.

제주항공의 경우 현재 특별한 노선 증편 계획도 없어 4분기 국제선 수요는 3분기와 유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제주항공은 국제선으로는 ▲인천~오사카 ▲인천~웨이하이 ▲인천~마닐라 ▲인천~사이판 노선만을 운항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상호 협정이 이뤄진 국가 간에는 상대국 여행객의 입국 후 격리 조치를 면제해 주는 트래블 버블(Travel Bubble)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지만 수익성 제고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심지어 항공 화물로 인한 반사이익을 기대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22일 여객기 좌석을 활용, 태국 방콕 노선으로의 화물 운송을 시작했다. 항공 화물 사업 호조세로 풀서비스캐리어(FSC)들이 뜻밖의 수익을 낸 데 따른 것이다. 일례로 대한항공의 경우 여객 수요가 대폭 줄어든 상황에서 2분기에 이어 3분기도 흑자를 거뒀다. 하지만 LCC의 경우 기단과 기재, 인프라, 노하우 등에서 FSC에 크게 뒤지는 상황이다. 

FSC들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백신 수송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제주항공을 포함한 LCC의 경우 백신 수송의 수혜를 받기도 어렵다. 한 FSC 관계자는 “IATA의 인증을 받은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항공 외 항공사는 사실상 백신 수송이 불가하다고 봐야한다”며 “저온을 유지하는 게 중요해 전용화물기나 시설 또는 장비를 갖춘 회사만이 가능하다. LCC들의 화물칸에는 저온유지 시설이 없다. 밸리카고에도 백신을 실을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