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영국의 괴짜 억만장자 리처드 브랜슨이라는 사람이 있다. 글로벌 항공사 버진 애틀래틱을 이끄는 그는 최근 코로나19에 항공업이 타격을 받자 심각하게 파산을 고려할 정도로 어려움에 처해있다. 

그러나 이 괴짜 CEO가 그렇게 쉽게 쓰러질 것이라는 생각은 도통 들지 않는다. 2018년 1월10일 아일랜드 더블린 컨벤션 센터에서 당시 UFC 라이트급 챔피온 코너 맥그리거의 앞을 가로막은 후 웃통을 벗고 '맞짱'을 신청하거나, 자기가 운영하는 항공사의 비행기에 탑승해 스튜어디스로 분장한 후 다리털을 밀고 기내 서비스를 하거나, 버진 콜라를 미국에 알리고 코카콜라를 제압하겠다며 뉴욕 타임스퀘어 한복판에 탱크(포탄만 없었을 뿐 진짜 탱크)를 몰고나와 코카콜라 광고판에 콜라를 쏘아대거나, 중요부위만 가린 알몸 차림의 사진을 찍어 '굳이 그의 알몸을 궁금해하지 않는' 미국인들에게 뿌리거나, 요트로 대서양 일주에 나섰다가 조난당해 익사 직전 구조되던 그는 언제나 유쾌함과 파격의 사이에서 살아남았고 버텨왔기 때문이다.

리처드 브랜슨 SNS. 출처=갈무리
리처드 브랜슨 SNS. 출처=갈무리

버진 하이퍼루프, 사람을 태우다
'살짝 돈 사람이 아닐까'라는 이 괴짜 CEO가 이끄는 버진 하이퍼루프가 이번에 '대형 사고'를 쳤다. 한국에서 쌀 한가마니를 실은 중국산 드론이 6분간 하늘을 날기 이틀 전인 8일(현지시간) 시속 172㎞(107마일)의 최고속력의 하이퍼루프에 사람을 태우고 질주했기 때문이다.

하이퍼루프는 진공관을 활용한 수송 시스템이다. 2013년 일론 머스크 CEO가 처음 제안했으며, 현재 미국 라스베이거스 사막에는 536미터의 하이퍼루프 강관이 건설되어 있다. 

하이퍼루프는 대중교통의 혁신으로 평가받는다. 일론 머스크는 보링 컴퍼니를 통해 하이퍼루프 개발을 주도하고 있으며 여기에 리처드 브랜슨 CEO도 출사표를 던졌다. 그는 2014년 버진 하이퍼루프를 설립, 현재 초고속 대중교통 사업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여주고 있다.

출처=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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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을 향해
물론 원조인 머스크의 존재감도 상당하다. 테슬라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CEO는 지난해 12월 19일 미국 캘리포니아 LA에서 지하터널 루프를 처음 공개했다. 머스크가 설립한 더 보링 컴퍼니가 만든 루프는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 본사가 위치한 LA 남부 호손에서 LA 국제공항(LAX) 쪽으로 설치된 길이 1.14마일(1.83㎞)의 지하터널이다.

현장에서 모델X가 루프를 달리는 장면이 시연됐다. 지상에 모델X가 정해진 위치에 주차하면 9m 아래의 땅속으로 내려가 루프의 입구에 내려가는 방식이다. 당시는 시속 64Km의 속도로 지하터널을 3분만에 주파했으며, 상용화가 이뤄지면 최대 시속 241Km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측면바퀴가 모델X의 양 옆에 설치되면 지하터널을 달리는 방식이며 건립비용은 1000만달러다. 

국내서는 한국철도기술연구원(철도연)이 11일 초고속열차 ‘하이퍼튜브’의 성능을 확인했다는 발표를 내기도 했다. 비록 축소형 주행시험에 머물렀으나 1000Km의 속도를 낸다는 설명이다.

포스코도 관심을 두고 있다. 지난 6일(한국시각) 타타스틸 유럽과 영상으로 협약식을 열고 하이퍼루프 전용강재와 구조 솔루션 개발 및 글로벌 프로젝트 공동참여 등 사업분야 전반에 대한 협약을 체결했다. 하이퍼루프에서 핵심은 고속이동을 위한 튜브의 직진성과 안정성 확보이며 이를 위해서는 사용 소재가 기밀성·가공성·경제성 등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 철강은 다른소재에 비해 하이퍼루프 내부압력을 최대한 진공상태로 오랫동안 유지하는 기밀성과 튜브 연결부위의 정밀한 가공성 등이 뛰어나 가장 적합한 소재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협약으로 포스코와 타타스틸 유럽은 하이퍼루프의 성능과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는 솔루션으로 지름 약 3.5m의 거대한 강철 튜브를 제시하고, 맞춤형 고품질 철강재와 혁신적인 튜브 디자인을 개발할 예정이다. 또한 유럽 등에서 진행중인 글로벌 하이퍼루프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고 하이퍼루프 관련 회사들과도 협력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포스코 이덕락 기술연구원장은 "포스코는 하이퍼루프 관련 다양한 형태의 강재 튜브 설계, 구조 최적화 연구를 10여 년 전부터 진행해 왔으며, 구조 안정성과 경제성 측면에서 최적의 강재와 구조 솔루션을 개발해 친환경 교통수단인 하이퍼루프의 실용화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출처=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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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어려운 길
하이퍼루프가 상용화되면 이동의 개념이 달라진다. 지하에서, 혹은 지상에서 초고속으로 움직이는 하이퍼루프는 기존 도시의 교통체제와는 차원이 다른 속도를 자랑하며 시공간의 한계를 돌파하기 때문이다. 

다만 하이퍼루프 구축 비용이 많이 내려갔다지만 여전히 고가며, 여기에 '과연 현실적인 사업성이 있느냐'는 의문도 여전하다. 무엇보다 환경오염 등의 문제도 제기된다. 주로 터널을 구축하며 벌어지는 일이다. 실제로 일론 머스크는 당초 로스앤젤레스에 터널을 구축하려고 했으나 환경단체들의 반발로 라스베이거스를 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