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상품이 롯데온과 네이버 최저가에서 가격차를 보이고 있다. 사진= 각 사 페이지 캡쳐
같은 상품이 롯데온과 네이버 최저가에서가격차를 보이고 있다. 사진= 각 사 페이지 캡쳐

[이코노믹리뷰=편은지 기자] 코리아세일페스타(이하 코세페) 할인율이 올해도 도마에 올랐다. 코로나19 경제위기를 극복할 내수 진작 방안으로 ‘역대급 세일’을 알렸던 만큼 기대에 부푼 소비자들이 많았으나 이번 역시 ‘하나마나’한 할인율이었단 지적이다. 특히 코세페 기간 구매했던 제품이 네이버 최저가에서 더 저렴하게 구매가 가능한 경우가 많아, 코세페에 대한 실망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9일 롯데쇼핑(023530) 유통사 플랫폼 ‘롯데온’에서 코세페 할인이 적용된 상품을 네이버 쇼핑과 비교한 결과, 같은 제품임에도 가격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가 약 35만원의 A겨울점퍼는 롯데온에선 31만3000원인 반면 네이버 최저가에서는 27만5000원으로 검색됐다. 원가 5만8000원 가량의 B점퍼 역시 롯데온에선 4만2000원, 네이버 최저가에선 3만5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이는 오프라인에서도 마찬가지다. 소비자 김 씨는 지난 7일 백화점에서 코트를 구매한뒤 네이버에서 같은 상품을 검색하고 가격이 더 저렴한 것을 확인했다. 네이버 최저가로는 8만원 가량 더 낮았다.

김 씨는 “코리아세일페스타 기간이 국내 최대 할인행사라는 말에 (상품을) 구매했었다”며 “같은 제품을 네이버에서 구매하면 훨씬 저렴한데 ‘역대 최대 할인’이란 홍보를 하는 것은 소비자를 우롱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판매자가 할인율을 정하는 구조, 사라진 '정찰제'...제각각 '할인율'

사실 이러한 문제는 국내 유통구조상 빈번히 일어나는 일이다. 유통업체가 가격에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판매자가 할인율을 정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같은 상품이더라도 온라인 트래픽이 강점인 네이버에서 구매하는 소비자가 많기 때문에 판매자는 손해를 감수하고 더 저렴한 가격에 올려놓는 것이다.

쿠팡에 같은 제품이 다른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출처=쿠팡 홈페이지 캡쳐
쿠팡에 같은 제품이 다른 가격으로 판매되고 있다. 출처=쿠팡 홈페이지 캡쳐

특히 롯데온을 비롯해 쿠팡, 위메프 등 국내 이커머스업계가 대체적으로 '오픈마켓'을 도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가격 차이가 더 심하게 발생했다. 같은 상품이더라도 여러명의 판매자가 상품을 올리다보니 한 유통업체 안에서 같은 제품 가격이 다르게 나타나는 일도 빈번했다. 

오프라인에서도 할인혜택을 얼마나 제공하는지에 따라 같은 상품이라 하더라도 매장마다 가격이 달라졌다. 사실상 신상품이나 고가제품이 아니라면 ‘정찰제’라는 개념은 이제 찾아보기 힘들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이에 업계 안팎에선 코세페가 블랙프라이데이, 광군제와 같은 유통구조를 가지지 않고선 성공하기 힘들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아무리 ‘역대급 할인’ ‘최대할인’과 같은 수식어를 붙여도, 사실상 판매자가 적용하는 할인율을 높이지 않으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할인 혜택은 미미하다는 것이다. 블랙프라이데이를 실시하는 미국의 경우 유통사가 물건을 대량 매입하기 때문에 연말에 팔리지 않은 재고상품을 값싸게 팔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중국, 미국과 유통구조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유통기업들이 나서서 할인해줄 수 없다. 제조기업이 할인율을 높이지 않는 이상 소비자들은 체감하기 힘들 수 있다”며 “판매자가 스스로 마진을 낮추고 소비자가 많이 몰리는 채널에 할인율을 높이는 구조이기 때문에 코세페라 하더라도 판매자 선택에 맡길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소비자들의 소비 화력이 낮아지면서 국내 기업들도 하루앞으로 다가온 중국의 광군제에서 매출 반등을 노리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광군제용 특별 세트’를 기획하는가 하면 추가 쿠폰 등을 증정하기도 한다.  

실제 지난 1~3일 진행된 광군제 1차 행사에서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 ‘후’는 사전예약판매 11분만에 5억1100만 위안(871억 원)의 판매고를 올리는 등 성과를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가전기업 쿠쿠전자도 지난 1일 하루 동안 광군제에서의 매출이 10월 한 달 동안 집계된 매출보다 118%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세페 할인 혜택이 적다보니 국내 기업 제품이더라도 광군제나 미국 블랙프라이데이 등에서 오히려 역직구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국내 제조기업들도 코세페보다는 광군제에 역수출해 올해 부진했던 매출을 회복하는 데 중점을 두는 분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