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대의 가장 큰 관심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 말기에 접어들어 관계가 더 험악해진 중국과의 관계를 바이든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캡처
바이든 시대의 가장 큰 관심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 말기에 접어들어 관계가 더 험악해진 중국과의 관계를 바이든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출처= 월스트리트저널(WSJ) 캡처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조 바이든 후보의 승리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세계를 상대로 호전적인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움에 따라 워싱턴에 대한 신뢰가 흔들렸던 많은 미국 동맹국들로 하여금 안도의 한숨을 내쉬게 만들었다고 블룸버그 통신이 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파리 기후변화협약에 다시 가입하고, 코로나19와 싸우기 위해 다른 나라들과 더욱 긴밀히 협력하고, 이란 핵협정을 되살리기 위해 노력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 의제의 상당 부분을 빠르게 뒤바꿀 것으로 예상된다.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나토 동맹국들은 앞으로 트럼프가 했던 것 같은 공개적 비난을 받지 않아도 될 것이고, 러시아와 북한 같은 적대국 지도자들이 칭송을 받는 일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외교 사회 일각에서는 공화당이 상원을 계속 장악한다면 바이든이 모든 것을 되돌릴 수 없으며 외교 문제에 관한 미국의 장기적 신뢰에 대한 우려를 완전히 씻어낼 수는 없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외교관계위원회(Council on Foreign Relationships)에서 글로벌 지배구조 및 다자주의를 연구하는 스튜어트 패트릭 수석연구원은 "이제 세계는 격랑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동맹국들이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되겠지만, 이른 바 트럼피즘이 완전히 죽지는 않을 것이며 그 이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중국 문제와 무역 문제 등 주요 주제에 대한 유럽과의 견해차는 여전하겠지만, 바이든과 그의 국가안보 팀은 다른 나라 지도자들이 변덕스럽고 때로는 불쾌하다고 생각했던 트럼프 행정부보다는 보다 친절한 운영 방식을 선택할 것이다.

바이든은 지난 7일 델라웨어주 윌밍턴(Wilmington)에서 환호하는 지지자들에게 "오늘밤 전 세계가 미국을 주시하고 있다.”며 “최고의 미국은 미국이 지구촌의 등불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힘으로 모범을 보여줄 뿐 아니라 모범에서 우러나오는 힘으로 미국을 이끌어 갈 것입니다."

선거를 앞두고 유럽 관리들은 유엔, 북대서양조양기구(NATO), 세계무역기구(WTO)에 이르는 다자 체제가 트럼프 대통령의 4년을 더 버틸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해 왔다. 무역과 환경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제로섬(zero-sum, 쌍방 득실의 차가 없는) 접근방식은 특히 유럽과의 관계를 악화시켰다.

하버드대 국제정치학 스티븐 월트 교수는 "트럼프와 거래하는 것은 아마도, 특히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매우 불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와 직접 거래를 즐기는 사람은 없습니다. 바이든이 앞으로 어떤 스타일을 보이든 트럼프 보다는 엄청난 발전이 될 것입니다.”

상원 외교위원장과 부통령 등 거의 50년을 미국 정부에서 지낸 바이든은 트럼프가 훼손한 전후 국제 질서의 미국 리더십을 회복할 것임을 거듭 천명해 왔다.

'우리가 돌아왔다'

바이든은 지난 7월 애리조나 TV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이기면 첫 날, 나토 동맹국들과 '우리가 돌아왔다'고 전화 통화할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미국의 우방국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지구 기후 문제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보낼 것이라는 낙관론을 피력했다. 많은 우방국 지도자들은 바이든 당선 축하 메시지에서 환경을 주요 우선순위로 꼽았고, 코로나 19 대유행과 싸우기 위한 더 큰 협력을 당부했다.

유럽의 경제 싱크탱크 브뤼겔(Bruegel)의 시몬 타글리아피에트라 연구원은 "바이든 대통령이 되면 미국의 탈탄소화 과정이 크게 가속화될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기후변화 노력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공화당이 상원을 계속 장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바이든의 기후 어젠다가 대부분 행정명령을 통한 조치에 국한될 수 있지만, 바이든은 15년 안에 미국에서 탄소 배출 제로 전력망 구축에 2조 달러를 투입한다는 기후 계획을 제안한 바 있다.

세계적으로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이 좀처럼 억제되지 않으면서 바이든은 트럼프 대통령이 세계보건기구(WHO)를 탈퇴하기로 한 결정을 번복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탈퇴하며 폐기를 시도하는 이란 핵협정도, 유럽은 바이든 행정부와 협력을 통해 되살리겠다는 입장이다. 이 지역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중동에서 미국과 비교적 가까운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 같은 나라들은 오바마-바이든 행정부 이후 제쳐놓았던 이란과의 회담 테이블을 다시 소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든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이란이 핵 문제를 신뢰할 만한 외교 채널로 가져올 것을 제안한다. 이란이 핵협정을 엄격히 준수하는 쪽으로 선회한다면, 미국은 이 협정에 다시 참여할 것"이라고 밝히고 “동맹국들과 협력해 핵협정 조항을 강화 확대하는 한편 다른 관심사들도 진지하게 다루겠다”고 말했다.

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면서 가장 큰 영향은 미국이 동맹국들과 더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협력할 수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유럽의 동맹국들은, 무역에서부터 기후, 평화 노력에 이르기까지 모든 외교적 중요 문제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결정을 뉴스를 듣고 알아야만 했다.

하버드대 국제정치학 스티븐 월트 교수는 "트럼프와 거래하는 것은 아마도, 특히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매우 불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DW
하버드대 국제정치학 스티븐 월트 교수는 "트럼프와 거래하는 것은 아마도, 특히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에게 매우 불쾌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DW

갈등 요인 여전히 존재

그러나 일부 영역에서는 미국의 이익에 대한 국내 의견이 엇갈리고 있어, 여전히 다른 나라들과의 갈등이 지속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외교계의 한 소식통은 "러시아와 중국에 대한 강경 모드, 기술 회사들에 대한 규제, 무역과 국방비 지출 등 여러 문제에서 유럽과 미국의 입장 차는 여전히 크다”고 지적했다.

브라질의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의 경우는 트럼프의 판박이라는 소리를 들을 정도로 중남미의 어느 지도자들보다 트럼프와 가까이 지냈다. 그는 아마존 열대우림의 삼림 벌채 확대를 비판해 온 바이든 체제 하에서는 자신의 입지를 수성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또 바이든이 멕시코에 대한 지원 문제와 베네수엘라의 정치·경제 위기를 어떻게 다룰지에 대해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중동 동맹국들은 바이든의 승리를 다소 양면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 사우디와 터키, 이집트, 이스라엘 같은 나라들은 자국 내 인권 문제에 대해 모른 척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은근히 선호해 왔다. 그러나 바이든이, 트럼프 행정부가 최근 이루어 놓은 이스라엘과 아랍국가들 간의 정상화 합의를 되돌릴 가능성은 낮다.

가장 관심을 끄는 대목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 말기에 접어들면서 관계가 더 험악해진 중국과의 관계를 바이든이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하는 것일 것이다. 바이든도 트럼프와 같이 중국에 대해 강경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바이든은 직접적인 규제 공세보다는 동맹국들과 협력해 중국이 '규칙에 따라 행동하도록' 강요할 것이라고 약속했었다.

포르투갈의 외교장관을 지낸 허드슨 연구소(Hudson Institute)의 브루노 마카에스 비상임 수석연구원은 "바이든의 미국이 다자간 협상 체제로 회귀할 경우 중국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아시아, 특히 일본과 인도에서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유럽이 경제적으로 중국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지지한다 하더라도, 아시아에서 중국의 군사적 영향력을 키우는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과 입장이 다를 수 있다고 카네기 유럽의 로사 발포르 소장은 지적했다.

"중국이 대만에 대해 긴장을 고조시킬 경우, 유럽이 미국과 같은 입장에 서게 될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유럽은 아시아에서 중국의 부상이나 남중국해에서의 역할에 대해 그렇게 관심이 높지 않습니다.”

일부 지도자들은 바이든이 인종, 경찰의 잔혹성, 불평등을 둘러싼 이슈가 표면화되면서 극심하게 갈라진 미국 내 유권자들의 양극화로 큰 도전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미국 의회는 코로나가 재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새로운 경기 부양책에 합의하지 못했다.

에르나 솔베르크 노르웨이 총리는 8일 브리핑에서 "내년에는 미국이, 최대 도전인 내부 분열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버드대 월트 교수는 "미국과 동맹국들의 입장 차가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 트럼프 시대 이전으로 완전히 되돌아갈 수 는 없겠지만, 많은 지도자들이 악몽에서 깨어났다고 생각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