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주최한 ‘2020 KOBC 마리타임 컨퍼런스’에서 정영두 한국해양진흥공사 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이가영 기자
4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주최한 ‘2020 KOBC 마리타임 컨퍼런스’에서 정영두 한국해양진흥공사 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이코노믹리뷰 이가영 기자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코로나19와 미중갈등, 4차 산업혁명 등으로 해운업계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빅데이터 처리 능력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데이터가 산업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가운데, 빅데이터를 어떻게 모으고 처리하느냐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분위기다.

코로나19·미중갈등 등 해운업 불확실성 증대

4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주최한 ‘2020 KOBC 마리타임 컨퍼런스’에서 정영두 한국해양진흥공사 부장은 “과거에는 기업들이 중요한 의사결정을 할 때 시황이 올라갈 것인지 떨어질 것인지 수급이 증가할 것인지 줄어들지, 혹은 심리 변수가 어떻게 이동하는지 등으로 판단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정보의 양과 변수가 매우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예전에는 내가 얼마나 신속정확하게 빨리 정보를 입수하느냐가 정보력의 기본이었지만 지금은 정보의 핵심을 파악하고 처리, 분석하는 것까지 병행돼야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빅데이터 수집 및 운용에 대한 일반적인 접근이다. 그렇다면 해운업계가 이러한 측면의 고민에 들어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해운업계의 불확실성은 점점 더 증대되고 있다. 올 들어 가장 큰 변수는 뭐니뭐니해도 코로나19의 발현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인적 이동은 물론 교역량이 둔화하면서 해운업에 직접적 악영향을 끼치는 상황들이 발생했다. 그 결과 국제통화기구(IMF)는 지난 6월 해운업 경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교역성장률이 올해 –11.9%를 기록할 것이라 발표하기도 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의 갈등 또한 점점 격화되는 모양새다. 코로나19를 둘러싼 책임공방은 물론 미국과 달리 중국이 코로나19 통제에 성공한 것으로 보이며 패권을 둘러싼 양국간 경쟁이 역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2차 무역분쟁은 물론 보호무역주의 부상으로 디커플링(탈동조화) 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4차 산업혁명으로 전자상거래가 증가하고 과거 소품종 대량생산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으로 변화하는 등 생산과 소비패턴이 달라지면서 해운업은 그야말로 그 어느 때보다 격랑의 소용돌이 한 가운데 서있다. 

국적선사 리서치 기능 미미… 선사간 정보 불균형 커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려면 정확한 정보를 바탕으로 한 합리적 의사결정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방대한 정보로 의사결정의 불확실성은 더욱 늘어가는 실정이다. 이에 양질의 정보를 선별하고 분석하는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밖에 없는 이유다.

해외에서는 이미 빅데이터와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한 의사결정이 활발이 진행되고 있다. 일례로 글로벌 1위 선사인 머스크는 디지털 본부를 설립해 운영하고 있으며 IBM과 조인트벤처인 트레이드렌즈를 설립해 해운빅데이터 확보에 나서고 있다. 머스크는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선박 효율성을 최대 7~8% 증가시킨 것으로 알려진다. 현재 트레이드렌즈를 도입한 국가는 캐나다, 사우디아라비아, 요르단, 아제르바이잔, 싱가포르, 태국, 인도네시아 등 총 11개국에 달한다. 

하지만 국내 국적선사들의 자체 리서치 기능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대형선사와 중소형선사간 정보 불균형 현상도 심각한 상황이다. 정보 자체의 수급이 어려운 상황에서 정확한 분석 능력을 요구하기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당연히 기업의 의사결정 또한 제대로 이뤄질 리 만무하다. 

사례는 선명하다.

지난 2017년 운임회복세에도 불구하고 국내 원양 선사인 HMM(구 현대상선)의 세전영업이익률은 7.3%, SM상선은 18.1%로 모두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반면 HMM과 비슷한 규모의 Zim과 K-line의 세전영업이익률은 각각 5.4%, -0.1% 를 기록해 상대적으로 낮은 적자폭을 기록했다. 동일한 시황에서 국적 컨테이너선사들이 상대적으로 낮은 경영성과는 의사결정의 중요성을 시사한다. 

정영두 부장은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리스크 제로가 아니라 망하게 된다”며 “리스크를 어떻게 관리하는가에 따라 호황기에 남들보다 많이 벌 수 있고 불황기에 손실을 덜 낼 수 있다. 이에 현실적 목표를 찾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빠르고 신속한 정보와 함께 글로벌 시장, 경쟁선사 동향 모니터링과 분석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데 해운업 정보는 대다수 유럽에 집중돼있고, 국내의 경우 대형선사보다 중소형선사가 정보를 적게 갖고 있는 불균형이 있다”며 “코로나19도 그렇지만 올해 중국의 홍수가 대단히 큰 변수가 될 뻔 했다. 이런 것들 해운산업정보센터에서 정기적 또는 수시로 심층 리포트를 제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많이 활용해 달라”고 당부했다.   

업계에서는 큰 변화가 없는 해운업'마저' 빅데이터에 집중하는 장면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빅데이터를 단순히 모으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를 가공해 의사결정의 중요한 축으로 활용하려는 행보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이는 데이터의 확보는 물론 가공과 운용에 대한 산업 전반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음을 시사한다. 그 연장선에서 코로나19라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맞아 해운업이 모색하려는 다양한 해법에도 시선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