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롯데쇼핑.
출처=롯데쇼핑.

[이코노믹리뷰=전지현 기자] “출범 초기 불안했던 시스템 문제를 해결하고, 안정화와 함께 퍼스트먼데이와 롯데온세상 등 대형 마케팅 행사를 통해 고객 유치에 만전을 가하자.”

최근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문 대표가 내부 직원들에게 강조한 말이다. 이는 조 대표가 롯데 유통 7개 계열사 온라인 플랫폼을 통합한 ‘롯데온(ON)’이 베일을 벗은 지난 6개월간 입버릇처럼 해온 말이기도 하다. ‘롯데온’이 론칭 초기 경험했던 뼈아픈 과오를 더이상 좌시하지 않겠단 각오인 것이다.

조 대표가 롯데의 이커머스 사령탑에 오른지 10개월. ‘롯데온’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조 대표의 색깔이 뚜렷해진 동시에 존재감도 커지고 있다. 이커머스시장 경쟁에 불을 지피며 3년 뒤 매출 20조 달성으로 ‘유통계 넷플릭스’가 되겠단 조 대표의 목표가 한층 현실화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허례허식 없는 ‘제롬’?… ‘조영제 색깔’ 짙어지다

조 대표는 지난해 말 롯데지주 가치경영팀에서 롯데쇼핑으로 자리를 이동하며 이커머스 사업 전권을 잡은 주인공이다. 지난 1990년 롯데백화점에 합류한 조 대표는 2011년 롯데온 모태인 ‘엘롯데’를 주도한 롯데 이커머스 사업 전문가로 손꼽힌다.

2017년부터는 지주 경영전략실로 자리를 옮겨 유통부분 청사진을 그리다 지난해 말 그룹의 온라인 핵심 역량을 하나로 모은 e커머스 사업본부 지휘봉을 잡았다. 그리고 5개월여가 된 지난 4월 말 공식적인 데뷔전(롯데온 출범 기자간담회)을 통해 “2023년까지 롯데온 매출 20조원 달성”이란 도전장을 내놓으며 전면에 나섰다.

업계에서는 롯데온 초기, 유통공룡의 뒷북 도전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곤 했다. 전통적인 유통 구조를 갖고 있으면서도 ICT(정보통신기술)를 기반한 ‘테크’도 보유한 이커머스 시장과 달리 단순 계열사 온라인 통합으로 ‘브랜딩 작업(롯데온)’에 나선 롯데의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였다.

하지만 조 대표는 이 같은 시장의 불안한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고, 빠른 속도로 조직부터 변화시켜 나갔다. 지난 6월 시도된 임직원 전원 상호간 ‘영어 호칭’도 조 대표 작품이다.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기 위해선 창의적이고 수평적 소통을 통한 업무 혁신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때문에 e커머스 사업부에서는 조 대표를 ‘제롬(Jerome)’이라고 부른다. 롯데쇼핑 내부 한 관계자는 “조 대표는 상당히 외향적인 인물로 내부 직원들을 대함에 있어서도 권위의식이 없고 열린 소통을 추구한다”고 귀띔했다.

최근 조 대표는 직접 나서 오픈마켓 플랫폼 전문가도 영입했다. 11번가 출신 김현진 플랫폼센터장(상무)과 임현동 상품부문장(상무급)은 지난 10월 23일부터 진행된 역대 최대 2조원 규모 ‘롯데온세상’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롯데온은 그룹내 핵심 사업으로 떠오른 만큼 조 대표 어깨도 무거워졌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과거의 경영방식을 모두 버리고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유통사업의 중심축 이동을 선언한 ‘옴니채널’ 전략 중심에 서 있어서다. 이 같은 조 대표의 조직내 무게는 보고체계에서도 엿보인다. 조 대표는 롯데온에 대해 신 회장에게 직접 보고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쑥쑥’ 크는 롯데온, 6개월 만에 시장 연착륙

조 대표는 최근 일련의 롯데온 성적표로 실력을 입증해 나가고 있다. ‘롯데의 야심작’ 롯데온 매출 상승세는 매서울 정도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롯데온 9월 매출은 론칭 직후인 지난 5월보다 60% 이상 신장했고, 10월 매출 역시 전월 대비 15% 올라설 전망이다. 상품 데이터를 기반으로 검색 및 추천 서비스가 안정화됨에 따라 방문자수 대비 구매자수를 나타내는 구매전환율도 30% 넘게 증가했다.

출처=롯데쇼핑.
출처=롯데쇼핑.

우수고객 증가율도 눈여겨 볼만하다. 롯데온은 지난 7월부터 계열사별로 상이했던 등급제를 하나로 묶어 통합 등급제를 시행한 결과, 우수 고객 숫자가 시행초 대비 2배 증가했고, 유료회원인 롯데오너스 숫자도 30% 가량 상승했다. 자주 방문하고 구매하는 고객에게 무료배송권과 할인쿠폰을 지급해 우수 고객을 확보하겠단 전략이 적중한 것이다.

롯데온 상위 0.5% 우수 고객이 전체 매출 약 20%를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등급제신설은 우수고객 록인(Lock-In) 및 증가에 있어 성공적이었단 것이 내부 평가다. 이에 롯데쇼핑은 롯데온 등급별 혜택을 강화하고, 계열사 내 등급제 확대를 검토 중이다.

이 같은 롯데온의 성공적인 지표들은 지난 9월부터 시작한 마케팅 행사들이 주효했다. 매월 첫 번째 월요일에 진행하는 퍼스트먼데이는 첫 행사 당일 매출만 전주 대비 2배 늘었고, 판매 건수와 구매자수도 각 두 자릿수 이상 신장률을 나타냈다. 행사 당일 신규 가입회원 역시 평소대비 20% 이상, 유료회원인 롯데오너스 가입자 수도 두 배 이상 확대됐다.

시행착오 끝났다… 멈추지 않는 진화, 가속의 ‘롯데온’

조 대표는 여기에 멈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롯데온을 재탄생시키는 중이다. 롯데온은 과거 조 대표가 온라인 고급 백화점을 표방했던 엘롯데 경험이 담긴 듯, 명품 관련 행사가 강화된 점이 눈에 띈다. 실제 롯데온 명품 행사 강화는 매출 신장을 견인한 배경 중 하나였다.

‘명품 데이’를 신설해 매주 일요일 정기적으로 진행하는가 하면, 롯데면세점과 함께 면세 재고 명품 행사를 6차에 걸쳐 진행하는 등 관련 행사를 적극 개최한 결과, 5월부터 9월까지 롯데온 명품 매출이 전년 대비 21.3% 상승했다.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문 대표가 롯데온 전략 설명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출처=롯데쇼핑.
조영제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문 대표가 롯데온 전략 설명회에서 발표를 하고 있다. 출처=롯데쇼핑.

아울러 조 대표는 검색엔진 및 배송서비스 등 개편에 박차를 가하며 새로운 서비스를 선뵐 것을 예고하고 있다. 롯데온은 최대 강점인 4000만 명이 넘는 고객 데이터와 롯데 유통사가 보유한 1만3000여개 오프라인 점포를 활용해 온라인과 오프라인 시너지를 최대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 일환의 하나가 롯데온이 시도하는 다양한 배송서비스다.

▲롯데마트와 롯데백화점 상품 구매 시 2~3시간 이내에 받을 수 있는 ‘바로배송’ ▲600여개 생필품을 주문 즉시 배달하는 ‘한 시간 배송’ ▲온라인 주문 상품을 오프라인 점포에서 수령 할 수 있는 ‘스마트픽’ 등이 대표적이다. 특히 롯데마트 상품을 주문 후 2시간 내 받아볼 수 있는 바로배송 서비스는 시행 첫 달부터 매월 두 자릿수 이상 신장률을 기록하는 중이다.

롯데 e커머스 사업본부 관계자는 “온라인 편의점인 ‘나우픽’, 배송 솔루션 업체인 ‘PLZ’ 등 스타트업들과 손잡고 잠실과 강남지역에서 운영 중인 한 시간 배송 서비스 주문 숫자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연내 김포지역까지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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