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택배노동자 업무 가중 원인으로 꼽는 '택배 물류 분류작업' 인력 배분을 두고 택배기사(대리점)와 택배업체가 맞서고 있다. 택배사들이 인원 증강을 발표했지만 비용 부담에 나서겠다고 밝힌 기업은 한 곳에 불과해서다.

28일 택배업계에 따르면 택배기사 사망이 잇따르면서 CJ대한통운(000120), 한진((002320), 롯데글로벌로지스(롯데택배)가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업계 1위 CJ대한통운은 지난 22일 박근희 부회장이 직접 나서 관련 대책을 밝혔고, 한진과 롯데택배는 지난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관련 내용을 밝혔다. 

특징은 각각의 업체들이 '분류작업 인원 증강' '산재보험 가입' 등 이례적 조치를 내놓았다는 점. 그리고 '판박이 대책'이라는 것이다. 대부분 현재 국회에 발의된 '생활물류법 개정안'의 내용에 대책을 맞췄다. 

문제는 과로사 대책의 핵심이 되는 '분류작업 인원 증강' 부분이다. 물류법 개정안에 '분류 노동자'와 '배송 노동자'를 명확히 명기하지 않은 탓에 기업과 택배기사들의 해석이 엇갈린다. 택배기사들은  '공짜 노동' 기업들은 '업체 책임 없다'는 반응이다.

사진=이코노믹리뷰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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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책 발표한 택배사…CJ대한통운·롯데택배,비용 부담 안밝혀

한진은 최근 발표에서 택배 분류작업 인원에 소요되는 금액을 전액 본사가 부담하기로 했다. 약 1000명의 인력을 고용하고, 이에 소요되는 비용 120억~125억원을 본사가 낸다.

한진 관계자는 "긴 기간 노조와의 마찰이 있었던 만큼 이번 사안을 명확히 명시해 마찰을 줄이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CJ대한통운 지난 22일 과로사 대책 발표에서 분류작업 인원 4000명을 투입할 예정 이라고만 밝혔다. 비용의 주체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협의 할 것'이라는 말로 대신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CJ대한통운의 분류 노동자 고용 비용은 노동자가 일부 부담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한 관계자는 "CJ대한통운에서 지사들을 통해 분류인력 투입 비용을 본사와 50%씩 부담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아직 인력의 투입 및 비용을 명확히 하지 않고 있다. 지난 26일 "분류작업 지원을 위해 대리점 및 택배기사들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여 분류지원인력 1000명을 집배센터별 작업특성 및 상황을 고려하여 단계적으로 투입해 나간다"고 밝힌 것이 전부다.

노조 관계자는 "롯데택배의 대응은 빅3 택배사 중 가장 느렸고, 분류 인력 투입비용을 명확히 밝히지도 않았다"라며 "분류인력 고용을 대리점과 기사에게 전가할 수 있는 문구"라고 말했다. 

사진=한진
사진=한진

한편 택배연대에 따르면 택배기사들의 평균 출근 시간은 새벽 6시~7시다. 물류터미널 출근 후 차량에 담을 물품들을 선별(분류작업)하고, 이를 차에 싣는 과정(상차)이 이뤄진다. 분류작업이 완료되는 시점은 보통 오후 1~2시다. 

전체 물량의 문제는 이 작업에 대한 보상이 없다는 점이다. 이에 20년 가까이 택배기사와 기업의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은 관계자는 "상품 분류작업을 이유로 두 세번의 파업이 있었을 정도로 이는 노동자들의 큰 부담"이라며 "택배기사들이 자비로 분류 인력을 고용하고 있는 상태인데기업들이 이 부분을 고착화시킨다면 불만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