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 비즈니스 모델로 주목받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업체인 남성 패션·그루밍박스 ‘맨킷’의 (왼쪽부터) 김학완 대표, 김용균 MD, 박지원 이사.

 

유아용품 박스 ‘베베엔코’의 (왼쪽부터) 한서진 마케팅 이사, 이혜민 대표, 김현미 운영이사.

 

 ‘나만을 위한 회원제 판매 방식’ 지난해부터 생겨난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는 신문, 잡지를 정기구독 하는 것처럼 일정 회비를 내면 화장품 등 물품을 매월 배달해주는 서비스. 소셜커머스를 잇는 제3 커머스, 새로운 쇼핑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으며 소비자,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업체, 제조회사 모두 윈-윈-윈하는 신 비즈니스 모델이라 할 수 있다

화장품 박스, 남성 박스, 아기 박스, 먹거리 박스…. 매월 일정 회비를 지불하면 집에서 편하게 받아볼 수 있는 각종 ‘박스(box)’가 유행이다. 2011년 6월 여성용 화장품 세트 배달 ‘글로시박스(GlossyBox)’가 등장하면서 열린 ‘서브스크립션 커머스(subscription commerce)’ 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란 구독을 뜻하는 서브스크립션(subscription)과 인터넷 기반 e커머스(e-Commerce)의 합성어다. 신문과 잡지를 정기구독 하듯 유료 회원에게 정기적으로 물품 세트를 꾸며 배달하는 것.

지난해 여름 2~3개에 불과했던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업체는 올해 15개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1년 3개월만인 지난 9월 기준, 5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한 달에 1만6500원을 내면 5~6종의 최신 화장품 미니어처(샘플)를 박스에 담아 배송해주는 글로시박스가 출시 6개월 만에 1만5000명 이상 회원을 확보하자, 이와 유사한 화장품·뷰티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업체들이 줄이어 생겼다. 최근에는 남성 전용 제품에 유아용품, 식품, 애견용품 등으로 상품군이 갈수록 다양해지는 추세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업체 사이에서도 차별화된 서비스 개발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대기업 쇼핑몰도 뛰어들었다. 갑작스레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붐이 인 까닭은 무엇일까.

 

저렴하게 경험하는 ‘○○박스’의 매력

회사원 김은지(가명·28)씨는 매달 일정 금액을 내고 여성 화장품 박스를 배달받는다. 그는 “평소 화장품에 관심이 많아 이것저것 써보는 게 취미”라며 “여러 가지 제품을 체험할 수 있고 새로 나왔거나 고가의 제품이 내 피부에 맞는지도 테스트한 후 정품을 구입할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저렴한 브랜드가 아닌 이상 화장품 하나 값도 만만치 않은데 사용하고 싶은 제품들을 선뜻 사기엔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라는 김 씨. “회사생활이 점점 바빠지다 보니 예전만큼 화장품 관련 정보를 찾을 시간적 여유가 안 나네요. 이럴 땐 누가 나 대신에 제대로 물건을 골라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귤댕마미’라는 닉네임으로 육아블로그를 운영하는 한 아기 엄마는 “베베엔코 박스는 육아 전문가가 선별한 제품들 위주로 들어있다고 하던데 평소 써보고 싶던 제품도 있어 아주 잘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육아 블로거 ‘맹달이’는 “지속적으로 사용할 상품을 결정하기에 앞서 미리 제품을 직접 사용해보는 시스템은 적극 추천하고 싶다”며 “앞으로 나올 스마트체험박스도 무척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이전에는 몰랐던 것들도 알게 되고 마음에 드는 상품들은 꾸준히 이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는 것 같다”고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이용 후기를 남겼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매력에 푹 빠진 사람들이 늘고 있다. 우선 소비자가 일일이 물품을 골라야 하는 번거로움이 없다. 게다가 개인의 취향에 맞춰 전문가들이 선별한 물품들을 세트로 꾸며 박스에 담아 배달까지 해주니 시간과 돈 낭비가 없고 일종의 전문 퍼스널 쇼퍼의 역할까지 톡톡히 수행해 준다.

가격도 매력 만점이다. 고객 입장에서는 비교적 적은 돈으로 한 달에 6~8종의 다양한 제품을 사용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제조업체 등으로부터 협찬 형식으로 제품을 무료로 제공받기 때문에 매우 싼 가격에 소비자에게 공급할 수 있어서다. 소비자들이 꼽는 공통점은 바쁜 시간을 쪼개 매장에 직접 나가지 않고도 최신 트렌드에 맞는 다양한 물건과 정보를 저렴한 가격에 접해볼 수 있다는 것. 특히 불황기 알뜰구매 방식으로 인식되면서 인기가 높다.

또 제품을 전달받는 과정에서 소비자에게 ‘즐거운 경험’을 선사한다. LG경제연구원 강현지 선임연구원은 ‘나를 위한 전문가의 큐레이션’ 보고서에서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서비스) 구매자는 어떤 제품이 들어 있을지 모르는 상태로 궁금증과 기대로 박스를 열어보며 설렘을 느끼게 된다. 특히 전문가의 추천을 통해 매달 새로운 제품을 접해보고 좋은 제품을 발견하는 것은 귀찮게만 여겨지던 일상적 구매 패턴을 소소한 재미로 바꿔준다”고 했다. 아울러 개인 맞춤화로 인해 고객은 세심한 배려를 받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오늘도 많은 사람들이 ‘○○박스’를 자꾸 찾는 이유다.

 

고객 ‘맞춤화’ 서비스의 진화

맨 처음엔 호기심으로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서비스를 찾는 게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구매층의 폭이 넓어졌고 상당수가 고정 고객으로 전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젊은 여성과 남성, 엄마들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이자 또 하나의 소비 트렌드로 퍼져 가고 있다.    대부분의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는 구매자가 가입할 때 간략한 프로필과 취향 정보 등을 작성하도록 한다. 이를 바탕으로 맞춤 박스를 구성해 전달하고 고객의 피드백을 참고해 다음 번 상품 구성에 반영한다. 구매자 취향 정보를 꾸준하게 업데이트 하는 것이다.

강 연구원은 “가령, 해외의 어린이 옷 서브스크립션 커머스인 ‘위틀비(Wittlebee)’는 아이의 성장 발달에 따라 지속적으로 치수를 조정해 옷을 보내준다”며 “남성 의류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트렁크 클럽(Trunk Club)’의 구매자라면 고객 담당 매니저에게 카메라로 직접 옷장을 보여줄 수도 있고 e메일과 인터넷 메신저 등을 통해 제품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데 구매자는 매달 옷이 든 박스를 전달 받아 이 중 맘에 드는 것은 선택하고 나머지는 돌려보내기도 한다”고 소개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축적된 정보는 구독자 취향을 더욱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누적된 고객 취향에 대한 데이터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와 고객이 공고한 관계를 구축하는 바탕이 된다는 게 강 연구원의 설명. 고객이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를 떠날 수 없게 만드는, 중요한 고착화 요소로 작용되는 셈이다.

 

미국서 탄생한 新 비즈니스 모델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는 2010년 4월 미국에서 매월 정기적으로 샘플 화장품을 제공하는 ‘버치박스(Birchbox)’가 출현해 상당한 인기를 끌면서 각광받게 됐다. 화장품을 필두로 구두, 액세서리, 의류, 면도기, 커피, 식재료, 장난감 등 다채로운 품목을 제공하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업체들이 성업 중이며 주요한 유통 채널로 자리 잡았다. 이 가운데는 벤처캐피털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받아 급성장하는 곳도 적지 않다. 국내에서는 독일에 본사를 둔 벤처 인큐베이팅 회사 로켓인터넷이 아시아 최초로 선보인 글로시박스가 시초다.

이후 ‘미미박스(memebox)’ ‘겟잇박스(getitbox)’ ‘W박스(Wbox)’ ‘저스트픽(justpick)’ 등 뷰티 박스에 이어 ‘베베엔코(bebenco)’ ‘스마트체험박스(Smart Review Box)’ ‘맨킷(MANKIT)’ 등 유아용품, 남성용품 등 분야를 확대해 가며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업체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 미미박스의 경우도 여성 전용 뷰티 제품으로 구성된 ‘미미우먼’을 시작으로 ▲아기와 엄마를 위한 ‘미미베이비’ ▲남성을 겨냥한 ‘미미맨’ ‘미미쉐이브’ ▲원피스나 상·하의 한 벌을 받아보는 패션 서비스 ‘미미룩’ 등을 차례로 출시하면서 고객층을 넓혀가는 중이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업계가 추산한 국내 시장 규모는 연간 300억~400억원 수준. 올 한 해 전 세계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이용자 수도 100만명을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맨킷을 출시한 드림즈의 김학완 대표는 “국내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시장에서 70% 정도 비중을 차지하는 화장품 분야의 경우 샘플링 시장만도 연간 200억~300억원에 이른다”며 “향후 서비스가 다양하게 진화될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에 시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는 오픈마켓, 소셜커머스에 이은 제3 커머스로서 온라인 유통업계의 새로운 수익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국내 대표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는

■귀차니즘을 해결해 줄 남성 패션·그루밍 박스 ‘맨킷’

20~30대 남성 500명을 타깃으로 속옷과 기초화장품 구매 시 가장 불편한 사항이 무엇인지 묻는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 61%가 넘는 남성이 ‘쇼핑의 귀찮음’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필수 아이템조차 매번 구입하기 귀찮은 남성들, 또는 스타일링에 자신 없어하는 워너비 그루밍족을 타깃으로 삼은 서브스크립션 커머스가 ‘맨킷’이다. 남성 전용 제품에 특화한 맨킷은 캘빈클라인 팬티, 스누지 정장 양말, 기본 면 티셔츠 등을 담은 ‘웨어 킷(3만9600원, 2만2000원)’과 로레알 스킨과 로션 등 기초 화장품으로 구성된 ‘어플라이 킷(3만9600원, 2만2000원)’을 출시했다. 고가와 저가로 구분돼 소비자의 입맛에 따라 신청할 수 있다. 웨어 맨킷박스, 어플라이 뷰티박스의 시중가 판매는 각각 6만4600원과 4만8000원. 맨킷박스로  구입하면 3만9600원 가격에 정품을 써볼 수 있다.

가장 큰 특징은 맨킷 홈페이지에서 원하는 물건을 한 번만 세팅하면 매달 해당 제품이 담긴 박스를 지속적으로 배송해준다는 점이다. 맨킷의 마케팅을 담당하는 드림즈의 박지원 이사는 “다른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업체와 달리 한 달 또는 두 달 등 고객이 원하는 날짜와 주기로 배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데, 두 달에 한 번씩 받겠다고 신청하는 고객들이 가장 많다”고 말했다. 맨킷의 김용균 MD(상품기획자)는 “혼자 사는 남성 고객들이 더 많이 사용한다. 남편 속옷이나 양말을 챙겨주기 귀찮아하는 주부나 군인 남자친구를 위해 구매하는 여성 고객도 있다”고 했다.

■엄마와 아기를 위한 박스 ‘베베엔코 박스’와 ‘스마트체험박스’

‘베베엔코 박스(bebe&co Box)’는 어떤 유아용품을 골라야 할지 고민하는 엄마들을 위한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서비스. 육아 전문가가 입소문 난 제품을 시즌과 콘셉트에 맞춰 5~7종을 선별해 매달 배송해 준다. 월 2만9000원(자동 결제 시)에 이용할 수 있다. 뱃속 태아부터 24개월까지의 아기를 대상으로 하며, 기존의 화장품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서비스와 달리 테스트보다는 전문가 제안 제품을 보내주는 것이 특징이다.

베베엔코의 한서진 마케팅 이사는 “젖병 브랜드만 해도 150여개다. 어떤 제품을 써야 할지 잘 모르는 아기 엄마들이 상당수”라며 “유아용품이라는 특성상 더 조심스러워하는 엄마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믿을 만한 전문가가 제품을 추천해 주고 더불어 유용한 정보도 전달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젖병, 젖병 솔, 젖병 세정제, 스파우트컵, 빨대컵, 이유식 식기, 이유식 보관 그릇, 열내림 시트 등 구성 품목도 세분화시켜 다양하게 이뤄진다. 한 이사는 “기저귀 깔개, 변기용 커버, 팬티형 기저귀, 식기 등을 선정할 때도 플라스틱 소재인지 옥수수 추출 소재인지 세심히 따진다”며 “유아용품인 만큼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지 않는 등 안전성을 철저하게 고려한다”고 강조했다.

베베엔코 박스의 베스트 아이템으로는 더블하트 신모유실감 젖병, 열내림 시트, 코목상쾌시트, 보움 멀티비타민, 러쉬 버블바 등 기본 품목에 슐라이히 모형 피규어, 와코도 채소 건과자(센베이) 등이 특별 구성된다. 6만5000원 상당의 제품들을 2만9000원에 써볼 수 있다. 유한킴벌리, 오가닉스토리, 아벤트코리아 등의 50여개 업체와 제휴해 박스 제품을 구성한다. 향후 PC에 국한된 마케팅 채널을 모바일로도 확장할 계획이며 현재 관련 애플리케이션을 개발 중이다.

마케팅컨설팅업체 엠앤에스파트너스는 월 9900원을 내면, 아이와 엄마를 위한 4만~6만원대의 건강식품과 생활용품들로 구성된 세트를 집에서 받아보는 ‘스마트 체험박스(Smart Review Box)’를 내놓았다. 타깃은 아이를 둔 30~40대 엄마. 주로 MD가 엄선한 어린이 식품 및 생활용품과 가족이 함께 사용 가능한 제품으로 구성이 이뤄진다.

지난 9월호 박스는 홍삼, 비타민, 아이용 쌀과자, 뇌기능 검사권, 마스크팩 등 총 소비자가격이 10만원 넘는 제품들로 꾸려졌다. 10월호부터는 기존에 제공되던 체험박스를 오리지널로 구분하고 고객층을 세분화해 ▲영유아를 둔 엄마를 위한 ‘인펀츠(Infants)’ ▲어린이를 위한 ‘키즈(Kids)’ ▲가족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패밀리(Family)’ 등으로 다양한 버전을 마련, 골라서 체험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최근에는 제로투세븐, 남양i몰, 아가넷, 마이베이비, 아이맘 등 대형 브랜드 온라인 쇼핑몰과의 제휴를 통해 매달 공개시점인 1일부터 제품 소진 시까지 판매도 하고 있다.

지난 2월 출시된 CJ오쇼핑의 ‘베이비오박스(BabyOBox)’도 있다. 매달 최신 트렌드의 유아용품을 묶어 선보이는 서비스로 유아가 사용할 수 있도록 천연 브러시와 스킨케어, 물티슈, 청결제 등 필수품 6~7개가 한 박스에 포장된다. 매 버전마다 구성품이 달라지며 개별적으로 각 상품을 구매하는 것보다 70% 할인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애견용품의 모든 것 ‘도그오박스’

CJ오쇼핑은 지난 7월 애견용품 자동 배송 서비스인 ‘도그오박스(DogOBox)’를 론칭했다. 샴푸, 물티슈, 간식, 장난감 등 강아지를 기르는 데 필요한 3개월치 애견 용품을 한 박스에 넣어 한 달에 한 번씩 배송해 준다. 매달 패키지에 포함된 상품의 종류가 달라지며, 비교적 자주 구매해야 하는 물티슈, 배변패드, 간식 등은 한 번에 한 달치 분량씩 배송된다.

CJ몰 김사윤 MD는 “도그오박스는 일정 요금을 내면 전문 MD가 다양한 상품을 패키징해 판매하는 새로운 쇼핑 형태의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라며 “국내에서 최초로 애견용품에 시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상품을 개별적으로 구매한다면 15만원이 훌쩍 넘는 비용을 지불해야 하지만 도그오박스를 이용할 경우 정상가에서 60%가량 할인된 5만9000원에 구매할 수 있어 경제적”이라고 밝혔다.

■유기농 식자재 박스 ‘오가닉 박스’

베베엔코는 유아용품 박스에 이어 안전한 먹거리에 대해 고민 많은 이들을 위해 서울시농수산물공사에서 관리하는 ‘오가닉 박스(Organic Box)’도 내놨다. 오가닉 박스로는 ‘싱싱 한우 안심세트(2만9000원, 한우안심 200g+각종 채소 3kg)’ ‘영양만점 닭 안심세트(2만9000원, 닭안심 700g+각종 채소·국수 3kg)’ ‘군침도는 오겹살 세트(3만2000원, 오겹살 1kg, 채소와 버섯 1.5kg)’가 있다. 서울시농수산물공사 서울친환경유통센터에서 운영하는 친환경 농축산 브랜드 ‘올본’과 계약, 친환경 유기농 식자재를 레시피와 함께 주기적으로 배송한다. 지난 여름 태풍 피해로 농산물 수급이 어려워 현재는 서비스를 잠시 중단한 상태. 오는 11월 중순부터 다시 서비스를 개시할 계획이다.

‘주크박스(Zuke Box)’도 화장품뿐 아니라 과일, 간식, 김치 등을 포함한 신선식품군을 배송하는 상품을 출시했다. 생산자와 직거래, 대량구매 등을 통해 식품 매입 단가를 낮췄기 때문에 20~30% 저렴하게 공급이 가능하다. 다양한 차와 견과류, 스낵을 구성품으로 하는 ‘잇티박스(Eatea Box)’도 나와 있다.

제휴회사엔 저비용 고효율 마케팅 수단 매력적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업체는 서비스 운영 차원에서 받는 회원비가 주된 수익이다. 따라서 정기고객을 확보함으로써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이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다. 미미박스는 론칭한지 4개월만에 회원 수 5만명을 확보했고 올해 안에 8만~10만여명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스마트체험박스의 경우 지난 7월 론칭 이후 매달 약 100% 이상의 지속적인 성장을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는 제휴회사에게도 매력적이다. 제휴회사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업체에 제품을 공짜로 공급하는 대신 고객들에게 상품을 널리 알릴 수 있는 홍보 효과를 얻는다. 엠앤에스파트너스의 마케팅컨설팅사업부 신동현 과장은 “직접 마케팅하지 않고 별도의 비용 없이도 정확한 타깃 고객에게 샘플링을 할 수 있어 제품에 대한 홍보 효과는 큰 편”이라며 “추후 다양한 후기 생성과 연계 이벤트를 통해 브랜드 및 제품을 홍보할 수 있는 저비용 고효율의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도가 높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 매출 신장을 돕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소비자 입장에 같이 서서 개인의 선택을 돕기 위한 소비자 중심적 마케팅 대행이라는 점에서도 신선하다. 또 고객 피드백 데이터를 받아 제품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 이를테면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를 통해 긍정적으로 인식한 제품에 대해서는 계속적으로 구매하는 고객 피드백이 나타날 수 있다는 거다.

한 이사는 “베베엔코 박스를 통해 유한킴벌리의 천연 펄프로 만든 물티슈를 사용해본 한 회원이 정품으로 한 박스를 구입했다거나, 러쉬의 목욕용품인 버블바의 구매의사에 별 다섯 개를 달아준 후기를 보더라도 알 수 있다”며 “박스에 담겼던 제품을 정품으로 구입하는 소비자들이 꽤 많다”고 전했다. 미미박스는 500여개 브랜드와 협력 관계에 있으며 업체들로부터 꾸준히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기업에겐 품질 좋은 제품 발굴 및 해외 진출 기회도 제공한다. 비누, 화장품, 양말 등 의 상품으로 구성되는 박스 ‘저스트픽’을 운영하는 위시컴퍼니에 따르면 입소문 마케팅을 통해 해외 판로를 뚫은 화장품 브랜드가 30여개에 이른다.

 

우후죽순 난립 우려…신뢰 기반 자생력 키워야국내 서브스크립션 커머스는 아직 걸음마 수준.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서비스를 판매하는 회사들 중엔 벤처 및 영세한 업체들이 주로 많고 해당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도 부족한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물품을 무상으로 공급받을 업체와 제휴를 맺는 게 어렵고 마케팅을 진행하는 데도 애로사항이 있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인기에 편승해 관련 업체가 난립한다는 우려도 나온다.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업체 한 관계자는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수적으로 많아지다 보면 인지도는 높아지겠지만 경쟁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금방 정리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객 분석을 통한 맞춤화 능력이 최대 관건. 전문가들은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업체의 생사는 얼마만큼 제대로 된 고객 분석을 통해 만족도 높은 맞춤화 박스를 제공하느냐에 달렸다”고 말한다. LG경제연구원 강현지 선임연구원은 “분석에 의한 고객 반응 최적화, 전문가가 나를 위해 골라주었다는 진정성, 기대 이상으로 높은 품질의 상품 제공 등으로 고객과의 강력한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한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새로운 유통 모델이 등장함에 따라 부작용도 발생했다. 최근엔 일부 서브스크립션 커머스 업체가 ‘판매 금지’된 비매품과 견본품, 증정품으로 표기된 화장품 샘플을 팔아 문제가 됐다. 현행 화장품법상 ‘판매 목적이 아닌 제품의 홍보·판매촉진 등을 위해 제조·수입된 화장품 샘플’은 소비자에게 판매할 수 없다. 최동익 민주통합당 의원실에 따르면 제품의 체험과 홍보 등을 위해 만들어진 비매품과 증정용 화장품이 합법을 가장해 새로운 유통경로를 통해 판매되고 있으며 근래에는 가공식품을 소분해 판매하는 업체까지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식약청은 아직 민원이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뒷짐만 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성장하는 시장에 걸맞은 관련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