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잇따르는 택배노동자 처우 문제로 정치권이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이하 생물법) 입법에 속도를 내고 있다.산업의 범위를 한정하고, 법적 보호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법안의 주요 내용. 개정안이 논의되자 기업과 관련 노조는 긴장하고 있다. 기업은 '성장발목' 기사는 '맹탕법안' 우려다.

25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전자상거래가 발달하면서 이를 배송하는 서비스 시장은 매년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배송시장 규모는 약 6조3000억원 수준. 2009년 2조7000억원과 비교하면 2배 이상의 차이다. 

연 평균으로 환산하면 8.8%의 고속 성장이 이어진 것. 문제는 이에 대한 규제, 종사자를 보호하는 시스템 개선이 없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올해에만 14명의 택배노동자가 사망했다.

국회 생활물류법 추진…논의중인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의원이 발의한 생활물류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택배사업자가 택배대리점과 택배기사들의 처우 개선에 나서도록 하는 안을 담고 있다. 특히 택배노동자들이 가장 부담을 느끼는 '분류작업(상품분류)'을 줄이고, 이를 기업의 책임으로 돌리는 안이 핵심이다. 

택배서비스사업자에게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른 운송사업 허가를 취득을 강제하는 안도 논의되고 있다. 시설, 장비, 영업점 등 일정 기준을 갖춰야만 택배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내용이다. 이를 통해 근로자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또한 택배기사들의 산재보험 가입률을 높이기 위한 산업재해보상보험법 개정안도 병행된다. 산업재해보험 적용제외 신청 허용 범위를 축소하고, 택배기사들을 특수형태근로종사자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하는 안이다. 

산업의 범위와 근로자의 처우를 명확히 밝히겠다는 것이 법안의 요지다. 다만 택배업계, 택배노조, 신규사업자(쿠팡, 배달대행업체)들의 요구를 얼마나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논의는남았다.

'맹탕법안' 우려하는 택배노조

지난 22일 CJ대한통운 박근희 대표는 택배기사 과로사 방지를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택배기사들의 업무 절감, 법적 보호조치 확대가 요지다. 주요 내용은 ▲분류작업 인력 투입(4000명 운영) ▲산재보험 100% 가입 ▲분류 자동화 확대 추진 등 세 가지로 구분했다.

대부분은 10여년 넘게 CJ대한통운과 노조가 갈등을 키웠던 사안. 대책의 핵심이 되는 분류작업의 경우 발의된 생활물류법 개정안에도 비슷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에 CJ대한통운의 대책은 법안의 성격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법안에 대해 택배기사(노조)는 벌써부터 '맹탕법'을 우려하고 있다. 국회에서 업계(기업)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서 노조가 요구하는 핵심 법안이 희석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서다.노동계가 요구하는 분류작업 분담, 불법적인 권리금, 보증금, 다단계구조 등의 내용도 논쟁이 될 수 있다.

노동계에서는 법 취지 희석에 대한 우려가 현실화됐다는 반응이다. 법안 초안에는 노동 근로자를 '운전 종사자'와 '분류 종사자'로 명확히 나눴지만 현재 논의중인 개정안에는 이 내용이 일부 수정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근로자의 노동 항목을 명기한 내용이 빠지고 두루뭉술하게 설명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특히 비용에 대한 부분이 명확히 처리되지 않으면서 이를 택배기사나 집배점에 전가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라고 말했다. 

이어 "택배기사들은 작업 분류를 비롯해 권리금, 보증금, 다단계구조가 담기기를 원하지만  이를 원하는 기업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긴장하는 쿠팡·배송대행 업체

쿠팡, 배송대행업체 등 신규 사업자들은 생활물류법이 신사업 진출을 막는 규제로 작용될 수 있다고 본다.

개정안에 따르면 택배서비스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른 운송사업 허가를 취득해야 한다. 운송사업을 위해 등록된 '화물자동차'를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 요지다. 차고지 설치 여부는 물론 적재물배상보험, 화물운송 종사자격 보유 여부 등의 자격도 필요하다.

문제는 쿠팡의 '쿠팡 플렉스', 배송대행업체들의 배송에서 개인의 자가용 승용차 사용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배송기사가 되기 위한 자격 조건도 없다. '우편법'을 적용받는 우체국 택배 역시 별도의 법률 개정이나 규정이 필요해진다. 

이들 업계에서 이법안을 두고, "결과적으로 새로운 플랫폼을 인정하지 않고, 전통적인 기준의 택배업으로 사업의 성격을 맞춰야 하는 것"이라는 지적을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