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전경. 출처=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 3공장 전경. 출처=삼성바이오로직스

[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는 CMO·CDO·CRO·바이오시밀러 분야의 4대 글로벌 챔피언으로 발전해가겠다.”

김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이 올해 초 정기주주총회에서 밝힌 포부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지난 2011년 설립 이후 빠르게 목표 지점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이 회사는 경쟁업체의 추격 의지를 꺾을 정도로 기술 격차를 크게 벌리는 초격차 전략으로 세계 최대 규모인 36만4000리터의 의약품 생산설비를 갖춘 위탁생산(CMO) 기업으로 성장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위상을 드높인 삼성전자의 반도체 제조 역량을 바이오의약품으로 옮겨와 적절히 활용한 결과다.

이 회사의 초격차 행보는 25만6000리터 규모의 4공장 건설을 통해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된다. 자기 기록을 스스로 깨면서 글로벌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는 평가다.

인천 송도에 세계 최대 규모 4공장 건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K바이오를 대표하는 바이오의약품 생산기지로 꼽힌다. 2013년 3만리터 규모 1공장을 시작으로 인천 송도에 총 3개의 공장을 세웠다. 상업제품 36만리터와 임상용 4000리터 등 총 36만6000리터 규모의 의약품 생산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 회사는 지속적인 생산설비 확대를 통해 스위스 론자(26만리터)와 독일 베링거인겔하임(30만리터)을 제치고 세계 1위 바이오의약품 CMO로 자리매김했다. CMO는 고객사로부터 수주를 받아 바이오의약품을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사업이다. 단순 생산 대행이 아닌 공정개발까지 참여하는 형태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현재 보유한 3개의 공장을 풀가동할 경우 이론적으로 연간 160만 명의 환자에게 투여할 수 있는 항암제 생산이 가능하다.

엄청난 생산능력을 자랑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아직 만족하지 못한 모습이다. 올해 말부터 인천 송도에 25만6000리터 규모의 4공장을 추가로 증설한다. 4공장의 총 연면적은 23만8000m²로 서울월드컵경기장의 1.5배 크기에 달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단일공장 기준 세계 최대 규모의 생산설비를 확보하기 위해 총 1조7400억원을 투입한다. 4공장은 연내 기공식을 시작으로 2022년부터 부분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4공장이 본격 가동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62만리터 규모의 의약품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CMO 시장점유율도 30%까지 오르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반도체위탁생산) 사업을 통해 증명했던 초격차 전략을 바이오에서도 이어가는 모양새다.

생산 아웃소싱 수요 폭발

최근 CMO, CRO 등 아웃소싱 시장은 신약개발에 따른 위험 부담을 줄이고 생산 효율성을 높이는 수단으로 각광 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 앤 설리번에 따르면 전 세계 바이오 CMO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으로 119억달러에 이른다. 매년 13.4% 성장률을 기록해 2025년까지 253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특히 바이오의약품의 성장에 따른 수요 증대가 전체 CMO 시장의 규모를 키우고 있다. 바이오의약품은 생물체를 이용하거나 생명공학 기술을 활용해 만든 의약품이다. 주로 생물체에서 유래된 단백질을 원료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생산 과정이 복잡하고 개발 난도가 높은 편이다. 따라서 생산 인력이나 공장 설비 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CMO를 찾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글로벌 제약사들의 위탁생산 비중 확대로 공장 가동률이 점진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즉 안정적인 수주를 기반으로 매출 증대가 예상된다는 의미다. KB증권은 내년 이 회사의 공장별 가동률을 1공장 90%, 2공장 94%, 3공장 66%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현재 가장 규모가 크고 최근에 지어진 3공장마저 수주가 급증함에 따라 4공장 조기 증설이 불가피하다는 반응이다.

실제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코로나19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올해 미국 비어(4400억원), 영국 GSK(2800억원) 등 글로벌 제약사들과 대규모 CMO 계약을 잇달아 체결했다. 올해 상반기에만 1조7000억원 규모의 수주 계약을 따냈다. 지난해 전체 수주 물량 대비 약 4배, 매출의 2.5배 수준이다.

홍가혜 KB증권 연구원은 “내년부터 수익성이 높은 3공장에서 이익이 본격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면서 “3공장에서 생산되는 Vir/GSK의 코로나19 중화항체가 상용화될 경우, 실적 성장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위탁개발부터 위탁생산까지 한 번에 이뤄지는 위탁개발생산(CDMO)으로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출처=삼성바이오로직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위탁개발부터 위탁생산까지 한 번에 이뤄지는 위탁개발생산(CDMO)으로 사업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출처=삼성바이오로직스

CMO→CDMO 변신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주력사업인 CMO를 넘어 의약품 위탁개발(CDO) 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미 상용화한 의약품을 대량 생산하는 CMO와 달리 CDO는 아직 개발되기 전의 신약 개발을 지원해 상용화에 이를 수 있도록 돕는 사업이다. 고객사의 의뢰를 받아 세포주, 생산공정, 비임상 및 임상 1상 물질 생산 등 신약 개발에 필요한 일련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성장으로 CDO 수요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CDO로 전체 매출의 10%를 창출할 만큼 사업 역량을 빠르게 강화하고 있다. 이 회사는 올해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CDO 연구·개발(R&D) 센터 설립을 시작으로 유럽, 중국 등지로 해외 거점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CDO와 CMO 고객이 서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정립하는 사업 모델도 계획하고 있다. 즉 위탁개발부터 위탁생산까지 한 번에 이뤄지는 위탁개발생산(CDMO)을 의미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고객사 요구사항을 토대로 바이오의약품의 개발 및 생산, 품질관리에 이르는 종합적인 서비스를 앞세워 CDMO 사업 역량을 키워왔다. 이를 통해 K바이오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는 밑거름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홍 연구원은 “코로나19로 CDMO 산업의 성장속도가 가속화되고 있다”며 “고객사들이 CDMO를 활용한 효율적 개발 및 생산을 통해 코로나19 치료제의 개발 리스크를 상쇄하고,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코로나19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의약품의 안정적 공급을 우선순위로 두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항체의약품의 경우 기존의 생산 수요·공급 불균형 양상과 더불어 코로나19치료제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CDMO와의 파트너십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