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지웅 기자] SK바이오팜은 중추신경계(CNS)에 특화된 신약 연구개발로 미래의 ‘빅파마’를 꿈꾼다. 모기업인 SK그룹의 든든한 지원 아래 블록버스터 의약품 발굴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미 기면증과 뇌전증에 대한 2종의 치료제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수익화에 성공했다.

SK바이오팜의 주력 제품은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성분명 세노바메이트)’와 수면장애 치료제 ‘수노시(성분명 솔리암페톨)’다. 두 제품 모두 세계 최대 제약 시장인 미국에서 판매를 시작해 매출 증대가 기대되고 있다.

SK바이오팜 세노바메이트 150mg 출처=SK바이오팜
SK바이오팜 세노바메이트 150mg 출처=SK바이오팜

완벽한 뇌전증 치료제 꿈꾼다

세노바메이트는 뇌전증 발작 증상을 완화하는 항경련제다. 기존 1~3제에 반응하지 않는 난치성 뇌전증 환자를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다. SK바이오팜이 신약개발부터 허가, 판매까지 독자적으로 진행한 최초의 국산 신약으로 1조원 이상의 매출 달성이 기대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뇌전증은 특정한 유발요인 없이 경련이나 발작이 반복되는 질환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전 세계 뇌전증 환자 수는 약 6500만 명에 달한다. 미국에서만 약 340만 명의 환자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뇌전증 치료제 시장 규모는 150억달러(약 17조원) 이상으로 높은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뇌전증의 발작 증세 자체를 완치하는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이에 뇌전증 치료는 발작을 최대한 예방하는데 목적을 두고 있으며, 한 가지 약물로 증상 조절이 쉽지 않아 여러 치료제를 병용 투여하는 경우가 많다. 관련 업계는 세노바메이트가 연 매출 1조원을 기록하는 UCB 제약의 ‘빔펫’ 등 3세대 뇌전증 치료제와 경쟁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평가한다. 특히 빔펫은 2022년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어 시장 점유율 하락이 예상된다. 미국 공략에 나선 세노바메이트 입장에서 절호의 기회나 다름없다.

조정우 SK바이오팜 대표는 “뇌전증 관련 주요 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2년 이내로 예정돼 있다”면서 “5년 이내에 경쟁 약물이 보이지 않는 만큼 세노바메이트를 성공적으로 상업화하기 위한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세노바메이트는 미국 뇌전증 환자의 60%가량을 차지하는 부분발작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지만 나머지 40%가 앓고 있는 전신발작까지 적응증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앞서 진행된 임상2상에서 이차성 전신강직간대발작에 대한 빈도가 감소하는 효과를 보였다. 향후 전신발작으로 적응증이 확대될 경우 매출액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

SK바이오팜은 장기적으로 불안, 양극성 장애, 신경병증 통증 등으로 세노바메이트의 적응증 확대를 꾀하고 있다. 모든 뇌전증 환자에게 적용되는 완벽한 치료제를 꿈꾸고 있다는 평가다.

SK바이오팜 주요 파이프라인. 출처=SK바이오팜
SK바이오팜 주요 파이프라인. 출처=SK바이오팜

FDA 인정한 신약 2종 앞세워 실적 개선 시동

SK바이오팜은 지난 2분기에 매출 21억원, 영업손실 57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8.26% 감소했다. 지난달 2일 유가증권시장 상장 이후 공시한 첫 경영실적이다.

관련 업계는 SK바이오팜의 초반 부진한 실적에 대해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세노바메이트의 마케팅 효과가 본격화되는 시기가 다가오면 매출은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로 효과는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다. SK바이오팜은 지난해 스위스 아벨 테라퓨틱스에 세노바메이트의 유럽 지역 판권을 넘긴 데 이어 일본 오노약품공업과 추가 계약을 성사시키면서 아시아 시장진출 물꼬를 텄다. 지난 2년간 세노바메이트와 관련된 기술수출 계약 규모만 1조2000억원에 이른다.

이 회사는 국가별로 각기 다른 전략으로 세노바메이트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5월부터 SK바이오팜의 미국 법인인 SK라이프사이언스를 통해 직접 판매를 진행하고 있다. 유럽연합(EU) 32개국은 현지 파트너사인 아벨테라퓨틱스가 허가 절차를 준비 중이다. 최근에는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3개국 상업화를 염두에 두고 대규모 임상 3상을 추진하고 있다.

SK바이오팜이 미국 제약사 재즈파마슈티컬즈에 기술수출한 수면장애 치료제 ‘솔리암페톨’도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태고 있다. 솔리암페톨은 지난해 7월 수노시라는 이름으로 미국 시장에 본격 출시됐다. 재즈는 올해 상반기까지 솔리암페톨 판매로 1421만6000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미국에 이어 독일 등 유럽 지역으로 솔리암페톨의 판매 범위가 확대됨에 따라 SK바이오팜에 돌아가는 로열티 수입도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소아 뇌전증 치료제 등 신약개발 역량 확대

SK바이오팜은 세노바메이트와 솔리암페톨의 상업화 경험을 바탕으로 희귀뇌질환과 항암 분야에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차기 신약으로 희귀 소아뇌전증 치료제 ‘카리스바메이트’가 기대를 모은다. 카리스바메이트는 개발 초기 존슨앤드존슨(J&J)으로 기술수출되며 주목을 받았던 약물이다. 당시 신약허가 신청(NDA)까지 진행했으나 FDA가 투약용량에 대한 임상디자인 설계 보완을 요청했고 J&J는 추가 연구 없이 기술을 반환했다. 이후 SK바이오팜은 J&J가 진행한 연구데이터를 기반으로 희귀 소아 뇌전증인 레녹스가스토 증후군(LGS) 치료제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연구를 이어나갔다. 연내 1b/2상 임상시험을 완료하고 내년 1분기에 3상 임상시험을 개시할 예정이다.

SK바이오팜은 CNS 중심의 연구개발을 진행하면서 2만5000개 이상의 중추신경계 화합물 라이브러리를 구축했다. 상당수의 물질이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하는 화합물이다. 또 CNS뿐만 아니라 뇌에서 유래된 고형암에 대한 치료제 후보물질도 보유하고 있다. 일부 파이프라인은 내년 항암제 프로젝트로 확장해 공개될 예정이다. SK바이오팜이 다년간 쌓아온 CNS 신약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뇌종양 치료제의 새 지평을 열 수 있을지 주목된다.

조 사장은 “당사는 현재 중추신경계 신약 개발부터 상업화까지 전 과정을 내재화했고, 이를 위해 필요한 글로벌 조직과 경쟁력을 갖췄다”며 “자체 역량과 다양한 형태의 파트너십을 통해 계속해서 미충족 수요가 높은 치료제를 개발해 글로벌 빅파마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