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밤과 낮의 일교차가 커지고 건조한 가을철이 되면 외출이 두려워지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안면홍조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다. 실제로 차갑고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면 안면홍조로 인해 내원하는 환자들이 늘어난다. 예전에는 주로 갱년기 여성들이 많이 찾아왔지만 최근에는 젊은 세대들도 안면홍조로 인해 직장 생활이 곤란하다며 찾는 경우가 늘었다.

가을철에 안면홍조증이 심해지는 것은 갑작스레 일교차가 커지기 때문이다. 안면홍조증은 얼굴의 모세혈관이 늘어나고 수축력이 약해진 상태이다. 가을 아침 차가워진 기온은 혈관을 수축시키고, 상대적으로 더운 실내로 들어가게 되면 혈관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얼굴이 붉어지고 달아오르기 때문에 안면홍조 증상이 심해지는 것이다.

안면홍조는 초기에는 단지 홍조만 간헐적으로 나타나고 감정이나 온도자극에 의해 화끈거리는 증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증세가 지속되면 홍반과 더불어 모세혈관확장 및 모낭의 염증성 구진과 고름, 물집이 얼굴 중심부에 나타나는 주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주사는 피부가 지속적으로 붉은 상태가 되는 혈관 확장성 주사, 그리고 혈관 주위에 염증이 생기면서 여드름과 유사한 모양의 발진이 나타나는 구진 농포성 주사로 나뉘는데, 구진성 주사는 볼록 튀어나온 것이 여드름과 비슷해 보이지만 여드름 치료를 했을 때 더욱 나빠질 수 있어 피부과 전문의의 정확한 진단이 중요하다.

안면홍조와 주사는 증세가 변화무쌍해 치료가 까다로운 질환으로 꼽힌다. 구진 농포성 주사만 있는 경우 약물 치료가 보편적이지만 안면홍조증이 동반된 경우나 혈관 확장성 주사의 경우 혈관 레이저 치료가 필수적이다. 주사의 경우 항염 효과가 있는 미노사이클린, 독시사이클린 같은 항생제를 저용량으로 쓰면서 연고를 같이 바른다. 연고는 상태에 따라 종류나 사용방법을 달리해야 되므로 자가 치료는 위험하고 반드시 피부과 전문의의 자세한 진료와 상담이 필요하다.

혈관레이저는 여러 종류가 있지만 기본적인 원리는 혈색소만을 타깃으로 하고 주변 피부와는 반응하지 않는 파장을 사용하여 확장된 혈관만을 치료하므로 치료 후 일상생활에 불편이나 제약이 전혀 없다. (과거의 혈관레이저는 치료 후 멍이 들었으나 현재는 레이저 기술이 업그레이드되어 그런 불편 없이 치료가 가능하다.)

개개인마다 안면홍조의 원인이 되는 모세혈관 굵기, 깊이, 붉은 정도가 다양하기 때문에 혈관레이저 치료는 무조건 한 가지 레이저로 반복하기보다는 증상과 치료 반응에 따라 적합한 파장의 레이저를 선택하여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경우 두 가지 이상의 서로 다른 파장의 혈관레이저를 병합해 치료를 하는 경우도 있다. 현재 안면홍조 등에 사용되는 혈관레이저는 옐로우레이저, 다이(Dye)레이저, 롱펄스레이저, KTP레이저, IPL 등 다섯 종류가 쓰이는데,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이들 레이저를 제대로 갖춘 병원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치료는 보통 3~4주 간격으로 3~5회 정도 시행하며 심한 정도, 부위, 개인차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적극적인 치료로 안면홍조가 개선됐다 하더라도 생활습관을 개선하여 안면홍조가 나빠질 수 있는 상황(뜨거운 열과 피부 자극, 음주)을 피해서 안면홍조의 재발을 막는 것이 좋겠다. 알코올이나 향료, 멘톨, 스크럽 제품 등 자극 물질을 함유한 화장품을 피해야 하며 세안 시에는 약산성 세안제를 이용하고 세안 후 보습제도 충분히 발라준다. 자외선 차단제도 매일 꼼꼼히 바르고 메이크업 및 기능성 화장품을 최소한으로 사용해야 한다. 그리고 열탕 사우나나 뜨거운 물 세안은 되도록 피하고 목욕은 짧게 하며 때수건 등으로 각질을 밀어내지 않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