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국 정부가 글로벌 ICT 기업 구글에 대해 시장 과점의 연장선에 있는 반독점 소송을 제기했다. 구글 입장에서는 유럽연합의 압박에 이어, 이제는 자국 정부의 파상공세에도 직면하는 순간이다. 심지어 이번 미국 정부의 소송은 단순한 빅테크 기업 때리기를 넘어 빅테크 기업들의 '밀월'에도 화력이 집중되고 있어 더욱 심각한 사태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안이 구글과 오라클의 특허 분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선다 피차이 구글 CEO. 출처=위키디피아
선다 피차이 구글 CEO. 출처=위키디피아

선탑재 앱 문제 정조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미 법무부가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연방법원에 구글의 불공정행위에 대한 소장을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선탑재 앱이 문제가 됐다.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운영하며 삼성전자 등 하드웨어 동맹군의 기기에 자사의 앱을 선탑재, 그 대가로 하드웨어 동맹군은 물론 통신사에게 수십억 달러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그 연장선에서 타사 앱의 선탑재를 방해하는 것은 시장 과점의 폐혜라는 지적이다.

선탑재 앱은 삭제되지 않으며, 당연히 기기의 용량에도 영향을 미친다. 결국 이러한 구글의 행위가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줄어들게 만든다는 것이 법무부의 논리다. 글로벌 검색시장의 80%를 가진 구글의 횡포라는 지적이다.

출처=구글
출처=구글

심상치않은 빅테크 때리기
미 법무부의 이번 고소는 구글 크롬에 대한 압박에 이어 단행된 조치라 더욱 눈길을 끈다. 실제로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1일(현지시간) 미 법무부가 구글의 반독점 행위 조사에 착수했으며, 구글의 크롬 브라우저 및 광고 사업을 분리해야 한다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크롬이 과도한 고객 데이터를 점유한다는 논란이 나오는 상황에서 구글이 크롬을 매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빅테크 기업에 대한 압박은 미국 내에서 더욱 광범위하게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 주도의 미 하원이 6일(현지시간) 보고서를 발행하며 아마존과 애플, 페이스북, 구글 등 빅테크 기업의 시장 지배력 남용에 제동을 건 장면이 대표적이다. 보고서에는 미 빅테크 기업들의 덩치가 커지며 필요하다면 기업 분할에 나서야 한다는 공격적인 로드맵까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에서도 비슷한 공격이 시작됐다. 파이낸셜타임즈(FT) 등 외신은 11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이 관계 부서를 통해 실리콘밸리 기업들에 대한 매출 및 시장 점유율 조사를 단행하고 있으며 조만간 특별 관리 대상을 선정할 것이라 보도했다.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 및 유럽의 빅테크 기업 때리기를 두고 어지러운 복마전이 벌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복잡한 사연이 있다.

미국 정부의 경우, 유럽과 긴밀한 정보공조를 하며 2차 세계대전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럽은 미국 정부와의 파트너십은 유지하고 싶지만 미국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자국으로 들어와 시장을 장악하며 관련 데이터를 빼앗는 것은 크게 경계하는 중이다.

미국 정부의 선택은 명쾌했다. 유럽과의 공조는 유지하면서도 유럽의 실리콘밸리 기업에 대한 압박을 막아주며 자국 기업들과 더욱 공고한 협력관계를 다졌다. 2010년대 중반 유럽연합이 구글의 과도한 시장 점유율 장악을 우려하며 소위 '기업 쪼개기'에 나섰을 당시 미 상원과 하원은 합동 성명서를 채택해 자국 실리콘밸리 기업을 보호했으며, 미 정부는 고위 관리까지 유럽으로 파견해 사태를 수습하려 노력하기도 했다.

상황이 달라진 것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 전후다. 소위 가짜뉴스 사태가 터지며 미 민주당 내부에서도 빅테크 기업에 대한 우려가 커졌고, 미 공화당은 실리콘밸리가 과도하게 미 민주당의 편에 서는 것을 경계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 무역주의가 기승을 부리자 유럽은 더욱 실리콘밸리의 빅테크 기업을 공격했고 미국 내에서도 빅테크 기업을 좌시할 수 없다는 기류가 팽배해졌다.

그 연장선에서 엘리자베스 워런 미 민주당 상원의원 중심으로 빅테크 기업 쪼개기 논란이 공격적으로 벌어졌고, 빅테크 기업에 대한 미국과 유럽의 공격이 더욱 날카로워지는 분위기다.

실리콘밸리 정경. 출처=갈무리
실리콘밸리 정경. 출처=갈무리

더 무서운 공포
미국과 유럽의 빅테크 기업에 대한 연쇄공격이 시작된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번 미 법무부의 구글 선탑재 앱 논란 행간에도 주목하고 있다. 단순한 빅테크 기업 때리기를 넘어, 이번 소송에는 빅테크 기업들의 밀월에 대한 문제제기가 새롭게 시작됐기 때문이다.

미 법무부가 소장을 접수하며 구글과 하드웨어 동맹군 및 통신사의 자금 흐름에 집중한 대목이 눈길을 끈다. 이는 구글 안드로이드의 시장 과점 현상을 전제로 한 상태에서 거대 기업들의 밀월 가능성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제 구글과 같은 빅테크 기업의 시장 과점이라는 단순한 명제는 전제로 깔리고, 한 발 더 나아가 대기업들의 '동맹'에도 칼날을 드리운다는 뜻이다.

미 법무부는 모바일 운영체제의 양대산맥인 애플과 구글의 밀월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당장 2018년 선다 피차이 구글 CEO와 팀 쿡 애플 CEO가 만나 양사의 협력방안을 논의한 후 구글은 애플 사파리에 자사 앱이 가동될 수 있도록 110억달러를 지급했고, 그 덕분에 구글은 전체 검색 트래픽의 절반을 아이폰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를 문제삼은 미 법무부는 두 기업의 밀월이 시장 과점의 문제만큼 심각하다고 보는 중이다.

미 하원이 제출한 보고서에도 비슷한 문제의식이 보인다. 미 하원 보고서는 빅테크 기업의 시장 과점을 우려하면서도 특히 빅테크 기업의 인수합병 전략이 시장 과점을 촉발한다고 봤는데, 대표적인 사레가 페이스북의 인스타그램 인수합병이었다. 결국 합종연횡, 밀월을 막아선다는 큰 틀에서 빅테크 기업에 대한 견제가 점점 진화하는 중으로 볼 수 있다.

출처=갈무리
출처=갈무리

구글과 오라클 전쟁도 유탄?
유럽은 물론 미 정부도 빅테크 기업에 대한 파상공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특히 구글이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세기의 대결인 구글과 오라클의 분쟁에도 이번 사태의 후폭풍이 몰아칠 수 있다는 우려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7일(현지시간) 구글과, 최근 트럼프 행정부의 '이쁨'을 한 몸에 받는 오라클 간의 자바 저작권 소송 구두변론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10년을 끌어온 자바(JAVA)전쟁의 본격적인 서막이 열리는 순간이다.

자바전쟁은 1995년 썬(Sun Microsystems, Inc)이 자바를 개발한 이후 구글이 안드로이드 개발을 마치며 자바의 모바일 버전을 커스터마이징한 달빅을 소스로 활용하는 순간 시작된다. 2005년 구글이 596억6500만원에 안드로이드를 인수한 후 2007년 오픈소스로 공개할 당시 자바가 포함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오라클은 2009년 썬을 인수하며 본격적인 전투를 시작했다. 구글 안드로이드가 달빅을 만들며 무단으로 썬의 자바를 도용했다는 주장을 제기하며 소송을 걸었기 때문이다.

구글의 입장은 한결같다. 안드로이드를 만들며 쓴 자바 API는 저작권으로 보호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며, 오라클에 안드로이드 매출에 따른 라이선스를 제공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다만 오라클은 자바API가 명백한 저작권 보호의 대상이기에 이를 활용해 만든 안드로이드에는 자사의 권리가 포함되어야 한다 맞서고 있다. 관건은 역시 공정이용의 범위다. 공정이용은 공적인 목적을 위해 저작권을 침해해도 일정정도 그 뜻을 보장해주는 법칙이다.

다만 관련 가이드 라인을 명확하게 정하기가 어렵고 상황에 따라 적용가능한 변수가 너무 다양하다는 것이 단점이다. 이에 대한 치열한 법리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1998년 있었던 State Street Bank-Signature Financial 사건과 2010년 Bilski, 2014년 Alice vs CLS 은행 사건을 관통하며 흘러온 공정이용에 대한 두 기업의 명백한 입장차이다.

흥미로운 대목은, 최근 빅테크 기업 특히 구글에 대한 미 정부의 압박이 시작되며 구글과 오라클의 대결이 일정정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미 법무부가 크롬 강제 매각은 물론 선탑재 앱까지 문제삼으며 구글의 시장 과점을 지적하는 상황에서, 시장 과점의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되는 안드로이드의 태생에 대한 법원의 색다른 접근 가능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물론 자바전쟁에서는 미 연방대법원의 독자적인 판단이 나오겠지만, 최근 빅테크 기업에 대한 미 정부의 압박이 심해지며 관련 논의가 주변부에서 정리되기 시작한다면 자바전쟁 사태의 행방은 불확실성의 늪에 빠질 수 있다.

더 흥미로운 대목은 자바전쟁의 도중에도 구글과 애플의 밀월이 부각됐다는 점이다. 실제로 2016년 당시 법정 공방 중 구글과 애플의 밀월이 새삼 주목받은 바 있다. 오라클이 증인의 멘트를 인용해 "구글이 iOS에 자사 검색 엔진을 iOS 기본값으로 설정하기 위해 10억 달러를 지급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폐쇄적인 앱 생태계를 유지하며 개인정보보호에 나선다는 애플이 뒤로는 광고를 위한 협력을 이유로 구글로부터 10억 달러를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말았다.

비록 이 사실은 매출 정보에 따른 영업비밀 우려로 구글의 요청에 의해 법원에서 삭제됐으나, 이번 미 법무부의 구글 및 애플 밀월설이 제기되며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여지가 생겼다. 빅테크 기업에 대한 압박이 시장 과점을 이미 전제한 상태에서 대기업들의 밀월까지 치닫은 가운데, 치열한 복마전이 불가피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