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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방덕이 눈물’과 스카이힐제주

제주 스카이힐제주골프장(사진)은 ‘사랑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한다.
골프를 즐기면서 가장 많이 시선이 닿는 장면이 멀리 보이는 서귀포 해안가의 산방산이다. 바로 이 산 중턱에 산방굴이라는 자연석굴이 있다. 내부에는 커다란 바위가 있고, 천장에서 물방울이 떨어져 작은 샘을 이룬다. 여기에 ‘산방덕이의 눈물’이라는 전설이 내려온다.
아주 오랜 옛날 산방산 아래 나이 지긋한 부부가 살았다. 어느 날 남편이 나무를 하러 산방산에 갔는데 산방굴 옆에서 아이 울음소리가 들렸다. 산신령이 자식이 없는 그들을 불쌍히 여겨 아이를 준 것이다. 부부는 아이의 이름을 ‘산방덕’이라 지었다. 자랄수록 미모가 뛰어나고 총명했던 산방덕이는 나중에 ‘고승’이라는 총각과 결혼을 하게 된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 가지 못했다. 고을의 사또가 산방덕이의 미모에 반해 온갖 수작을 걸어왔다. 산방덕이가 단호하게 물리치자 사또는 결국 남편에게 누명을 씌워 멀리 귀양을 보내버렸다. 그리고는 산방덕이 홀로 남은 집을 찾았다. 산방덕이는 위기의 순간 오히려 요염한 눈빛으로 “오늘은 몸이 불결해 모시기 어려우니 하루만 여유를 달라”고 했다.
사또가 순순히 물러가자 산방덕이는 곧바로 산방산으로 향했다. 산방굴에 도착한 산방덕이는 남편에 대한 그리움에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다 서서히 바위로 변해갔다. 남편에 대한 사랑을 지키기 위해 다시 ‘산방산의 여신’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후 바위에서는 쉼없이 물방울이 떨어졌고, 사람들은 이를 ‘산방덕이의 눈물’이라 여겼다.
골프장에는 포레스트코스 6번홀에서 7번홀로 넘어가는 중간에 ‘연리목’이 하나 있다. 한 나무가 시들어도 다른 나무에서 영양을 공급해 주는 연리목은 예로부터 상서롭게 여겼던 나무이다. 두 몸이 한 몸이 되는 까닭에 부부의 영원한 사랑에 비유되기도 한다. 이 나무에 사랑의 소원을 빌면 이뤄진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카트를 타고 이동하는 도중 캐디가 연리목 앞에 잠시 멈춰 설명을 해주면 대대수 골퍼들이 내려서서 한번쯤은 신기하게 쳐다보는 장소이다. 골프는 부부가 함께 즐기기에도 아주 좋은 운동이다. 연리목과 산방덕이를 생각하며 서로에게 굿샷을 외쳐주다 보면 부부의 정도 깊어진다.
아시아경제 김세영 기자 (freegolf@asiae.co.kr)

김세영 기자 freegolf@asiaeconomy.co.kr

강혁 편집국장 kh@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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