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들러(Handler)는 애완견이 도그쇼(Dog Show)에 출전하기 전 준비과정부터 출전 후 심사를 받기까지 모든 과정을 인도하는 직업이다. 이에 개의 미용, 운동, 자세교정, 매너 뿐 아니라 핸들러 와의 호흡까지 교육한다.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도그쇼 출전 실력과 수상경험이 풍부하다면 억대 연봉 정도로 수입이 좋은 편이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은 2010년 12월 이마트에 펫샵을 오픈했다. 특히 15개의 매장에서 운영되는 호텔의 경우 성수기에는 만실이고, 비수기는 20~30% 정도 이용된다.
국내 애견시장은 2000년 1조원에서 매년 15~20%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업계에서는 현재 5조원 이상으로 내다보고 있다. 돈 되는 ‘펫산업’, 그 안에 뜨는 직업 ‘핸들러(Handler)’가 있다.

미끈한 다리, 꼿꼿이 세운 바른 자세, 윤기가 흐르는 긴 털과 또렷한 이목구비까지 화려한 모습 자체만으로도 시선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주인공은 아프간 하운드(Afghan hound) 종 애완견으로 내년 은퇴를 앞두고 있단다. 수많은 도그쇼(Dog Show)에 출전해 셀 수 없이 많은 챔피언상을 받으며, 경력과 명성을 얻었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사람이 핸들러다.

핸들러는 애완견이 도그쇼에 출전하기 전 준비과정부터 출전 후 심사를 받기까지 모든 과정을 인도하는 직업이다. 도그쇼에 참가한 핸들러는 심사위원 앞에서 말끔한 양복 차림과 바른 자세로 호흡을 맞추며, 개를 가장 돋보일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

이 직업은 자신이 소유한 개를 출전시키는 브리더-오너 핸들러(Breeder-Owner Handler)와 핸들링을 위탁받는 프로페셔널 핸들러(Professional Handler)로 나눌 수 있다. 특히 프로 핸들러의 경우 견주로부터 모든 출전과 관련된 비용은 물론 우승시에는 그에 따른 성과급을 받는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에는 20여명의 프로 핸들러가 활동하고 있으며, 연봉은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수상 경력이 많은 경우 억대까지 받는다고 한다.

3~5년차 핸들러가 도그쇼에 참가해서 입상할 경우 견주로부터 200만원 정도를 받으며, 관리비는 별도다. 외국에서는 도그쇼 입상에 따라 집 한 채가 생길 수도 있다고 하니 경력과 실력을 갖춘다면 수입이 높은 편이다.

도그쇼는 사람이 아닌 개가 출전하는 것을 빼면 미스코리아 대회와 비슷하다. 핸들러는 미용실 원장님 쯤으로 볼 수 있겠다. 대회에서 아름다운 자태로 워킹, 체형, 매너 등을 뽐내는 것을 사람이 아닌 애완견이 하는 것이다. 그러나 도그쇼에서는 핸들러의 자세도 중요하다. 핸들러와 애완견의 호흡이 얼마나 잘 맞느냐도 심사 기준에 포함되기 때문이다.

핸들러는 기본적으로 개를 리드하는 것 이외에도 개에 대한 방대한 지식을 갖춰야 한다. 미용학, 견체학, 훈련학, 수의학 등 개와 관련된 모든 분야에 대한 지식은 필수다. 프로 핸들러라면 많은 견주들로부터 위탁 의뢰를 받게 될 것이다.

이에 도그쇼 출전을 앞둔 품종별로 어떤 장점과 단점이 있으며, 이들의 가장 이상적인 모습에 대한 이해도가 필요하다. 애견협회, 애견연맹, 축견연합회 등 각 애견 단체에서 거의 매주에 한 번씩 꼴로 크고 작은 규모의 도그쇼를 개최하기 때문에 출전 기회는 많은 편이다. 외국 도그쇼 출전을 통해 실질적인 국제경험도 쌓을 수 있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 정규 핸들러 과정의 교육기관이 있지만, 아직 국내에는 없다. 이에 전문 핸들러 밑에서 도제형식으로 교육을 받거나 애견 미용학원에서 3개월 정도의 단계 코스를 거친 후 경험을 쌓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프로 핸들러를 지망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여성이 많지만 최근에는 남성 비율도 늘고 있다. 애견 용품업, 수의사 등 관련 분야의 지망생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프로핸들러가 되려면?
▶애견 관련 학과는?
혜전대학교, 서정대학교, 고양고등학교 등에 애견학과가 있습니다.
▶관련학과 전공이 필수 인가?
아닙니다. 다만, 애견 미용과 같은 관련 자격증이나 경험, 전공을 했다면 유용합니다.
▶누구나 도그쇼에 출전할 수 있나?
핸들러는 프로와 아마추어로 나눌 수 있고 누구나 출전 가능합니다. 그러나 프로 핸들러는 일정기간 이상의 경력과 수상경력으로 견주로부터 도그쇼 출전에 대한 제의를 받고, 경제활동을 하는 사람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연봉 수준은 어떻게 되나?
프로 핸들러 3년차의 경우 도그쇼에 출전해 수상을 하면 200만원 정도의 수입을 얻습니다. 업계 베테랑이라면 억대 연봉을 받기도 합니다.
▶핸들러로서 갖춰야 할 사항은?
기본적으로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어야 합니다. 또한 애견에 대한 해박한 지식으로 다양한 품종에 대한 이해가 요구됩니다.

인터뷰 | 정재명 애견핸들러
도그쇼를 통한 희열 돈 보다 값진 ‘선물’

벌써 12년 전 일이다. 고향 부산에서 서울로 상경해 사촌형이 개원한 애견미용학원에서 바닥 청소부터 시작했을 때가 말이다. 핸들러는 이미 해외에서 잘 알려진 직업의 한 종류였으나 국내에서는 직업 관련 가이드조차 없었다. 핸들러가 되기 위한 방법은 하나, 기본적인 과정을 익히기 위해 애견미용학원에서 여러 종류의 강아지를 만나는 것이었다. 그렇게 부산 남자는 서울로 애견 유학을 왔다.

경기도 양주시에 위치한 자택에서 20여 마리의 강아지와 동거동락하고 있는 프로 핸들러 정재명(38)씨의 얘기다. 그는 업계에서 알아주는 베테랑이다. 그가 가족이라고 소개하는 애완견 ‘애플’ 외에는 도그쇼 출전을 위해 견주로부터 정 씨에게 맡겨진 개들이 함께 생활하고 있다.

“워낙 강아지를 좋아했고요,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것을 즐기는 성격이어서요. 핸들러가 되기 위해 무작정 서울로 상경했지만 열심히 하니 2년 후에는 제자 양성도 하고 책도 낼 수 있었습니다. 당시 한국에서는 핸들러가 되기 위한 자료가 전무했었죠. 제 경험을 바탕으로 ‘쉽게 배우는 애견미용’이라는 책을 출간했고, 이후 책이 대학 교재로도 활용됐어요.”

그때 정씨의 나의 28세, 업계의 전문가가 없어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을 했다. 그러나 덕분에 그는 업계에서 알아주는 프로 핸들러로서 빨리 자리 잡을 수 있었다. 70년대에도 도그쇼는 있었지만, 사람들 사이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에 들어와서 부터다. 향후 5대 유망직종에 애견 미용사가 나올 만큼 하나의 고급 스포츠로 인식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 중심에서 정 씨는 전문가로서 선구자역할을 할 수 있었다.

“2003년부터 전주기전여자예술대학교 등 4개의 대학에서 강의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주로 미용, 핸들링과 관련해 실무적인 부분을 가르쳤죠. 체계가 잡혀야 다른 사람들도 가르칠 수 있는데, 빨리 업계에 뛰어든 덕분이었다고 생각해요.”

학원에서 기초를 배우는 것 이외에 정 씨는 외국 자료를 적극 활용했다. 뿐만 아니라 일본, 미국, 캐나다에 돌아다니면서 많은 유명 핸들러들을 만나고 세계적인 흐름도 파악했다. 미용학원과 강의로 벌어들인 돈은 고스란히 그가 공부하는데 썼다.

“시작은 한국에서 해도 충분해요. 국내에서 배운 후 모자란 부분이 있다면 해외로 나가보는 것도 좋죠. 일본의 경우 애견 관련학과 안에 핸들러 과정이 있으니 개인의 선택에 따라 좀 더 체계적인 공부를 할 수도 있겠죠.”

아직 국내에 전문 핸들러 학원은 없지만, 애견미용 학원을 통해 기초부터 배울 수 있다. 또한 고등학교나 대학교과정에 애견관련 학과를 나오면 도움이 된다. 정 씨는 현재 인재양성을 위해 2명의 학생들을 직접 교육하고 있다. 그는 “2년 가까이 우리 집에 있으면서 대학 생활을 했다”며 “보통 샵으로 취업을 나가지만 핸들러를 하고 싶다면 전문가에게 직접 배우는 방법도 있다”고 조언했다.


핸들러는 전원생활이 필수다. 개들을 훈련시키기 위한 공간 확보를 위해서다. 정 씨는 “딸의 교육 문제가 염려스럽긴 하지만 아내가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며 “모든 생활 패턴이 개 위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 12년간 설날에 부모님을 찾아뵌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개들 밥도 챙겨야 하고, 이상이 있는지 CCTV로 매순간 확인해야하니까요. 24시간 일해야 하고 공휴일이라는 개념이 없죠. 해외여행은 도그쇼 출전으로만 가봤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지만 내 생활은 포기해야 합니다.”

정 씨는 매일 오전 10마리 이상의 개를 미용 관리하는데 시간을 보낸다. 비가 오거나 날씨의 변화가 크면 에어컨을 켜거나 피부 관리도 해줘야 한다. 개들의 건강을 위해 한 달에 소비하는 비타민 비용만 50만원에 이른다. 애완견전용 삼푸와 린스 구입도 만만치 않은 돈이 든다. 관리하는 개 1마리당 80~1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는 게 정 씨의 설명이다.

“해외 도그쇼 출전의 경우 견주가 모든 비용을 제공하죠. 핸들링과 상을 탄 후 인센티브 비용은 따로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도그쇼에서 노력한 만큼 좋은 결과를 얻었을 때 행복감을 느껴요. 미용관리에서부터 목욕, 드라이, 메이크업, 건강까지 완벽한 모습을 위해 많은 시간을 할애한 만큼 그에 따른 보상이 있을 때 기쁘고 보람이 있습니다. 그 희열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로 값지죠.”

정 씨는 “여전히 개가 많이 버려진다고 하지만 최근 어려운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고비용을 들여 애완견을 도그쇼에 출전시키는 것을 보면 아직도 잠재력이 큰 시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로 핸들러를 꿈꾸는 이들에게 ‘두려워 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핸들러라는 직업은 사람(견주)의 욕심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스포츠입니다. 내 자식이 재롱잔치 가서 2등만 하면, 더 좋은 선생님을 모셔 꼭 1등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겠습니까. 그만큼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는 분야이고 비전이 있는 직업입니다. 기본기를 닦으면서 준비한다면 누구에게나 기회는 반드시 옵니다.”

이효정 기자 hy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