푼다 푼다 그러더니만 선거 걸리니까 다 물건너 가버렸어요. 이젠102m2(31평)가 9억원 초반에 나와도 산다는 사람이 없다니까요. (정부가) 죽여놓고 살렸는지 죽였는지도 모르는거 같고요. 시장가격은 없고 정부가격만 있는 셈이죠. 전화도 문의도 끊긴 지 꽤 됐는데 (이런 분위기가) 3개월은 족히 갈 것 같아요.”(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 내 T부동산 박모 대표)

징검다리 연휴를 맞아 일부 분양시장에 대박이 터졌다던 지난 4일. 강남 재건축 랜드마크로 통하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상가 부동산들은 약속이나 한듯 적막이 흐르고 있었다.

최근 강남3구 집값이 들썩했다는 언론 보도가 믿기지 않을 정도. 박 대표는 기자를 보자마자 대뜸 “정부가 부동산 거래를 정지시켰다”며 분개하기 시작했다. 지난달 강남3구에 대해 양도세 중과를 유지한다는 발표가 거래하지 말라는 얘기나 진배없다고 빗댄 얘기다.

9억원 초반 대치은마 살 사람 없어

일단 매수문의가 끊기다 보니 매매계약 한번 성사시키기조차 힘들다. 실제 지난 3~4월달만 해도 9억6000만원에 팔렸던 은마 31평형이 9억원 초반대 값에도 투자자가 나타나지 않는다. 그는 정부가 특단의 조치를 내놓지 않는 한 당분간 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박 대표는 또 정부 투기억제 방식에 대해서도 불편한 심기를 숨기지 않았다. 박 대표는 “투기지역이란 뜻은 대출규제를 하겠다는 것”이라면서 “처음부터 규제틀을 잘 만들어놓았으면 됐을 걸 왜곡만 해놓으니 이제는 빼도 박도 못하게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금리 조절을 통해 억제했어야 한다는 게 그의 논리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에 만연한 포퓰리즘이 경제를 망치고 있다가 진단했다. 그는 “실질적으로 나라가 발전하는 방향으로 정책이 가야 하는데 선거 걸리면 모든 게 흐지부지된다”며 “강남 다주택자에게 양도세 가산세를 부과한다는데 누가 지금 집을 팔고 사려 하겠나”며 가슴을 쳤다.

양도세 폭탄을 맞게 된 강남 주민 반발에 대해서는 “정부 정책이 오락가락하며 손해를 본 강남 주민들이 소송을 준비하지 않을까 하는 의견에 대해서는 “몇 천만 원씩 손해를 볼 것”이라면서도 “이 동네 주민들 때리면 때리는 대로 맞는다.

죽으라면 죽는 시늉도 할 분들이 그렇게 하겠냐”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종부세 자진신고율이 90%에 달하는 만큼 더 괴롭혀도 가만히 참고 견뎌낼 것이라고 했다.

“하락세 불가피…거품은 아니다” 대세

다만 거품논란에 대해서는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마포를 예로 들며 “마포 30평형대 8억~9억원 간다. 은마아파트하고 무슨 차이가 있느냐”라면서 “여의도·용산·뚝섬 등 이런 데는 투기지역 다 풀어놓고 유독 강남만 물고 늘어지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행태”라고 비난했다. 같은 상가 내 S공인 중개사무소 유모 대표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유 대표는 “그래도 최근에도 거래가 조금씩은 있었다”면서 “경기가 이지경인데도 가격이 크게 빠지지 않는 것을 보면 거품이 있다고 보기 힘들다”고 밝혔다. 그러나 유 대표는 오락가락하는 정부의 갈지자 행보에 찾는 내방 고객이 크게 줄어 고민이다.
그래서 어쩌다 매물이 나오면 얼마 정도에 구매할 의사가 있다고 받아둔 전화만 믿고 가끔씩 전화를 돌리는 게 요즘 일상이다. 다만 좋은 학군이나 외부 환경을 고려해 이주하려는 실수요자가 조금씩 늘고 있어 위안을 삼고 있다.

잠실 중개업소, 고객 발길 뚝

이런 썰렁한 분위기는 송파구 잠실쪽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잠실 5단지 상가 내 중개업소들은 고객들 발길이 뜸해지자 이날 아예 일일 휴업을 해둔 상태. 어렵사리 만난 S부동산 컨설팅 정모 대표에게서 그쪽 분위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그는 정부정책이 찬물을 끼얹어 당해낼 재간이 없다며 당분간 큰 기대는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정 대표는 “하루 10통씩 오던 문의전화가 3통으로 줄었다”면서 “사려는 분들이 대부분 망설이고 있는 분위기여서 거래는 거의 멈췄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시세는 평수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한 달 새 2000만~3000만원 빠진 가격에서 형성돼 있다.

또 내려간 가격으로 2~3건 거래가 이뤄졌지만 추세가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불투명한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당분간 반등은 어렵다는 분석을 내놨다.

정 대표는 “급락을 보이진 않겠지만 가격 하향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며 “사려는 분들, 즉 매도자 시장에서 매수자 시장으로 넘어가고 있는 중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그는 특히 ‘맥주 거품론’을 내세우며 고꾸라지는 경기부터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규제 풀어 경기부터 살려야”

맥주가 거품이 약간 있어야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듯이 부동산에도 약간의 거품이 있어야 그 매력에 시장이 제대로 굴러간다는 얘기다.

어찌됐건 규제보다 시장에 맡겨둬야 침체에 빠진 한국 경제를 일으켜 세우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 대표는 “물론 지금 규제가 풀리면 투기세력이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고 인정하면서도 “정부가 너무 FM대로 하려면 일이 더 힘들어진다. 시장에 맡겨야 수요도 생기고 거래도 일어나고 그래야지 경기도 살아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초구 쪽도 최근 바짝 웅크린 모양새다. 고속터미널 인근 강남 공인중개사무소에 따르면 한신아파트 2차 99m2(30평형)의 경우 매도 호가와 매수자 호가 차이가 1억원에 이른다. 팔려는 사람은 9억원에, 사려는 사람은 8억원을 원하고 있다는 소리다. 그러니 제대로 거래가 될 리 만무한 것.

특히 강남 다주택자 양도세 가산세가 유지되는 바람에 가끔 매도자는 있으나 사려는 사람을 찾기 힘든 형국이다. 인근 동아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급매물 정도 찾거나 가격이 바닥이었던 작년 말 가격에서 찾는 분들이 대부분”이라며 “‘그렇게 많이 올랐나요’라며 매수를 보류하는 분위기”라고 상황을 전했다.

따라서 이 관계자는 규제를 풀어준다면 모를까 최고가 수준에서 90%까지 육박한 값에 사려는 없어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또 다른 족쇄 소형주택 비율

강남3구 재건축시장에 또 다른 장벽이 있다. 재건축시 소형·임대주택 의무건설 규제가 바로 그것.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기왕에 시장을 살릴 거라면 투기지역 해제와 더불어 소형주택 비율도 완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일부에서는 이런 규제가 있는 한 재건축 가능성은 없다고까지 말한다.

특히 계속적으로 덧씌운 왜곡된 규제로 인해 아예 재건축이 불가능한 단계까지 이르면 책임을 누가 질 수 있느냐는 격앙된 분위기마저 느껴진다. 은마아파트 인근 T부동산 박 대표는 “앞으로 재건축 단지가 더 이상 손쓸 수 없이 슬럼화돼 버리면 누가 책임지려고 하겠나”라면서 “만약 국가가 돈을 들여 재건축하는 상황에 이르면 정치인들이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그러면서 “재건축은 각 단지마다 특성이 다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게 융통성을 가져야 한다”며 “5층에다 9평, 10평짜리 아파트가 있는 개포동과 30평 이상에 14층 규모의 은마아파트는 차원이 달라 다른 잣대가 필요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성배 기자 sb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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