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의 경우 어떤 풍경들을 뚫어지게 응시하다 보면 그것이 전혀 다른 낯선 풍경으로 변환되는 경험을 한 적이 있을 텐데 그때 주변 사물들과 시·공간적으로 긴밀히 유대하고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사고(思考)는 그것들을 통해 체험된 자료의 축적물이다. 작가는 일상적 사물이, 개개의 의미가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여러 형태의 사물, 사건과 연계된 인과(因果)관계의 서사구조에 주목한다.

밀려오는 파도에 홀로 서 있는 나무 혹은 억새 하나를 응시하면서 ‘나무의 이야기를 나무의 서사적 이미지로 표현’하는 것이다. 무채색 계통이지만 관점을 불필요하게 분산시키는 것을 경계한 무채색이 아닌 그만의 고유한 색으로 작품세계 의미를 펼친다. 여기에 탄탄한 인식토대에서 창조되는 작품들은 일상 뒤에 숨어 있는 은유적 풍경으로 다가온다.

작가는 “일상 속에 널려진 무수히 진부한 사물과 사건에 숨겨진 또 다른 실체, 곧 그것들의 이미지로서의 서사구조를 읽어내려 하지요. 사물의 원시적 관찰과 의심을 통해 나무 하나, 풀 한포기라도 모든 것을 최초로 마주하듯 일상적 요소에 처녀성을 부여하고 전혀 새로운 문맥으로 그 일상을 읽어내고자 합니다”라고 말했다.

그것은 일상에 대한 말 걸기, ‘현재’와 나(我)와 주변과의 의미를 연동하고 존재의 폭과 자유를 확장해가는 작업 더 나아가 인간과 자연의 본질에 다가가는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서양화가 선종선 작가는 중앙대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코벤갤러리(밴쿠버, 캐나다), 현대아트갤러리(서울), 백송화랑 등에서 개인전을 11회 가졌다.

권동철 문화전문 기자 kd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