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가 쉬워지는 모방의 힘>
김남국 지음 위즈덤하우스 펴냄

이 책을 집어 들기 전에 생각해 볼 게 있다. 모방에 대한 선입견을 품고 있는가. 그렇다면 일단 그 선입견부터 버려야겠다. 아니, 선입견을 품고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책 끝머리에서 그 선입견이 없어지는지 확인해 보는 재미도 쏠쏠할 테니 말이다.

인간은 눈을 뜨는 순간부터 남의 행동을 모방하며 자라난다. 지식을 습득하고, 통찰력을 키우는데 ‘따라 하기’만 한 게 없다. 신이 세상을 창조한 이후에 ‘무’에서 ‘유’를 창조한 사례는 없다. 따라 해보고, 베껴보고, 비틀어 보면서 ‘창조적 부산물’을 탄생시켰을 뿐이다.

목욕탕에서 부력의 원리를 발견한 아르키메데스나,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뉴턴의 사례도 마찬가지다. ‘남다른 생각’으로 인류의 역사를 뒤바꿀 아이디어를 창조해 낸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들도 모방이라는 절차를 거쳤다.
한데 ‘모방’이라는 말은 우리에게 다소 부정적인 의미로 다가온다. ‘카피’ 혹은 시쳇말로 ‘짝퉁’과 같은 부정적인 의미가 먼저 떠오르는 게 사실이다. 모방, 과연 부정적이기만 할까?

<모방의 힘>은 이에, ‘아니다’라고 힘주어 말한다. 모방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혁신의 원천이 되는 힘을 위축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다. 과감하고 적극적인 모방을 구사하는 노력이 위축되면 혁신적인 상품이나 서비스, 새로운 사업모델의 등장이 제한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인 사례도 함께 제시한다. 스티브 잡스의 성공을 가지고 온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는 ‘개방형 비즈니스 모델’이다. 아이팟 제작 과정을 살펴보면 애플이 얼마나 개방적인 모델을 도입했는지 알 수 있는데, 사실 아이팟의 배터리는 소니가, 케이스는 고바야시가, 플랫폼은 미국 포털플레이어가, 메모리는 삼성전자가, 하드디스크는 도시바가, 생산은 중국 선전의 대만업체가 담당했다. 애플은 핵심 콘셉트와 디자인을 정한 것뿐이다.

그간 ‘모방’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좋은 모방’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이 제시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책은 주장한다. 책에서는 모방의 형태와 적용 대상에 따라 각각 복제형, 원리형, 이식형, 창조형의 4가지 유형으로 모방을 구분하고 있다. 이로써 모방에 대한 오해와 혼란을 최대한으로 줄였다.

게다가 모방 유형들 가운데 가장 부작용이 적고 파급효과가 큰 ‘창조형 모방’의 구체적인 방법론을 정립하기에 이른다. 이 때문에 책을 읽고 있노라면, ‘이거 나도 따라 해 볼 만한데?’하는 생각이 든다. 저자는 “‘창조형 모방’은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문제에 물음표를 달아보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했다.

이 책은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창조형 모방’을 규명하기 위해 국내외에서 모방을 통해 창조를 이룬 300여 가지의 사례를 수집해 분석했다. ‘문제의식 갖기’, ‘핵심 과제 선정’, ‘모방 대상 탐색’, ‘모방 방법 설정’, ‘실행’에까지 이르는 5가지 과정을 통해 일상에서도 쉽게 창조적 아이디어를 끌어낼 수 있도록 돕는다.

박지현 기자 jh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