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한시대의 경학자 유향은 바른 신하와 나쁜 신하를 각각 6가지로 분류했다. 춘추전국시대부터 한대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언행을 분류한 <설원(說苑)>을 통해 ‘육정육사(六正六邪)’를 기록한 것이다. 다음은 그중에서도 나쁜 신하의 유형을 제시한 ‘육사’다.

첫째, 구신(具臣)은 관직에 안주하고 녹봉을 탐하며 공직은 돌보지 않고 사리사욕을 채운다. 둘째, 유신(諛臣)은 군주에게 아부하여 군주의 눈과 귀만을 즐겁게 한다. 셋째, 간신(姦臣)은 군주로 하여금 신하에 관한 판단을 잘못하게 하여 상벌(賞罰)을 적당치 않게 하고 임무를 잘못 맡기게 한다.

넷째, 참신(讒臣)이란 말과 글을 잘 꾸며 군주가 골육(骨肉)의 친척과 이반하게 하고 조정을 어지럽힌다. 다섯째, 적신(賊臣)이란 권세를 마음대로 휘두르고 사사로이 당(黨)을 이루어 그 가문을 부유하게 하고 한편으로 군주의 명령을 마음대로 한다. 여섯째, 망국신(亡國臣)이란 군주로 하여금 흑백 시비(是非)를 제대로 가리지 못하게 함으로써 그 악함이 나라 안팎에 널리 퍼지게 한다. 어떤가, 당신의 조직에서 몇몇 얼굴이 떠오르지 않는가. 이들을 알아 미리 방비할 방법은 없을 것인가. 한비자는 이를 ‘찰간법(察奸法)’이라 하여 나쁜 신하를 골라내는 5가지의 묘책을 짜냈다.

첫째, 하나하나 들어보고 일일이 판단하는 ‘일청법(一聽法)’이다. 오늘날 조직의 ‘프리라이더(Free Rider)’, 즉 무임승차 족을 감별하는 방법이다. 한비자는 피리(笛) 합주단을 예로 들었다. 제나라 선왕은 피리 연주를 좋아해 300명으로 구성된 합주단을 거느렸다. 단원이 많으니 실력의 편차가 컸을 터였다. 그중에 누가 잘 부르고 못 부르는지 궁금해진 선왕은 하루는 한 사람씩 나와서 피리를 불어보도록 했더니, 태반이 자신의 무능함이 탄로가 날까 봐 자신의 차례가 오기 전에 미리 도망쳤다고 한다. 업무를 능력에 따라 개별 평가하는 방법이 무임승차자 방지법이란 것을 시사해준다. 합창뿐 아니라 독창 실력도 보고 확인하라!

둘째,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관찰하는 ‘관청법(觀聽法)’이다. 인재를 360도 평가하는 방법이다. 누가 인물평을 하더라도 그 사람 말만 믿지 말고 다각적으로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인물평에는 주변 인물의 기호, 입장에 따른 평가가 개입된 경우가 많다. ‘카더라’ 통신만을 믿고 아까운 인재를 내치지 말고, 전체적이고 입체적으로 종합관찰하라!

셋째,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며 부하를 시험하는 ‘협지법(挾知法)’이다. 상사의 뜻에 무조건 복종하는 부하를 감별하는 방법이다. 한나라 왕 ‘소후(昭侯)’는 어느 날 거짓으로 깎인 손톱이 없어졌다며 신하들에게 찾게 했다. 당시는 왕의 무엇 하나라도 옥체(玉體)라 하여 소중하게 여기던 때라 모두 혈안이 되어 찾고 있었다. 그때 어느 신하가 자기의 손톱을 얼른 자르고는 찾았다며 왕에게 바쳤다. 소후는 이런 방식으로 신하들의 언행을 시험했다.

넷째, 사실과 완전히 다른 말을 통해 부하의 반응을 살피는 ‘도언법(倒言法)’이다. 리더의 황당한 말에도 무조건 예스라고 하는지 정직하게 말하는지, 조직의 예스맨 여부를 판별하는 방법이다. 연(燕)나라 재상인 자지(子之)는 집에 있으면서, 신하들을 보고 거짓으로 “지금 문밖으로 흰 말이 지나갔는데 보았는가?” 하고 물었다. 신하 하나가 밖에 나가보고 오더니, “예 흰 말이 지나 갔습니다”하니, 재상은 적당히 대응해 무조건 자신의 말에 ‘예스’라고 대답하는 신하가 누구인지를 알게 되었다.

다섯째, 상반된 입장에서 동기를 찾는 ‘반찰법(反察法)’이다. 어떤 일이 벌어졌을 때 누가 이익을 보고, 누가 손해를 보는지 알아보는 방법이다. 표면만 보지 말고 배후를 정확히 꿰뚫어 봐야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알 수 있다. 한나라 희후(喜侯)가 목욕하다가 욕조에서 돌을 발견했다. 그는 실무책임자인 욕조담당관을 혼내지 않고, 욕조담당관이 파면될 때 그 뒤를 잇게 될 후임자를 다그쳤다.

위의 구분법들은 일종의 네거티브(negative) 판별법이다. 적군과 아군을 구별하는 것은 리더의 첫 번째 관문이자 가장 큰 도전이다. 그러니 까다롭고, 때로는 함정까지 파놓는 무리수를 연구했던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적군은 나에게 직언을 하는 무리가 아니라 ‘예예’ 동조하고 아첨하는 예스맨이란 점이다. 이들을 멀리하고 “아니 되옵니다”를 용감하게 말할 수 있는 ‘팔로워’를 가까이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조직을 깨끗하게 하고 성과를 올리는 길이다.

김성회
CEO리더십 연구소장. 경영학 박사. 서울과학종합대학원 겸임교수. 인문학과 CEO 인터뷰 등 현장사례를 접목시켜 칼럼과 강의로 풀어내는 스토리 텔러다. 주요 저서로는 <성공하는 CEO의 습관> <내 사람을 만드는 CEO의 습관> <우리는 강한 리더를 원한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