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원들이 미국 홀랜드 LG화학 CPI 연구법인에서 LG화학 배터리셀이 적용된 시보레볼트 배터리 팩을 테스트하고 있다.


불황의 터널이 끝이 안보일 정도록 깊고 길다. 유럽발 위기로 인해 글로벌기업은 물론 국내기업에도 어려움이 더해져 새로운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수십년동안 펼쳐왔던 주력사업을 버리고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옮기거나 트랜스포머형 기업으로 탈바꿈하는 변신이 필요한 시기다. 변화에 수긍하고 흐름을 타야 100년 이후에도 지속되는 장수기업으로 남을 수 있다. 이 변화에 시점에 LG도 미래를 바꾸기 위해 전자, 화학으로 대표되는 주력사업에서 녹색의 변화를 이끌어 내려 하고 있다. 미래를 위한 키워드는 바로 그린(Green)이다.

이를 위해 LG그룹은 2015년까지 전기차부품, LED, 태양광 등 녹색 신사업에 모두 8조원을 투자한다. 이 같은 투자를 바탕으로 일자리 1만여 개를 새롭게 만들고 2020년에는 그룹 전체 매출 중 15%를 그린사업에서 벌어들인다는 복안이다. LG는 올해 그린 신사업에서 매출 4조원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0년 1조5000억원, 2011년에 3조원을 올린 데 이어 성장 속도에 탄력이 붙고 있다.

구본무 LG 회장은 지난 1995년 취임 이후 매년 열리는 연구개발성과보고회에 한 번도 빠지지 않고 18년째 참석하는 등 미래준비를 위한 R&D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구 회장의 R&D의지는 LG의 R&D투자 증가 추이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LG는 올해 R&D에 4조9000억원의 투자를 집행할 계획이다.

이는 5년 전인 2008년 R&D투자액 2조8000억원에서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이며, 지난해 4조3000억원보다는 6000억원이 증가했다. 경기가 어려워도 중장기적인 관점의 미래준비 차원에서 미래를 담보할 원천기술과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에는 투자를 줄이지 않겠다는 게 구 회장의 생각다. 이에 LG의 R&D투자도 휴대폰, 디스플레이, 석유화학, 이동통신 등 주력사업의 기술혁신과 미래성장사업에서 시장을 리드할 선행기술 확보에 집중되고 있다.

금형기술센터 준공식

구본무 LG 회장이 경영진들과 평택 LG전자 금형기술센터 준공식에 참석해 제품 완성도를 높여 줄것을 당부하고 있다. 사진은 좌측부터 구본무 LG 회장, 신문범 LG전자 HA사업본부장 부사장, 노환용 LG전자 AE사업본부장 사장, 강유식 (주)LG 부회장, 홍순국 LG전자 생산기술원 전무).


LG가 집중 투자하는 녹색 신사업은 전기차부품(배터리 등), 태양광, LED, 수처리 등이다. 특히 LG 그린전략의 중심축은 전기차 배터리를 비롯한 전기차 부품이다. 2015년 목표로 잡고 있는 10조원 매출(그린 신사업) 가운데 4조원 정도를 전기차 부품이 담당한다. 태양광 사업은 LG전자가 태양전지의 광효율 향상 및 양산 규모 확대 등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LG전자는 또 평택 미래성장동력단지에 총 1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는데 그 대상에는 LED조명·수처리 사업과 함께 태양전지 연구 등이 포함됐다. LED도 LG 그린전략의 핵심이다.

체질개선 통해 위기에 강한 기업 만들기
LG의 미래전략에는 '그린'과 함께 '고객가치'도 포함돼 있다. ‘고객가치 창출을 통한 미래준비’는 구본무 회장이 지속적으로 강조한 미래 청사진이다. 그는 지난해 “‘고객가치 혁신’을 선도하는 테크놀로지 컴퍼니, 이 말에 미래 LG의 모습을 담아내야 한다”며 고객가치경영의 비전을 밝히기도 했다.

올해 구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보다 더 구체적인 고객가치 경영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경쟁사들이 한다고 무조건 따라 해서는 차별화된 가치를 영원히 만들 수 없다. 지난해 3D TV와 LTE에서 보여준 것처럼 남보다 앞서 우리의 방향을 정하고, 한발 먼저 움직여야 할 것”이라며, “끊임없는 노력으로 완성도를 높이고 감동을 주는 성능과 품질을 제공해 LG의 이름을 내건 제품이라면 소비자들이 모든 면에서 정말 편하고 즐거울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미래준비도 경쟁기업을 따라잡겠다는 생각에서 먼저 넘어서 남다른 길에 도전할 것으로 구 회장은 주문한다. 그는 올 신년사에서 “용기 있는 미래 준비가 요구된다”며 “단순히 경쟁 기업을 따라잡겠다는 생각을 넘어서 올바른 방향과 남다른 길을 찾아 도전해야 할 것”이라며 R&D 투자, 우수인재 확보, 동반성장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연구원이 LG디스플레이 R&D 팹 내부에서 LCD 패널을 검사하고 있는 모습(왼쪽 작은사진).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LG전자 LCD TV 연구소에서 연구원들이 FPR 3D TV의 3D 화질을 최적화하고 있다.


구본무 회장은 또 “꼭 필요한 분야에는 자원을 집중해 결과를 낼 수 있는 만큼 충분히 투자하고, 새로운 사업을 시도할 때에도 반드시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생각으로 철저히 준비하고 과감히 투자하자”고 주문하기도 했다. 구회장은 이어 “지금 씨를 뿌리지 않으면 3년, 5년 이후를 기대할 수 없다”며 확신과 용기를 갖고 과감하게 미래에 투자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에 LG는 전자, 화학, 통신서비스 등 주력 사업분야에서 시장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어 가는 데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장기 성장동력에 대한 투자와 인력 확보도 미래준비 전략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이를 뒷받침하듯 LG 주요 계열사 CEO들도 신년사를 통해 ‘미래준비’를 공통적으로 꺼내들었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기본 체질 강화와 미래 준비에 온 힘과 열정을 쏟을 것”을 당부하면서 “3년, 5년 후에는 어떠한 위기에도 흔들리지 않는 회사로 자리매김 하자”라고 역설했다.

김반석 LG화학 부회장도 그룹의 변화에 대해 “미래 환경변화에 신속히 대응하기 위해 전지사업본부를 신설하고 3개 사업본부를 중심으로 책임경영체제를 강화했다”고 밝혔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2012년을 ‘건곤일척’의 승부로 일등으로 도약하자”고 역설하고 ▲철저한 미래준비 ▲고객지향적 업무방식 ▲일등경쟁력 확보 ▲목표를 향한 치열함 등 4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LG디스플레이, LG생활건강, LG CNS 등의주요 계열사 CEO들도 각각 “차별화된 제품 및 기술 개발”, “미래 성장 추가 동력 확보”, “소프트 측면의 역량강화” 등을 강조하며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주문했다.

3D TV·LTE·자동차배터리 국내 성장축
LG의 미래를 이끌 성장중심 축은 3D TV, 스마트폰, 전기차 배터리, LTE 등이다. LG는 올해 북미와 유럽 등 선진시장에서 스마트폰, 3D TV, 스마트 가전 등 프리미엄 제품의 시장 공략을 계속할 계획이며, 아프리카, 남미 등 신흥 성장시장은 제품의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스마트폰은 ‘옵티머스 Vu:(뷰)’, ‘옵티머스 LTE Tag(태그)’등 LTE스마트폰 풀라인업을 구축해 전세계 LTE 시장 MS 20% 이상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 차세대 프리미엄 쿼드코어 스마트폰인 ‘옵티머스 4X HD’를 앞세워 북미와 유럽시장 공략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옵티머스 LTE’의 경우 출시 100일만에 글로벌 100만대 판매를 달성해 ‘LTE=LG’라는 공식을 입증하고 있다. 또 ‘프라다폰 3.0’의 경우 3G 모델임에도 국내서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이달 초 유럽과 아시아 지역에 출시돼 글로벌 판매량도 계속 증가세를 나타내주고 있다.

최근 출시된 ‘옵티머스 Vu:(뷰)’는 보는 콘텐츠에 최적화된 4:3비율이 국내 언론과 외신의 호평을 받고 있다. FPR 3D TV도 지난해 급성장한 여세를 몰아 중국시장과 미국, 유럽 시장 점유율 확대에 총력을 기울여 3D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LG는 지난해 12월 기준 미국 3D LCD TV 시장에서 27%의 점유율을 기록하는 등 경쟁기업들을 위협하고 있다. LG전자는 올해 신제품 가운데 70%를 3D TV로 내놓아 세계 시장점유율 25%로 3D TV 세계 1위를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LTE서비스의 경우 올해 안으로 가입자 400만명 이상을 확보해 4G 통신시장을 선도할 예정이며, 전기차 배터리는 전기차 시장의 규모가 점점 활성화되면서 2015년 4조원대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함께 LG의 미래를 책임질 차세대 성장엔진은 ▲에너지 ▲전기자동차 부품 ▲리빙에코 ▲헬스케어 사업이다. LG는 ▲에너지 분야에서는 태양전지, 스마트그리드 사업을 ▲전기자동차 부품에서는 전기차 배터리 및 기타 부품 사업을 ▲리빙에코 분야에서는 LED/OLED 조명 등 차세대조명, 총합공조, 수처리 사업을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U-헬스케어 사업 등을 중점 사업으로 키울 계획이다.

조윤성 기자 koreae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