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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코치는 인격·인내·잔디사랑을 가르친다여민선의 골프 정담(情談)29 | 골프지도자의 진짜 자격은


한국의 골프문화와 열성은 그 어느 나라보다 강하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골퍼들도 정말 열심히 연습하고 지도를 받는다. 하지만 누구에게 지도를 받는가에 따라 골퍼의 기량은 큰 차이가 난다. 우리끼리 하는 말로는 한 번 잘못 든 습관은 평생을 따라 다니며 골퍼의 발목을 잡는다고 할 만큼 잘못된 습관 및 연습은 골프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 오래 동안 엉뚱한 스윙을 연습해 내 몸에 굳어지는 사고는 ‘암’이라고 불릴 만큼 치명타를 입힌다. 그래서 ‘나와 맞는 코치를 만나는 것은 어쩌면 행운인지 모른다’고 생각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바꿔야 한다. 그 이유는 코치 선정도 내 결정에 따라 분명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코치를 선정하기 전에 골퍼들은 계획을 확실하게 세워야 한다. 무슨 계획일까? 내가 원하는 목표. 즉 핸디캡(골퍼 스스로가 정한 일반적으로 치는 평균 스코어)은 어느 정도로 낮아지기를 원하는지, 핸디캡이 높아도 비거리가 짧아도 또박또박 앞으로만 공이 날아가도 충분한지 말이다. 만약 다 필요 없고 골프는 비거리라고 생각한다면 장타를 전문으로 지도하는 코치를 만나고 찾아야한다.

사고나 어떤 이유로 일반적인 컨디션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는 스스로의 약점이 어떤지를 파악하고 그에 따라 지도해주는 코치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골프연습장에서 만날 수 있는 각 코치의 장점이 무엇인지, 장기·전공이 무엇인지 충분한 상담을 한 후 나와 잘 맞는지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앞서 설명했던 대로 한번 굳은 습관은 다시 고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교정하는 동안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정말 많은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기도 하다.

필자의 지도를 받는 골퍼들이 필자에게 지어준 별명이 있다. 엉뚱하고 우스운 별명이 여럿 있는데 그중에 ‘실미도’라는 별명이 있었다. 처음엔 그 말의 뜻을 알지 못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훈련의 강도가 실미도의 영화와 같다고 해서 장난삼아 붙여준 것이었다. 필자가 그런 강도 있는 훈련을 지도하는 이유는 내가 겪은 몇몇의 골프지도자들이 싫었고 성의 없는 태도가 매우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다. 지금도 생각하면 화가 나는 코치들이 몇 명 있다.

학생을 지도하면서 TV에 나오는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었던 코치, 과연 한 번에 두 가지가 가능할까. 입에서는 분명 골프에 관련된 레슨이 나오고 있지만 눈은 레슨 내내 TV에 꽂혀 있었다. 이 얼마나 무성의한가. 게다가 걸려오는 전화는 모두 받고 시간을 끌면서 개인적인 용무를 모두 보는 코치, 1시간 레슨을 40분 만에 끝내는 코치도 있었다. 정말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물론 레슨비는 모두 받고서 말이다. 또 지난번 함께 했던 레슨을 기억하지 못하는 코치도 있었는데 지도가 많아서 그럴 수도 있다고 치더라도 학생 입장에서는 역시 섭섭하다.

학생은 지난주에 배운 것들을 염두에 두고 미리 준비했는데 코치가 전혀 기억을 못한다면 이 얼마나 관심이 없다는 것인가. 분명히 성의가 없거나 아니면 지도를 받으러 온 사람들을 관리하지 못하거나 아니면 생각 없이 지도하는 것 같아 몹시 불쾌했다. 이런 코치도 있었다. 매번 레슨이 달라 스윙의 기초 자체에 혼돈을 줬다. 스스로의 기본 틀도 없이 그때그때 바꿔버리면 도대체 어떻게 당신을 믿고 간다는 말입니까?

그리고 레슨 시간에 늦는 코치. 물론 차가 밀렸다고 변명하지만 급한 일이 있었던 것은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늦을 것 같으면 일찍 나오시든지 아니면 늦은 만큼 연장해 주시든지 아니면 다음 레슨 때 그 시간만큼 이어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아마도 모든 골퍼들은 동감하고 공감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싫은 코치는 초보 골퍼도 아닌데 잘못치고 있다며 기본기부터 다시 가르치려고 하는 코치다.

골프 경력 10년. 핸디도 보기(bogey, 규정타수보다 1타를 더침) 플레이는 거뜬히 하는 골퍼에게 다 고쳐야 한다고 할 땐 기분이 어떨까. 실제로 언더파를 칠수 있는 프로선수에게도 싹 고쳐야 한다고 하는 코치들도 실제로 만나본 적 있다. 과연 언더파를 칠 수있는 선수가 기본 스윙을 바꿔야할 필요가 있을까. 그렇게 고치다가 다시는 시합에 나오지 못하는 선수들을 나는 수없이 보고 또 봤다.

이번에는 필자가 만났던 최고의 코치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겠다. 마치 의사가 개개인의 환자 차트를 가지고 있듯이 나의 차트를 기록하고 전날 미리 준비하고 나온 코치. 시간이 지나면서 레슨비를 조금씩 내려주는 코치도 만나 봤다. 시합 전날 긴장을 풀라며 전화를 주는 코치, 이메일을 보낸 준 코치 그리고 책을 시합 장소로 보내준 코치도 있었다.

하지만 내 삶에서 최고로 인정하고픈 코치는 바로 아버지 같은 코치였다. 진정 내 자식처럼 나를 걱정하고 나를 위해 이야기하고 선수가 가야할 길을 솔직하게 이야기했던 코치다. 돈보다는 인격과 인내 그리고 잔디를 사랑하라고 지도해주셨던 코치, 본인의 젊은 시절 스스로 겪었던 시합 때의 스트레스와 인내 및 여행의 무료함과 어려움을 이겨내는 방법들을 솔직하고 진솔하게 하나하나 집어주시던 코치들이 필자에게는 최고의 코치였다.

백스윙을 올리는데 6단계가 있고 풀스윙 자체에 정말 많은 단계를 나눠 지도하는 코치들도 있다. 맞는 이론이지만 오히려 그런 자세한 것들이 스윙에 군더더기를 달아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그 생각은 스윙을 늦게 하게 하기도 한다. 1초도 안 걸리는 골프 스윙 중에 그런 단계들을 모두 생각하고 정확하게 집어내고 만들어내려면 아마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듯하다. 하지만 그렇게 오래 인내할 수 있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오래 전 미국에서 만난 필자의 코치 밥 토스키(BOb Toski)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미니(필자의 영어이름)야. 넌 프로야. 이미 언더파를 칠 줄 아는 골퍼지. 너를 믿고 타깃으로 클럽을 던져. 그게 다란다.” 이 말은 골퍼로서, 선수로서 이제 세계 무대로 발을 딛는 루키 선수에게 했던 단순하면서도 골프의 진리를 깨우쳐준 말이었다. 그날 바토스키 프로님은 필자를 집으로 데리고 가 부인을 소개시켜주고 식사를 함께 했다. 자주 들른다는 동네의 이름 없는 가계에서 꽃을 배달시켜 부인에게 선물하는 모습을 보면서 골프라는 운동은 그저 기계처럼 테크닉만을 강요하는, 자나 깨나 훈련만 시키는 그런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지금도 필자는 골퍼들에게 이런 말을 전한다. 연습을 하고 있는데 전문가도 아닌 그 누군가가 다가와서 이런 것이 틀렸고 저런 게 나쁘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을 만난다면 "약은 약사에게 진료는 의사에게"라는 말이 있듯이 "연습은 의미 있게, 지도는 전문프로에게“라고.

여민선 프로 minnywear@gmail.com
LPGA멤버, KLPGA정회원, 라이프스포츠클럽 골프 제너럴 매니저, 방송인




이코노믹리뷰  |  econo@econovill.com  |  승인 2012.06.08  08:2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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