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욱 한국해양연구원 해양기술정책연구부장
경희대 대학원 법학박사
대한국제법학회 평의원
세계국제법협회 한국지부 회원
동북아해양영토문제연구회 회원

서기 828년, 신라의 대사 장보고는 완도에 청해진을 설치해 해적을 소탕하고 동북아시아의 해상권과 무역권을 장악, 신라의 경제적 부흥을 이끌었다. 장보고는 한·중·일 중심에 위치한 신라의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삼각 중개무역을 실시했고 나아가 동남아시아, 이슬람에 이르기까지 교역을 넓혀갔다. 장보고의 해양 경영은 부의 축적은 물론 동서 문화 교류에도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화려하게 꽃 피운 신라 역사의 중심에 ‘해상왕 장보고’가 있었던 것이다.

1000여 년의 시간이 흐른 1994년, 바다의 헌법전이라 할 수 있는 UN해양법협약이 발효됨에 따라 세계 각국은 해양 자원 확보를 위한 경쟁 체제에 돌입했다. 대한민국 역시 국제적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해양 강국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1996년도에 ‘바다의 날’을 지정했다. 1000년 전, 장보고 대사가 청해진을 설치한 5월을 기념해 5월의 마지막 날인 5월 31일이 ‘바다의 날’로 정해진 것이다.

바다에 대한 이해와 활용이 국가 발전과 부흥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21세기 신해양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던진다.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지구 기후변화, 자원 고갈 등의 문제 해결을 위해 인류 최후의 보루인 바다의 역할이 주목되기 때문이다.

지구 표면의 70%를 차지하고 있는 바다는 지구 기후변화의 최대 조절자다. 해류의 움직임과 대기의 순환을 관찰하면 기후변화를 예측하고 재해에 대비할 수 있다. 수온 변화를 관측하고 바닷속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해 한반도 근해의 변화를 파악하며 엘니뇨, 라니냐, 웜풀, 쿠로시오해류 등을 조사해 한반도에 미칠 영향을 예측한다. 우리의 생활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기후를 조사해 미래 환경을 준비하고 자연재해에 대처하는 것이다.

한편, 바다에는 금, 은, 구리, 아연과 같은 고부가가치 금속자원뿐 아니라 희토류와 같은 전략 금속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다. 심해저 광물자원의 탐사 및 광구 확보는 산업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현재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구리, 니켈, 코발트 등 주요 금속자원의 독자적 공급원 확보라는 경제적 가치와 함께 해양경제 영토 확장이라는 의의가 있다.

우리나라는 한국해양연구원(KORDI)을 필두로 북동태평양 클라리온-클리퍼톤 해역 내에 망간단괴 개발을 위한 광구를 세계 7번째로 확보한 바 있다. 또한 남서태평양 통가왕국과 피지공화국의 배타적경제수역에서 해저열수광상 독점 탐사광구를 확보해 미래 국가 전략금속 자원의 수급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바다의 ‘보물창고’로 불리는 해양생물들은 바이오에탄올, 바이오디젤과 같은 천연 에너지의 좋은 원료가 될뿐 아니라 육상생물에서 얻기 힘든 다양한 극한 기능 소재, 생리 활성 및 신기능성 물질 등을 함유하고 있어 산업 및 의학 분야에의 활용이 가능하다.

무궁무진한 자원의 보고인 바다, 그러나 오늘날 인류에게 알려진 바다는 전체의 10% 미만에 불과하다. 첨단을 달리는 무수한 연구가 실시되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수준인 것이다. 오는 7월, 한정된 국토와 자원의 한계를 뛰어 넘어 ‘세계 5대 해양강국’으로의 도약을 위해 한국해양연구원(KORDI)이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으로 새롭게 출범한다. 첨단 해양과학기술의 개발과 규모 있는 해양연구, 그리고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해양 전문가 양성을 통해 21세기 신해양시대의 선도자로 도약하기 위해 힘찬 발걸음을 시작하는 것이다.

미국의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미래의 바다는 인류의 식량, 자원, 에너지 문제를 해결해 주고 해양 산업은 중요한 위치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찬란한 신라의 부흥에 장보고의 바다가 그러했듯, 17회 ‘바다의 날’을 계기로 세계적 해양강국을 향한 원대한 희망과 강인한 의지의 물결이 많은 이들의 가슴속까지 번져 나가게 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