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의 기술 대기업이 S&P 500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육박하며 1999년 닷컴 버블 절정기의 37%를 넘어설 기세다.    출처= The Hawk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기술기업들이 글로벌 소비자에 대한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지는 것과 함께,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닷컴 시대의 정점을 넘어 사상 최대치로 올 한 해를 마무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다우존스 마켓 데이터(Dow Jones Market Data)가 30년 간의 연간 시장 가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휴대폰 제조회사부터 소셜 미디어 플랫폼 운영회사까지 미국의 기술 대기업이 S&P 500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에 육박하며 1999년 닷컴 버블 절정기의 37%를 넘어설 기세다.

올해 초 미국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시가총액 2조달러를 돌파한 애플은 혼자서 지수의 7% 이상을 차지한다. 지난달 초에는 그 비중이 8%까지 올라 데이터를 작성하기 시작한 199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애플이나 넷플릭스 같은 인기 기술주들이 최근 주춤하고 있지만, 이들 기술 기업들은 코로나 대유행으로 인한 경기 침체에도 거의 8% 상승했다. 기술주들은 지난 주 초반 시장 상승을 이끌었으나 이후 하락하면서 주요 주가지수에 대한 그들의 지배력은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코로나 대유행으로 많은 다른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안에도, 재택근무와 클라우드 컴퓨팅 같은 트렌드는 이들 기업의 성장에 더 도움이 되었다. 그러나 이 몇 개의 회사들에 상승이 집중되고 있는 것은 투자자들을 걱정시킨다. 그들은 주식 시장이 몇몇 기술 대기업에 너무 의존하고 있고 이들 중 몇 회사만 주가가 떨어져도 시장을 붕괴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S&P 500에 대한 기술회사의 비중이 절정을 이뤘던 직후 닷컴 거품이 터지면서 매도 러시가 일어났고 기술주는 폭락했다. 금융위기를 앞두고 은행들의 비중도 2006년에 정점을 찍은 후 폭락했고, 에너지주도 2008년에 정점을 직은 후 붕괴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20년 전만큼 기술주가 과대평가되고 있다고 말하는 분석가들은 거의 없다. 견고한 실적 증가와 제로에 가까운 금리로 인해 최근의 상승세는 상당 부분 정당화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많은 투자자들은 기술주의 지나친 급상승 이후의 변동성에 대비하고 있다.

싱가포르의 재너스 헨더슨 인베스터스(Janus Henderson Investors)의 앨리슨 포터 포트폴리오 매니저는 "우리는 디지털 라이프스타일에 이미 길들여져 있다"고 말했다.

“대유행 기간 동안 재택근무가 생산성과 성과를 보이면서 이들 기술 회사에 대한 자신감은 계속 유지될 것입니다.”

의회가 추가 경기부양안을 통과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거래자들은 경제 성장에 더 직접적으로 연관된 시장에 대한 투자를 주저하고 있다. 기술 대기업들은 이전의 시장 리더들보다 더 적은 근로자를 고용하고 있지만, 그들의 사업에 더 많은 투자를 하고 있고 다른 일반 기업과 소비자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더 효율적으로 사고 팔 수 있게 만들어 준다.

애널리스트들은 올해 기술기업들이 S&P 500 기업들이 거둔 이익의 36%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술 기업들의 지난해 주가수익비율(price/earnings ratio, P/E)은 28로 S&P 500전체 P/E 24를 크게 상회했다. 통신 서비스 기업들이 25,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 알파벳은 30대 중반, 넷플릭스는 90, 아마존은 130을 기록했다.

그러나 가장 인기 있는 인터넷 회사들의 지나친 거래는 많은 시장 관측자들에게 걱정거리로 남아 있다. 이들 회사에 대한 거래의 일부는 기술주와 묶인 옵션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그런 옵션은 보유자에게 특정일까지 특정 가격으로 주식을 매입하거나 매도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한다. 은행과 투자자들에게 옵션을 판매하는 다른 기업들은 종종 기술주들을 스스로 거래함으로써 상승 또는 하락의 위험을 무릅쓰는데, 이것이 변동성을 악화시키는 역할을 한다. 일본 대기업 소프트뱅크그룹은 올해 초 기술주 옵션의 큰 손이었다.

S&P 500의 기술집중도 분석에는 정보기술(IT)과 통신서비스 분야의 기업을 중심으로 한 것이어서 전자상거래 대기업인 아마존은 빠져있다. 시장가치가 1조6000억달러에 달하는 아마존을 포함하면 기술부문의 시장 지배력은 더욱 커질 것이다.

S&P 500은 한 기업의 시장 가치에 따라 가중치가 부여되기 때문에, 올해 최대 인터넷 기업들은 다른 여러 부문의 하락세를 모두 가려버렸다.

최근 민주당이 주도하는 하원 위원회가 거대 기술기업들이 지배적인 온라인 플랫폼을 다른 사업 라인에서 분리하도록 강제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발표하면서, 아마존 등 인터넷 대기업들은 회사들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예고되고 있다.

이들 기술 대기업들이 해체될 것이라고 예상하는 애널리스트들은 거의 없다. 그러나 규제 조치가 비록 느리게 진행되더라도 앞으로 몇 주 동안 또 다른 변동성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투자자들은 생각한다.

블루프린트 캐피털 어드바이저스(Blueprint Capital Advisors)의 제이콥 월서 CEO는 "기술 기업을 선호하는 나를 정말로 불안하게 만드는 유일한 것은 정부의 개입 가능성"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고객들에게 기술주, 아마존 같은 전자상거래 회사, 전기자동차 제조사 테슬라의 성장 잠재력을 예상하며 이들 주식들을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