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자강두천’이란, 자존심이 강한 상대들끼리의 치열한 경쟁을 의미한다. 지켜보는 이들에게 큰 재미를 선사하는 이러한 경쟁은 하나만 있어도 족한데, 올 하반기 글로벌 전자업계에는 이러한 매치업이 두 개나 있다. 

바로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5(이하 플스5)와 MS의 엑스박스시리즈X(이하 엑스박스X)로 대표되는 콘솔게임기 경쟁 그리고 삼성전자 갤럭시 라인업과 애플의 아이폰12라인업으로 대표되는 스마트폰 경쟁이다. 이는 2020년의 대미를 장식할 ‘한 판’으로 회자되며 많은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 출처= 소니, MS

'20년 악연'과 단두대 매치, 플스5 vs 엑스박스X

소니와 MS의 가정용 콘솔 게임기기 경쟁은 ‘게임기 세계대전’이라고 불릴 정도로 치열한, 약 20년간 계속되고 있는 전자업계의 빅 이벤트다. 선발 주자는 소니였고 후발주자는 MS였다. 2000년 소니는 히트상품 ‘플스1’를 잇는 차세대 프리미엄 게임기를 표방하는 ‘플스2’를 내놓으면서 세계 게임사에 한 획을 긋는 대박을 터뜨린다. 플스2는 2019년까지 누적판매 대수 1억5000만대를 기록하며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게임기로 기록돼있다. 이 때 소니의 성공을 먼발치서 바라보던 MS가 “PC가 아닌 다른 것으로 돈을 벌어보자”라며 ‘새로운 세계’에 눈을 떴고 CEO인 빌 게이츠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역작이 나왔다. 이것이 바로 MS의 엑스박스였다. 결론을 말하면 플스2 이상의 고사양이 강조됐으나, 판매량에서 상대조차 되지 못했고 MS에게 엑스박스는 그저 “시작의 의미가 있었다”는 제품으로 남았다. 

이 경쟁은 약 5년 뒤인 2005년 출시된 엑스박스360 그리고 2006년 출시된 플스3까지 이어졌다. 2018년 기준 플스3와 엑스박스360은 각각 누적판매 8690만대와 8550만대를 기록했다. MS에게 점유율을 내주면서 자존심에 금이 간 소니는 플스2의 아성에 도전하는 초대박 기기 플스4로 2013년 전 세계 게임시장을 다시 장악한다. 플스4는 1억2000만대 이상이 팔렸고, 그에 맞서는 MS 엑스박스ONE의 판매량은 공개되지 않았다. 

▲ 소니가 공개한 플레이스테이션5의 해체 영상 중 한 장면. 출처= 플레이스테이션 공식 유튜브 채널

7년이라는 긴 침묵을 깨고 2020년, 두 업체는 마치 시기를 맞추기라도 한 듯 차세대 콘솔을 발표한다. 바로 플스5와 엑스박스X다. MS는 그간의 패배를 발판삼아 플스를 압도하기 위한 여러 방편들을 마련했는데 이 중 하나가 대형 게임제작사 ‘베데스다’의 인수였다. 

이를 통해 MS는 고질적 약점으로 지적된 ‘게임 타이틀 부족’의 문제점을 극복했고 심지어 플스5(499달러, 399달러)보다 저렴한(499달러, 299달러) 가격을 앞세워 반격에 나섰다. 여기에 대해 소니는 플스5의 기기를 하나하나 ‘해체하는’ 과감한 퍼포먼스를 유튜브 영상을 보여줌으로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치기도 했다. 약 20년 동안 쌓인 팬덤층이 두터운 두 기기의 새로운 경쟁은 기기가 정식으로 발매되는 올해 12월 이후에 결론이 난다.   

▲ 출처= 삼성전자, 애플

"태식이 돌아왔구나~" 갤럭시 vs 아이폰12

냉정하게 글로벌 스마트폰 업계에서 애플의 ‘아이폰’이라는 브랜드가 갖는 파워를 생각하면 삼성의 갤럭시 시리즈는 그에 살짝 못 미치는 것이 사실이다. 그 차이가 매우 현격했던 과거와 달리 현재 두 브랜드의 파워는 ‘거의 차이가 없다’고 봐도 될 정도로 간극이 좁혀졌다. 즉, 삼성의 부단한 노력과 투자로 갤럭시는 같은 시대에 출시된 모든 제품들 중 ‘최고의 성능을 내는 스마트폰 브랜드’의 입지가 굳어졌다.

애플은 아이폰11 출시 이후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플래그십 라인업을 선보이는 대신, 중저가형 제품인 아이폰SE2를 먼저 선보임으로 5G기술의 최초 도입을 잠시 유보했다. 그러는 사이 삼성은 올해 하반기에 플래그십 스마트폰 라인업을 세분화해 다양한 신제품들을 출시한다. 

갤럭시S20의 단점을 보완해 스펙을 업그레이드한 갤럭시노트20시리즈, 삼성이 독보적 입지를 확보하고 있는 폴더블폰(갤럭시Z폴드2) 그리고 중저가형(갤럭시S20FE) 등을 선보이며 삼성은 빈틈없는 스마트폰 라인업을 구성한다. 이러한 시도들은 다양한 외부 영향들과 시너지를 내며 삼성을 전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 1위(22%, 2020년 8월 기준) 업체로 만든다. 

▲ 2020년 8월 세계 스마트폰시장 점유율. 출처= 카운터포인트 리서치

삼성이 일련의 준비를 마침과 동시에 애플은 전 세계의 애플 매니아들이 손꼽아 기다려온 신제품 ‘아이폰12’를 선보인다. 아이폰12는 역대 아이폰의 디자인들 중 가장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은 ‘아이폰4’의 디자인을 계승함과 동시에, 애플 최초의 5G 통신기기라는 특징을 한껏 강조한다. 여기에 애플은 아이폰12를 미니, 12, 12프로, 12프로맥스에 이르는 4개 라인업을 선보여 삼성의 갤럭시 라인업에 그대로 응수했다. 애플은 아이폰12를 통해 삼성이 차지하고 있는 스마트폰 점유율 정상 탈환을 노리고 있다. 

소니와 MS 그리고 삼성과 애플의 대결구도는 코로나19로 인해 한동안 침체된 글로벌 소비 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각 브랜드 모두 충성도가 높은 매니아들이 많아 이들 간의 자존심 대결도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동안 우울한 소식만이 전해졌던 글로벌 전자업계에 이들의 경쟁은 ‘지켜 볼 만한’ 구경거리로 여겨지면서 많은 관심을 끌어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