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국내 모빌리티 업계 3차 대전이 격화되고 있다. 다양한 모빌리티 기업에 투자하며 정중동의 행보를 보이던 SK가 동맹군을 규합해 시장 장악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가운데, 각 플레이어들의 대응에도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시장 초반 럭시 및 풀러스 등 카풀 스타트업의 등장과 럭시를 인수한 카카오모빌리티의 등판, 이어진 택시업계의 반발이 1차 대전이라면 택시 카풀 사회적 대타협 기구 출범 후 국내 모빌리티 시장이 택시 중심의 플랫폼 택시 로드맵으로 수렴되는 한편 4월 타다 베이직 좌초까지 이어진 기간은 2차 대전의 현장으로 볼 수 있다.

여기에 플랫폼 택시에서 가맹택시로 트렌드가 넘어가며 3차 대전의 총성은 이미 울려퍼진 상태다. 그 연장선에서 SK텔레콤이 T맵을 분사하며 몸을 일으키자 본격적인 총격전을 넘어선 3차 대전의 격렬한 포격전이 시작되는 모양새다.

3차 대전의 경우 단순한 이동 서비스를 넘어 부가 서비스와의 강력한 연동을 염두에 둔 큰 그림이 동시에 펼쳐지기 때문에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영원한 동지도, 적도 존재하지 않는 격전이 벌어지는 중이다.

▲ SK가 CES 2020에서 모빌맅티 청사진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지지부진 SK, 열리고 있는 가맹택시 시장
SK그룹은 모빌리티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실제로 SK(주)를 중심으로 다양한 국내외 모빌리티 기업에 대한 투자가 공격적으로 추진되는 중이다. 나아가 SK하이닉스 등 핵심 계열사들도 모빌리티라는 큰 그림을 위해 각자의 자리에서 의미있는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 1월 CES 2020 기간에 보여준 SK의 행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전시장 전체 면적을 713㎡로 지난해 대비 약 8배 가까이 확대해, 전기차 배터리에서부터 차량내 미디어(인포테인먼트), 반도체, 자동차 소재까지 SK가 보유한 모빌리티 벨류체인을 포괄적으로 보여줬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SK이노베이션은 배터리 소재 LiBS(리튬이온배터리분리막), 전기차용 친환경 윤활유 제품, 자동차 내장재, 범퍼 등 경량화 소재를 공개했고 SKC는 모빌리티 배터리 음극소재 동박 외에도 자동차 케이블, 배터리 버스바 등에 쓰여 미래 자동차 경량화를 가능케 할 PCT 필름을 선보였다. 여기에 SK텔레콤은 △차량용 인포테인먼트(IVI) △차세대 라이다(LiDAR) △AI 기반 HD맵 라이브 업데이트 기술 등과 함께 5G 모바일에지컴퓨팅(MEC) 기반 고화질 TV, 미국 ATSC3.0 실시간 방송 등 다양한 미디어 서비스를 공개한 바 있다.

SK의 모빌리티 청사진은 자동차의 모든 제조붙터 콘텐츠 서비스 및 다양한 소프트웨어, 통신기술까지 총망라하는 셈이다.

그 중심에서 SK텔레콤이 활동하는 중이다.

SK텔레콤은 일찍이 T맵을 통해 국내 내비게이션 시장을 석권한 상태에서 T맵택시 등 다양한 부가 서비스에도 시동을 건 상태다. T맵을 중심에 두고 인공지능 누구를 통한 서비스를 비롯해 T맵택시를 바탕으로 하는 택시 호출 서비스를 공격적으로 시도했다. 최근에는 T맵 쇼핑 및 T맵 주차와 같은 새로운 부가 서비스도 런칭했다.

다만 국내 모빌리티 업계에서 SK텔레콤이 보여준 존재감은 카카오모빌리티와 쏘카 VCNC 등에 일부 가려진 측면이 크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와 쏘카 VCNC가 플랫폼 택시 정국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으며 SK텔레콤이 추진하는 모빌리티 청사진은 크게 부각되지 못했다. 무엇보다 모빌리티에 대한 관심은 뜨거웠지만 SK텔레콤은 택시와의 분쟁이 연이어 벌어지는 업계에 공격적으로 접근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 기류가 역력했다.

이런 가운데 시장은 플랫폼 택시를 넘어 가맹택시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본격적인 3차 대전의 시작을 가맹택시가 끌어가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택시기사들의 무조건적인 주장만 받아들인 정부의 패착으로 인해 뒤늦게 등장한 플랫폼 택시(혁신형) 서비스는 크게 뒤틀려 왜곡됐으며, 타다 베이직의 뒤를 잇는 플랫폼 택시 로드맵은 아직 나오지 못한 상태에서 택시 기여금을 내고 차량 총량 규제도 받는 한편 유가보조금과 부가세 감면 혜택은 없는데다 새로운 차량을 매입해야 한다는 점도 부담도 컸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여객자동차법이 개정돼 가맹사업 면허 기준이 500대로 낮아지며 다수의 모빌리티 기업이 속속 가맹택시 기회를 포착해 뛰어들기 시작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카카오T 블루와 KST모빌리티의 마카롱택시가 활동하는 가운데 반반택시로 유명한 코나투스도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 출처=코나투스

콜택시 업체 나비콜도 여객자동차운송가맹사업 신규 면허를 받았으며 현대자동차의 지원을 받는 유모스탭의 포티투닷, 글로벌 모빌리티 업체 우버도 가맹택시 사업에 뛰어들 것을 분명히 했다. 우버의 경우 국내 가맹택시 사업 진입을 두고 다양한 가능성 중 하나라는 입장을 보이지만, 공정거래위원회에 운송가맹사업을 위한 정보공개서를 등록하는 등 관련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타다도 달리고 있다. VCNC는 15일 타다가 가맹택시 서비스인 ‘타다 라이트’ 출시에 앞서 드라이버 사전 모집에 나선다고 밝혔다. 타다 라이트는 이달 말 서울을 시작으로 서비스에 돌입할 예정이다.

▲ 출처=타다

SK텔레콤, 몸을 일으키다
국내 모빌리티 업계가 가맹택시를 기점으로 3차 대전을 시작한 가운데, SK텔레콤이 드디어 몸을 일으켰다. 가맹택시 사업에 뛰어드는 것은 아니지만 T맵 분사를 통해 모빌리티 자회사 설립에 나섰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모빌리티 신설법인의 발행주식 총수를 소유하는 물적 분할 방식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의지다.

지지부진한 T맵 중심의 모빌리티 사업을 확장하는 한편 본격적인 관련 사업 로드맵에 시동을 걸겠다는 전략이다. 그 연장선에서 우버와의 동맹전선이 유력해지고 있다. 우버가 SK텔레콤 산하의 새로운 모빌리티 자회사에 1000억원을 투자하는 것이 골자다.

다만 이와 관련해 우버가 투자를 단행하는 대신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가맹택시를 준비하는 우버가 SK텔레콤과 만나 투자 외 방식의 협력에 나설 가능성도 여전히 열려 있다.

▲ 박정호 SKT 사장과 앤서니 탄 그랩 CEO. 출처=SKT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다
업계에서는 SK텔레콤의 본격적인 모빌리티 시장 진출을 두고 카카오모빌리티와의 한판대결에 집중하고 있다.

사실 SK텔레콤은 T맵택시를 준비하며 카카오모빌리티와 소소한 분쟁을 겪은 바 있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논쟁에 빠져 택시업계의 맹공을 당하던 시기, T맵택시의 SK텔레콤 관계자 일부가 카카오 본사에서 시위를 벌이던 택시기사들을 찾아가 T맵택시 홍보전단을 돌린 것은 업계에서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다.

심지어 SK(주)는 플랫폼 택시 출범 직후 카카오모빌리티와 신경전을 벌이던 쏘카의 2대 주주기도 하다.

다만 이런 분위기는 T맵이 내비게이션 이상의 확장 정책을 보여주지 못하는 사이 SK텔레콤과 카카오의 밀월이 강해지며 달라졌다. 지난해 11월 SK텔레콤과 카카오가 전격적으로 지분 스왑을 하며 일종의 혈맹이 됐기 때문이다. SK텔레콤이 3000억원 규모의 자기주식을 카카오에 매각하고, 카카오의 신주 217만7401주를 약 3000억원에 취득하는 방식이다. SK텔레콤은 카카오 지분 2.5%, 카카오는 SK텔레콤 지분 1.6%를 보유하는 그림이다.

그 연장선에서 이번에 SK텔레콤이 모빌리티 사업을 분사하는 한편 국내서 가맹택시 가능성을 타진하는 글로벌 기업 우버와 협력하려는 분위기가 연출되자, 또 한 번 업계가 요동치고 있다. SK텔레콤이 국내 모빌리티 시장의 강자로 군림하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카카오모빌리티와 다시 한 번 격돌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출처=우버

3차대전의 키워드, 확장
가맹택시 사업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며 모빌리티 3차 대전이 이미 시작됐지만, 아직 본격적인 전쟁이 벌어졌다 보기는 어렵다. 가맹택시는 3차 대전의 시작을 알리는 총성에 불과하고 본격적인 3차 대전은 모빌리티 업계의 스펙트럼 확장에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3차 대전의 핵심은 모빌리티 부가 서비스를 기반으로 펼쳐질 전망이다.

단적인 사례는 역시 카카오모빌리티다. 이들은 카카오T 플랫폼을 중심으로 택시부터 전기자전거, 대중교통, 주차, 내비게이션을 넘어 카카오 전체 경쟁력인 카카오페이 및 콘텐츠 전략과도 동시에 움직이고 있다.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 범 카카오 생태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고객을 끌어들이는 중이다. 단순한 이동의 모빌리티가 아니며 '이동의 모든 것'을 전제하는 수준도 뛰어넘는다. '이동의 일상화'를 끄집어 내어 그 '일상'을 카카오로 덮어버리는 큰 그림의 아래에 모빌리티가 수단으로 작동하는 상황이다.

중소 스타트업은 이에 대응하지 못하고 아직 가맹택시 확장 수준에 머물러 있다. 다만 쏘카는 최소한 '이동의 모든 것'을 두고 그나마 확장의 스펙트럼을 일부 보여주는 곳으로 확인된다. 카카오처럼 '모든 것'을 가지지 못했으나 최소한 이동에 있어서는 풍부한 노하우를 가지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쏘카 VCNC는 카카오 종속을 우려하는 택시업계를 포섭하는 한편 타다 프리미엄 및 타다 골프 등 다양한 파생 서비스를 가동하면서 타다 대리운전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한편 시장의 판이 커지며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등장하는 것도 3차 대전의 특징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현대자동차다. 이미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성장을 선언한 정의선 현대차 회장을 필두로 스타트업에 대한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지는 한편, 도심항공까지 아우르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셀렉션과 같은 구독서비스까지 가동하면서 현대차의 3차 모빌리티 대전 참전 가능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최근 현대차가 중고차 사업 진출을 타진하는 것도 국내 모빌리티 업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당장의 이익은 물론 관련 데이터의 확보 측면서 의미심장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 외에도 파킹클라우드 등 데이터 확보에 유리한 스타트업들이 두각을 보이고, 아예 모빌리티 인포데이터만 취급하는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모토브가 대표적이다. 알토스벤처스, TBT, 스파크랩&신한캐피탈로부터 최근 6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모토브는 택시 상단 표시등에 스마트 미디어 기기를 설치해 실시간으로도시공간 데이터를 수집·활용하고 위치 기반 광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다.

SK텔레콤의 모빌리티 자회사 분사가 업계의 파란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T맵을 중심으로 쇼핑 등 다양한 파생 서비스를 이미 추진하는 상황에서 우버와의 협력으로 제3의 길까지 타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SK 전체 계열사들의 막대한 지원을 받아 자동차 제조부터 소프트웨어까지 이어지는 연결 공급망을 구축할 수 있다. 이는 카카오모빌리티를 비롯해 그 어떤 기업도 해내지 못하는 일이다.

화려한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국내 모빌리티 시장의 3차 대전이 파생 서비스의 등장에 따른 '다양성'으로 수렴된 지금, T맵쇼핑까지 런칭하며 본격적으로 레이스를 시작한 SK텔레콤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