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한국 가구업계의 성장 배경에는 ‘주택 경기 활성화’가 자리한다. 한샘, 현대리바트, 까사미아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이들 브랜드가 아파트 건설 붐을 타고 성장했고, 이들의 실적도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신규 주택 보급 감소, 소형 및 1인 가구 증가 등 시대 트렌드가 변하면서 가구 업계는 기존의 성공 방정식을 따를 수 없게 된 상황. 이에 업계는 새로운 성장 전략을 수립, 대대적인 변화 맞기에 나서고 있다.

▲ 한샘은 리모델링 브랜드 '한샘 리하우스'를 론칭했다. 사진=한샘

인구 변화·주택 보급 감소… 가구 소비트렌드 바꾸다

가구시장을 둘러싼 거대한 변화는 주택 보급 감소, 소비 트렌드 변화를 들 수 있다. 신규 주택 분양 감소는 자연스럽게 입주 가구 수요를 줄였고, 노후주택의 리모델링 시장을 활성화시켰다. 이케아의 등장으로 가구도 패션처럼 취향에 맞도록 변화를 주는 움직임도 생겼다.

이에 맞춰 홈퍼니싱 시장이 확대된다. 업계는 새 아파트, 혼수 가구에 집중하던 사업구조를 과감히 탈피, 새 변화를 맞아 리모델링 부문 점프업에 나서고 있다.

가구업계에 따르면 가구매출 1위 한샘과 2위 현대리바트의 성장 배경에는 ‘아파트 신규 분양 증가’가 관여돼 있다. 이들이 고속 성장하던 시기만 해도 연 85만 건 수준이던 아파트 신규 분양은 2013~2015년 사이 119만여 건으로 급증했고, 이 시기 이들의 실적도 정점을 찍었다. 한샘은 가구업계 최초로 매출 2조원을 돌파하는 신화를 써내기도 했다.

그러나 2016년 이후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시작되면서 이들의 실적은 널뛰었다. 한샘의 매출은 2017년 2조625억원에서 2018년 1조9284억원, 2019년 1조6983원으로 하향 곡선을 그렸고, 현대리바트 매출 역시 지난해 역성장했다.

이에 가구업계는 새 아파트 시장에서 탈피, 새 성장 동력으로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을 낙점했다. 한샘은 ‘한샘리하우스’라는 브랜드로 시장에 진출했고, 현대리바트 역시 키친·주방 부문 사업 역량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에넥스도 맞춤 주방 인테리어 서비스 ‘키친 팔레트’를 시작으로 아파트 리모델링 시장에 도전한다.

한샘은 2016년 스타일패키지 사업부였던 ‘한샘IK’를 ‘한샘리하우스’로 변경하고 본격적인 리모델링 사업에 뛰어들었다. 가구 전문 업체가 리모델링 관련 브랜드를 신설한 최초의 사례다. 2018년 50개 수준이었던 대리점 수는 지난해 4분기 450개 수준으로 늘었다. 올해에도 50개 이상의 대리점을 새로 확보했다.

헌대리바트는 올해 안에 수도권 및 광역 상권 주요 도심 지역에 500㎡ 규모 중소형 매장을 20여 개 신설할 예정이다.

▲홈인테리어 시장 규모. 사진=이코노믹리뷰DB

새집 대신 헌집… 가구·홈퍼니싱 물량 급증

부동산114 REPS에 따르면 2020년 하반기 전국 아파트 입주물량은 15만2182가구다. 올해 상반기 대비 20.1% 많고, 지난해 같은 기간 입주물량(14만1656가구) 대비 7.4% 늘어난 수치다. 신규주택 사업을 준비하는 기업들에게는 긍정적인 신호다.

노후 아파트 증가 추세도 긍정적인 시그널을 준다. 올해 기준 건축 30년 이상 노후 아파트는 181만 세대에 달한다. 이같은 노후 주택은 오는 2030년이면 521만 세대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의 전망도 이를 뒷받침한다. 조사 자료에 따르면 2016년 28조4000억원 수준이었던 국내 홈 인테리어 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2017년 30조원 고지를 넘겼고, 올해에는 40조원을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2021년에는 49조원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치도 내놨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신규분양이 줄어든 반면 노후 주택에 대한 리모델링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고, 이 시장을 선점적으로 점유하는 기업이 유리할 것으로 본다”라며 “가구와 주택은 목적 구매성이 크기 때문에 질병 등 외부 이슈에도 타격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케아 플래닝스튜디오. 사진=현대백화점

소비자 앞으로… ‘생활 속 매장’으로 변화 중

가구를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면서 주요 가구 브랜드들은 도심형 매장을 늘려 소비자 잡기에 나섰다. 가구도 패션의류와 같이 쉽게 바꾸는 제품으로 인식되면서 도심점포, 백화점 입점 등 인구 밀집지역으로 활동 무대가 다양해졌다.

한샘의 도심형 체험 매장은 ‘한샘디자인파크’다. 한샘이 판매하는 가구는 물론 생활용품, 잡화들을 한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는 공간이다. 고양스타필드점, 논현점, 대구범어점, 목동점, 방배점, 부산센텀점, 분당점, 상봉점, 수원광교점, 용산아이파크몰점, 잠실점, 하남스타필드점 등 12개 점포가 운영 중이다.

고객은 3D인테리어 설계 프로그램 ‘홈플래너’를 통해 집에 침대, 책상, 책장 등 다양한 가구를 재배치하며 집을 가상으로 꾸며볼 수 있다.

이케아는 올 상반기 현대백화점 천호점에 ‘플래닝 스튜디오 천호’를 개관했다. 도심 외곽이 아닌 도심 속에 매장을 연 최초의 사례다. 약 506㎡ 규모로 조성된 이곳에는 침실, 키즈룸을 포함한 총 5개의 홈퍼니싱 공간이 마련됐다. 지난 8월에는 플래닝 스튜디오 2호점을 신도림 디큐브시티에 열었다. 

현대백화점그룹, 신세계그룹 등 유통기업 품에 안긴 ‘현대리바트’와 ‘까사미아’ 역시 도심 매장을 늘리는 중이다. 주로 백화점, 대형마트 등 모기업의 사업장에 매장을 조성해 그룹사들의 시너지 효과 극대화에 나선다.

현대리바트는 대형매장 및 백화점 입점 매장에 ‘리바트 스타일샵’이라는 브랜드를 붙였다. 이 매장에는 패브릭, 테이블웨어, 리빙, 홈데코 등의 소품은 물론 가구, 주방용품 등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가구업계에 따르면 현대리바트는 올해 안에 수도권 및 광역 상권 주요 도심 지역에 500㎡ 규모 중소형 매장을 20여 개 신설할 예정이다.

까사미아는 백화점 입점 매장을 늘리고 있다. 롯데백화점 광복점, 신세계센텀시티몰점(동부산), 스타필드시티 명지점(서부산),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 주요 상권에 매장을 만들었다. 이외에도 연내 20여개 매장을 신설해 고객 맞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가구업계 관계자는 “가구단지를 찾아 제품을 구매하던 고객들이 최근에는 기업형 대형매장, 도심 속 매장을 통해 가구를 보고 있다”라며 “가구 시장이 확대되고, 제품들이 다양해지면서 ‘찾아가야만 하는 가구 매장’이 아닌 ‘생활 속 매장’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고, 이에 업체들도 대응하고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