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 한 달간은 히스패닉계 미국인들의 문화를 기념하기 위한 ‘히스패닉 문화유산의 달(National Hispanic Heritage Month)’이다.

지난 2017년 발표된 미국 인구조사국의 자료에 따르면 미국내 히스패닉계 인구는 약 5880만 명으로 미국 전체 인구의 약 18.1%를 차지한다.

이는 백인을 제외한 미국내 소수인종 가운데 가장 큰 비율이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내에서 인종차별 등에 시달리며 제대로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히스패닉 문화유산의 달을 탄생시켰다. 

히스패닉계 미국인중 대다수는 멕시코 이민자거나 이들의 후손으로 전체 히스패닉의 62.3%를 차지하며 푸에르토리코 출신이 9.5%이며 그 외에는 중미(6.3%), 남미(6.3%), 쿠바(3.9%)계 이민자나 후손들이다.

히스패닉계 미국인들이 가장 많이 모여서 사는 곳은 캘리포니아주가 1위이며, 2위는 텍사스, 3위는 플로리다 이며 뉴멕시코, 애리조나 등도 상위에 꼽힌다.

언뜻 히스패닉계 미국인들이 캘리포니아와 텍사스에 많이 거주하는 것은 멕시코나 중남미 지역과의 거리가 가깝기 때문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이 지역에서 살아온 히스패닉계 미국인들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미국 동북부 지역으로 영국에서 이민자들이 건너와 살던 무렵부터 캘리포니아 지역을 위시한 미국 서부 지역은 멕시코와 함께 스페인의 식민지였고 많은 멕시코인들이 해당 지역에서 거주해왔다.

캘리포니아 지역의 지명인 로스앤젤레스, 텍사스의 엘 파소, 캘리포니아의 샌 버나디노, 콜로라도의 두랭고 등은 모두 당시 스페인와 멕시코의 문화 영향이다.

멕시코가 스페인의 식민지이던 시절부터 현재 미국의 서부지역에 살던 사람들은 스페인어를 언어로 사용하며 스페인과 멕시코의 문화가 담긴 음악, 음식, 춤 등을 즐기며 살아왔다.

1821년 멕시코가 스페인에서 독립을 하면서 현재 미국 서부 지역은 멕시코의 지배하에 있었는데 미국에서 급격하게 늘어나던 이민자들이 멕시코 지배하의 서부지역으로도 유입이 계속됐다.

멕시코는 이들이 스페인어를 사용하고 카톨릭으로 개종하는 것을 조건으로 서부지역 정착을 허용했지만 이민자가 계속 증가하면서 충돌이 빚어졌다.

결국 멕시코군과 이민자들로 구성된 민병대가 맞붙은 유명한 ‘알라모 전투’가 벌어졌고 이때는 멕시코군이 승리했으나 이후 민병대가 샌 자신토 전투에서 승리하면서 텍사스는 미국에 합류된다.

이후 캘리포니아, 유타, 네바다, 애리조나 등 서부의 모든 지역들도 모두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편입된다.

멕시코와 미국이 1848년 5월 멕시코-미국 전쟁이 끝나면서 체결한 과달루페 이달고 조약으로 멕시코는 영토를 미국에 양도하고 미국은 멕시코의 부채를 탕감했다.

또 미국은 해당 지역에 살고있던 멕시코인들의 토지소유권을 인정하는 것으로 조약에 명기했으나 많은 멕시코인들은 이를 빼앗기고 자신들의 영토에서 쫒겨나게 된다.

과거 멕시코 영토이며 스페인어 지역이던 곳을 새로 편입한 미국은 기존 거주민들의 소유 토지를 미국인 이민자들이 무단 점거하는 것을 방치했다.

또 자신의 소유임을 증명해야만 토지소유를 인정해줬는데 법원에서 이를 영어로 증명하기 위해서 멕시코인들은 거액을 들여 변호사와 통역을 고용해야 했으며 소송에 이긴 경우에도 비용을 갚기 위해 토지를 매각해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

캘리포니아에서 금이 발견되자 상황은 더욱 악화됐는데 자신들이 소유지에서 금이 나오자 원래 거주민들이던 멕시코인들이 초기에 금을 채취했으나 곧 미국인들이 몰려들어 사유지를 막론하고 금채취에 나섰다.

이후 아예 미국인이 아닌 유색인종은 금채취를 하지 못하도록하는 인종차별법이 생기면서 멕시코인들이 자신들의 선조가 수백년간 살아왔던 지역에서 졸지에 2등 시민 신세를 겪게 된다.

캘리포니아 지역의 유지였던 멕시코인은 해당 지역이 미국에 넘어간 후 자신의 영토를 대부분 미국인들에 약탈당하고 ‘산위의 눈물’이라는 이름의 작은 집에서 여생을 마감하기도 했다.

자신들의 선조가 살던 땅에서 쫒겨나고 피부색이 흰 유럽인들에 비해 차별을 받게된 히스패닉들은 이후 멕시코내 전쟁과 빈곤 문제 등으로 미국내 이민자가 대거 늘어나면서 여전히 사회적 차별을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