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코로나19가 홈루덴스(Home Ludens)족의 본능을 깨우고 있다.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많아질수록 실내에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기기들이 각광받는 가운데 넷플릭스는 승승장구하고 있으며 소니와 마이크로소프트는 신형 콘솔 게임기들을 경쟁적으로 런칭하는 한편 이제는 클라우드 게임 시장의 격돌까지 벌어지고 있다. 편하게 손가락만으로 이커머스의 신세계를 즐기고, 이불 밖은 위험하다.

이런 가운데 가전의 왕 TV의 재정의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세계 최대 가전제품 전시회인 CES의 주인공이 TV가 아니라 자동차(car)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으나 코로나19는 다시 TV를 가전의 왕 자리로 추대해 웨스테로스의 칠왕국은 재통일되고 있다. 그 중심에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가 큰 꿈을 꾸고 있어 눈길을 끈다.

▲ LG OLED TV. 출처=LG전자

TV 수요 대폭발
12일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스페인 마드리드가 봉쇄되고 각 국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다시 최고기록을 갈아치우고 있으나, 상반기 위축됐던 소비심리가 다시 회복되는 한편 보복소비의 패턴도 선명해지고 있다. 재난지원금 지급 및 제로금리로 대표되는 각 국의 공격적인 양적완화에 따라 모처럼 소비시장에 훈풍이 불고있다는 뜻이다.

이러한 트렌드가 포스트 코로나의 언택트와 만나며 재택근무 등의 새로운 로드맵을 완성하고 있으나, 집에서 즐기는 엔터테인먼트 시장의 발전도 동시에 끌어내는 분위기다.

그 중심에 집콕족의 애용품인 TV가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홈루덴스족의 등장으로 TV 시장이 모처럼 미소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업계 및 시장조사업체 트렌스포드에 따르면 3분기 글로벌 TV 출하량은 6205만대를 기록해 분기 사상 최대기록을 세웠다. 지난 2분기 대비 38.8%, 전년 동기 대비 12.9% 증가한 폭발적인 성장세다.

제조사들은 상반기 조절국면이던 TV 출하량을 3분기부터 공격적으로 늘린 상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3분기 1420만대의 TV를 출하해 2분기 대비 67.1%나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LG전자도 794만대를 3분기에 출하해 2분기 대비 무려 87.1%나 많은 TV를 시장에 공개했다. 중국의 TCL은 733만대, 하이센스는 550만대, 샤오미도 338만대를 3분기에 출하하며 각각 2분기 대비 29.0%, 28.2%, 5.0% 성장세를 보였다.

4분기 글로벌 TV 판매량은 절정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트렌스포드는 무려 6453만대의 TV가 출하될 것이라 예상했으며 이는 3분기 대비 약 4% 증가한 수치다. 연말 블랙프라이데이 등이 탄력을 받으면 글로벌 TV 출하량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대화면, 초 프리미엄 TV에 대한 수요가 급속도로 커지는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80인치 이상 TV 판매량은 105만대로 추정된다. 그 연장선에서 프리미엄 TV에 대한 선호도가 높기 때문에, 프리미엄과 대화면의 가치를 가진 TV에 대한 관심이 폭발하고 있다.

▲ CES 2020서 공개된 시그니처 OLED R TV. 사진=최진홍 기자

LG의 선공이 눈부시다
LG전자는 글로벌 TV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다소 뒤지고 있으나, OLED TV의 맹주다운 행보를 보여주며 거침없는 진격전을 보여주고 있다. 당장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가운데 LG전자는 연결기준 매출액 16조 9196억원, 영업이익 9590억원을 기록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고, 그 이면에는 생활가전(H&A)과 함께 TV의 홈 엔터테인먼트(HE) 사업본부가 위력을 발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LG전자의 비밀무기도 일부 베일을 벗었다. 지난해 1월 CES 2019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LG 시그니처 OLED TV R이 그 주인공이다. 1년9개월여 만에 등판한 LG 시그니처 OLED TV R은 지난달 25일 전용 사이트를 통해 VVIP 고객들에게 '롤러블 TV 프라이빗 초청행사' 초대장을 발송하는 한편 오는 14일 '반얀트리 클럽 앤 스파 서울'에서 소규모 사전 체험 행사를 통해 화려한 데뷔를 앞두고 있다.

CES 2019에 이어 CES 2020까지, LG전자는  '롤업(Roll-up)'은 물론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롤다운(Roll-down) 방식까지 지원되는 LG 시그니처 OLED R로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최고가 TV인 ‘8K 올레드 TV’ 88인치 가격 5000만원의 두 배인 1억원의 출고가가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스마트폰에서 LG 윙을 공개, 하드웨어 폼팩터의 파격적인 변화를 보여준 바 있다. 그 연장선에서 내년 초 롤러블 스마트폰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TV에 있어서 주력인 OLED TV의 강력한 장점을 하드웨어 폼팩터 등으로 어필한다는 계획이다.

▲ CES 2020 당시 공개된 더월. 사진=최진홍 기자

후공 준비하는 삼성은 정중동
삼성전자는 조만간 마이크로LED TV를 공개할 전망이다. 4분기 출시가 예상되며 이미 그 기능과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CES 2020에서 292인치 버전까지 등판시킨바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더 월 외에도 마이크로 LED 스크린이 가진 특성을 살려 ▲스피커를 일체화 시킨 ‘큐브(Cube)’ ▲선반 위에 분할된 스크린을 얹어 다양한 IoT 기능을 선보이는 ‘셸프(Shelf)’ ▲화면을 사용하지 않을 땐 거울로 전환되는 ‘미러(Mirror)’ 등 소비자 라이프 스타일에 맞춘 다양한 형태의 콘셉트 제품도 전시했다.

만약 출시된다면 출고가는 최대 5억원 수준이 될 전망이다.

다만 삼성전자의 마이크로LED TV의 출시 시기는 다소 늦어질 수 있다. LCD를 포기하는 상황에서 QLED TV가 여전히 프리미엄 TV 시장을 석권하고 있고, 미래 비전인 QD OLED와 마이크로LED TV의 기술적 완성도가 아직은 불안하다는 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미니LED TV 시장 선점에 먼저 나설 것으로 보인다. 미니LED를 백라이트로 활용한 LCD(액정표시장치) TV며 55·65·75· 85인치 화면 크기, 4K 해상도 등으로 무장할 가능성이 높다.

대화면 TV 트렌드가 강해지고 있으나 최근 TV 시장에서 의외로 작은 사이즈의 TV가 인기를 끌었던 점에 착안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LG전자의 48인치 OLED TV는 지난 6월 일본에서 LG전자 TV로는 처음으로 판매량 톱10에 오른 바 있다. 유럽에서는 ‘없어서 못파는 품귀현상’으로 큰 관심을 끌었다. 좁은 집에서 거주하는 현지의 특성을 살린 맞춤형 전략이 위력을 발휘했기 때문이다. 

나아가 48인치의 특성을 바탕으로 게이밍 모니터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이유로 삼성전자는 대화면 TV 경쟁에 나서며 마이크로LED TV를 키우는 한편, 당장의 QD OLED와 마이크로LED TV 직전 미니LED TV로 일종의 징검다리를 마련한 다음 호조세를 보이는 QLED TV의 시장 장악력을 장기간 끌고가는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 CES 2020서 공개된 삼성전자의 세로. 사진=최진홍 기자

전쟁의 확장
최근 삼성전자 및 LG전자는 TV를 넘어 홈 프로젝트 시장 진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단순한 TV를 넘어 그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려는 전략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TV에 강렬한 영감을 불어넣는 작업도 다수 진행하는 중이다. 스크린 에브리웨어(Screens Everywhere)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세로와 셰리프 TV가 그 주인공이다. 삼성전자 미국법인 그레이스 돌란(Grace Dolan) 상무는 CES 2020에서 더 세로의 사용성을 시연하며 “모바일 기기와 더 세로의 스크린을 간편하게 동기화해 SNS와 유튜브는 물론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애플 플레이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큰 화면에서 몰입감 있게 즐길 수 있어 밀레니얼 세대에 파급력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웃도어 TV를 표방하는 ‘더 테라스(The Terrace)’도 나왔다. 더 테라스는 주택 내 야외 공간을 활용해 식사나 모임을 즐기는 북미 소비자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해 기획된 제품이다. QLED 4K 디스플레이를 적용했으며 IP55 등급의 방진방수 기능을 갖췄다. 다양한 날씨 조건에서 사용할 수 있고 실외에서도 실내에서 시청하던 미디어를 편리하게 볼 수 있는 연결성을 제공한다. 2000니트(nit) 밝기와 눈부심 방지(Anti-reflection) 기술, 외부 조도에 따라 자동으로 최적의 화면 밝기를 조정해 주는 어댑티브 픽처(Adaptive Picture) 기능도 지원해 아웃도어 TV의 존재감을 자랑한다는 설명이다.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 한종희 사장은 쇼케이스 영상을 통해 “더 테라스는 소비자가 원하는 모든 공간에서 다양한 콘텐츠를 제약없이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스크린 에브리웨어’의 비전을 담은 제품”이라며 “실내뿐 아니라 실외에서까지 홈 엔터테인먼트 경험을 극대화해 라이프스타일 TV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더 테라스. 출처=삼성전자

당장의 전투와 지금의 비전
TV 시장이 성장을 거듭하며 초고가, 초대형 프리미엄 TV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이에 보폭을 맞추며 삼성전자 및 LG전자 등 주요 TV 제조사들도 강력한 신기술을 자랑하는 TV 라인업을 속속 공개하고 있다.

다만 일반 소비자가 1억원이 넘는 TV를 구매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아무리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다고 해도 초고가 프리미엄 TV 시장이 아직 만개했다고 볼 수 없다. 그 연장선에서 LG전자는 기존의 강점인 OLED의 비전을 극대화시키는 한편 파격적인 폼팩터 변화를 중심으로 미래에 대비하고, 삼성전자는 미니LED TV 등에 방점을 찍으며 세로와 같은 다양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폭 넓은 스펙트럼을 자랑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추후 미래 TV 전쟁의 무대를 QNED로 보기도 한다. 삼성과 LG가 나란히 특허청에 관련 상표권을 신규 출원한 가운데 마이크로LED 방식의 진화형인 QNED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두 제조사의 미래 TV 전쟁이 하나의 전장이 아니라 여러 전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테크 인사이더 연구소의 박원민 수석 연구원은 "두 제조사의 TV 지향점은 모두 다르다"면서 "OLED와 마이크로LED, 미니LED, QNED 등 다양한 전선에서 각 제조사들이 원하는 철학을 끌어낼 수 있는 영역이 전투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