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8일 유럽 출장길에 오른 가운데, 네덜란드 에인트호번에 들른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네덜란드의 ASML로 찾아가 극자외선(EUV) 노광기 수급을 위한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부회장은 유럽 출장을 떠나기 전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들을 만나 지난 5월 대국민 사과 당시의 약속 이행 의지를 재차 확인한 후 출장을 떠난 것으로 파악된다. 이어 유럽 출장 중 네덜란드를 방문하며 ASML과의 접점 만들기에 들어간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전략의 큰 그림을 직접 그리기 위함으로 보인다. 현장 경영의 연장선에서 직접 파트너사들을 만나 성과를 올리는 세일즈 경영이다.

글로벌 3분기 파운드리 시장에서 대만의 TSMC는 53.9%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다. 최근 화웨이와의 거래 중단으로 미국과의 밀착이 강해진 가운데 몸집을 늘리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실제로 TSMC는 올해 9월 1275억8500만 대만달러(약 5조1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역대 최대 매출액을 기록한 바 있다.

▲ 삼성전자 평택 캠퍼스. 출처=삼성전자

삼성전자는 아직 17.4%의 점유율에 그치고 있다. 시스템 반도체 2030 비전의 큰 그림을 바탕으로 강력한 동력을 창출하고 있으나 아직 TSMC를 따라잡기는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그 연장선에서 ASML과의 만남을 통해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파운드리에 도입한 EUV 장비 관련 논의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의 분위기도 좋다.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 자체가 커지며 삼성전자의 소화 물량도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애플 등 늘어난 파운드리 물량의 소화를 위해 TSMC가 힘겨운 모습을 보이고 있어, 7나노 공정 이상의 물량을 소화할 수 있는 삼성전자 파운드리 존재감이 점점 커지는 중이다.

최근 삼성전자가 퀄컴 스냅드래곤 875에 이어 750도 소화하는 등, TSMC가 미처 커버하지 못하는 중가 제품에도 집중하는 장면이 눈길을 끈다. 삼성전자는 여세를 몰아 메모리 반도체와 함께 파운드리 존재감을 끌어올리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