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이펙트> 홍장원 지음, 한스미디어 펴냄.

약 3주일 남았다. 2020년 11월 3일, 미국 제46대 대통령 선거가 실시된다. 지금까지는 여론조사에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을 앞서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모를 일이다.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4년 전, 미국 언론과 여론조사업체 대다수는 개표 당일에도 트럼프의 패배를 기정사실화하고 힐러리 당선을 당연시했다.

지금으로서는 트럼프 당선 혹은 바이든 당선 두 개의 시나리오를 써넣고 대선 레이스를 지켜보는 것이 현명하다. 더구나 미국은 유일무이한 초강대국이며 미국 대통령의 권한은 막강하다. 한때 G2로 부상하며 미국 위상까지 위협했던 중국도 트럼프의 무지막지한 공격을 견디지 못한 채 현격한 실력차를 드러내며 주저 앉고 있다. 4년 내내 트럼프의 트윗 한 줄 한 줄에 롤러코스터를 타야 했던 각국 정부와 기업들도 이 점을 절실히 깨닫고 있을 것이다.

이는 지금이라도 바이든에 대해 공부해야 할 충분하고도 시급한 이유가 된다. 바이든은 국내에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그가 누구인지, 어떤 철학과 정책을 갖고 있는지 심도있게 소개된 것이 없다. 그저 트럼프 선거캠프에서 덧씌운 ‘졸린 바이든(Sleepy Biden)’ 관련 이야기들이나 아들 관련 스캔들이 한국 언론을 통해 이따금 전해졌을 뿐이다.

이 책은 바이든이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세상은 어떤 변화를 맞이할 것인지 부문별로 분석한다. 바이든의 개인사와 철학부터 소개하고, 이어 바이든의 중국에 대한 대응, 북한과의 관계,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에 대한 입장을 살펴본다. 달러화나 주식시장에 미칠 영향도 분석하고 있다.

◇경력=바이든은 여러 면에서 트럼프와 대척점에 서 있다. 트럼프는 부동산개발 사업과 방송활동을 하다가 백악관에 전격 입성했다. 정치경력은 전무하다. 반면 바이든은 7선 상원의원 출신의 정통 정치인이다. 세 차례 대선에 도전한 경력이 있고, 부통령으로서 오바마 대통령과 8년을 함께 했다. 예측 불가한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예측이 가능한 인물로 평가된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대선 후보로 바이든을 선택한 것도 그런 점을 높이 산 때문이다.

◇외교정책=바이든이 대통령이 되면 미국 워싱턴은 동맹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국제 규범과 제도를 따르는 트럼프 이전의 외교 정책으로 복귀할 것이 분명하다. ‘세계의 경찰’ 역할을 트럼프 정부보다 훨씬 많이 수행할 것이다. 트럼프가 외면한 환경·인권문제에는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위구르 인권, 남중국해 분쟁 등에서도 패권 국가로서의 분명한 태도를 드러낼 것이다.

동맹보다는 돈을 우선시하는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은 동맹을 중시한다. 그는 “우리가 동료 민주주의 국가들과 함께 모일 때 우리의 힘은 2배 이상”이라고 강조한다. ‘반중(反中)’ 정서는 트럼프 보다 더욱 심할 지 모른다. 바이든은 시진핑을 ‘폭력배(thug)’로 부르고,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에 맞선 홍콩 시위대를 “매우 용감하다”고 평가하는 등 대중 강경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한반도정책=그간의 미중 갈등은 무역·경제 부문에서 일어났다. 바이든 행정부에서 미중 갈등은 인권·민주주의 등 이념적 갈등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이럴 경우 한국의 입장이 더욱 난처해질 것이다. 미중 사이에서 줄타기를 하려는 ‘전략적 모호성’이 더는 통하지 않는 시기가 다가올 수 있다.

◇달러 약세화=트럼프는 달러화 가치에 대한 입장이 그때그때 달랐다. 2017년말 당선자 신분일 때는 “달러 강세가 미국을 죽이고 있다(월스트리트저널 인터뷰)”고 주장했고, 2018년 1월에는 “달러는 점점 더 강해질 것이며, 궁극적으로 나는 강달러를 보길 원한다(CNBC 인터뷰)”고 밝혔다. 이후로도 상황에 따라 약 달러 혹은 강 달러를 외쳤다.

바이든은 달러의 향방에 대해 뚜렷한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약세로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한다. 바이든은 증세 정책과 함께 재정 정책 확대를 밝히고 있다. ‘더 나은 재건(Build Back Better)’이란 정책은 1930년대 뉴딜 정책과 비슷하다. 연방정부가 예산 4000억달러를 투입하여 미국산 제품을 추가 구매하며, 기술 부문의 연구개발 사업에도 3000억달러를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그는 ‘오바마케어’도 지지한다. 트럼프가 적극 저지하려던 오바마케어는 저소득층 수백만 명에게 건강보험 가입을 의무화하고 정부가 일부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바이든은 재정 적자를 감수하고 재정을 통해 돈을 풀자는 입장이다. 재원을 마련하려면 국채를 추가 발행해야 한다. 미국 국채는 30%가 해외에 있다. 그만큼 달러가 미국 밖으로 흘러 나가는 셈이다. 중장기적인 흐름에서 달러가 약세 방향으로 갈 확률이 높아진다.

◇주식시장=바이든 당선은 미국 증시의 약세를 가져올 거란 목소리가 높다. 그는 법인세를 현행 21%에서 28%로 올리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투자전문지 ‘배런스’는 바이든이 법인세 인상 공약을 이행한다면 S&P500 주가를 8% 하락시키는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블랙록’은 바이든의 지지율 상승 기조를 보고는 이미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비중을 ‘중립’으로 하향 조정한 상태다. 조세 전문 싱크탱크 ‘택스 파운데이션’은 바이든 당선 시 매년 1300억달러의 기업 이익이 증발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소득자 추가 과세도 공약하고 있다. 이 때문에 당선직후인 2020년 11월과 12월에 미국 주식시장에서 대규모 매도세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2021년에 팔면 소득세를 훨씬 많이 내야 하기 때문이다. 암호화폐 투자의 거장으로 불리는 마이클 노보그라츠는 “아마존 테슬라 등이 견인하는 ‘유동성 주도 열광 상태’인 주식시장이 파티를 끝낼 핑계를 찾고 있다”면서 “바이든의 증세가 핑곗거리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바이든 수혜주=로열뱅크오브캐나다는 애널리스트들을 대상으로 바이든 당선시 수혜 업종을 조사했다. 룰루레몬, 맥도날드 같은 법인세 인상 영향을 별로 받지 않는 소비재 종목이 유망하다고 봤다. 바이든 행정부에 반감을 가진 보수 성향 시청자들이 폭스뉴스에 몰릴 것으로 예상하여 폭스그룹을 수혜주로 꼽기도 했다.

임금인상 정책이 강력 추진된다면 미국판 다이소로 불리는 ‘달러 제너럴’ ‘달러 트리’, 월마트도 실적을 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 노동자 소비성향이 높아져 더 많은 물건을 살 것이기 때문이다. 마리화나 관련주도 주목받는다. 바이든은 기호용 마리화나의 합법화에 호의적 입장인 것으로 알려진다. 마리화나는 ETF를 통해 투자할 수 있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LG화학·삼성SDI·SKC·일진머티리얼즈 등 2차 전지 관련 기업과 친환경 에너지 기업인 한화솔루션, 씨에스윈드가 혜택을 볼 것이란 분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