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로 여행이 사라지면서 뉴욕 타임스퀘어의 인터콘티넨탈 호텔은 코로나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의 숙소가 되었다.     출처= TripAdvisor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많은 호텔들이 대유행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뉴욕의 인터컨티넨탈 타임스퀘어도 예외는 아니다.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긴 올 봄부터 인터컨티넨탈 타임스퀘어의 607호실은 코로나바이러스 환자들을 치료하는 의사와 간호사들이 머무는 곳으로 탈바꿈했다. 그들이 나가고 난 이후에 호텔은 객실 일부를 사무실 공간으로 제공하기 시작했다.

굴 투르크메노글루 총지배인은 "우리는 창조적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의 아이디어가 재기의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접대 산업이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호텔들은 비록 수익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학교, 비상 주택, 예식장 또는 노숙자 쉼터 등으로 스스로를 재창조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론 재정적인 어려움은 있다. 관광산업 분석업체인 트렙(Trepp)의 9월 자료에 따르면 뉴욕에서만 총 44개의 호텔이 채권 발행으로 연명하며 총 12억 달러의 대출금을 연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름으로 휴스턴의 39개 호텔이 6억8200만달러의 대출금을 연체하고 있고, 시카고가 29개 호텔이 9억9000만달러의 대출금을 연체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은행의 압류 조치가 가해진다고 해서 호텔이 문을 닫는 것은 아니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이 산업이 2023년까지는 완전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동산 자문회사 애비슨 영(Avison Young)의 케이스 톰슨 대표는 "일반적으로 미국의 모든 호텔이 지난 6개월 동안 가치의 20-35%를 잃었다"고 말했다.

어려운 사람들을 수용하려는 정부의 노력도 진행됐다. 예를 들어 뉴욕시는 가족의 감염을 우려한 의료 종사자와 집에서 제대로 격리할 수 없는 코로나 환자들을 위해 4월부터 7월까지 뉴욕 시내의 호텔 객실 1만1000개를 임대했다. 또한 야외 숙소에 지내며 코로나 바이러스에 취약한 노숙자들을 수용하기 위해 63개의 호텔을 임대했다.

뉴욕시 노숙인 보호부의 대변인은 "시는 이들 호텔에 하룻밤에 객실당 120달러를 지불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호텔들은 뉴욕에서 코로나가 기승을 부리는 동안 9500명을 수용했으며 이들 중 상당 수는 아직도 호텔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시의 이런 계획이 항상 순조로운 것만은 아니었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인디애나주 루선市(Lucerne)에 있는 어퍼웨스트사이드(Upper West Side) 호텔에 300여 명의 남성 노숙자들을 수용했는데 이들 중 일부가 마약을 복용하고 소란을 피우면서 시정부는 이들을 다른 장소로 옮기는 일도 있었다.

마이애미도 비슷한 접근법을 취했다. 마이애미시 관계자는 7월부터 9월까지 5개의 호텔에 의사, 노숙자, 코로나 환자들 2100명을 배치했다고 말했다.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Miami-Dade County)의 비상관리자 프랭크 롤라손은 "주와 카운티 자금으로 객실 및 식사 비용을 충당한다"고 말했다.

"마약을 복용하는 사람들 몇 명을 퇴거시키는 일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의 감염을 막고 생명을 구했다는 자부심이 있습니다.”

호텔에 새로 든 사람들이 말썽을 일으키든 간에, 호텔 입장에서는 정부나 자치단체들의 이 같은 조치들이 생명줄과 같았다. 롤라손은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무려 100개의 호텔들이 신청해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보조에 마냥 기댈 수만은 없다. 정부의 그런 보조가 최근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 일리노이주 엘름허스트(Elmhurst)의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Courtyard by Marriott) 호텔은 회의실 하나를 다섯 가족에 임대해 1학년 학생들이 편안하게 원격 학습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고, 호텔 수영장도 체육 수업장으로 개방한다.    출처= PPD Construction

마이애미 공항 인근에 112개의 객실을 갖춘 도랄 인 앤 스위트(Doral Inn and Suites)는 평상시 1박에 250달러였던 요금을 최근에는 35달러로 내렸다. 그래도 지난 주에 73개의 객실만 나갔다.

가족 호텔인 이 호텔의 알렉스 나하베타인 매니저는 “정부의 프로그램이 우리에게는 생명줄이었다”면서 “그것마저 없었다면 벌써 문을 닫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구호 사업에 선정되지 못한 호텔들은 객실을 사무실로 개조하는 경우가 많다.

캘리포니아주 비버리힐스(Beverly Hills)에 있는 객실 226개 규모의 런던 웨스트 할리우드(London West Hollywood) 호텔은 객실을 중역실 같은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침대를 철거했다. 호텔측은 6월 이후 매달 약 5개의 객실이 월 5000달러에 임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사무실 임대로 받는 비용은 대개 객실료보다 훨씬 저렴하다. 인터컨티넨탈 타임스퀘어의 경우, 사무실 임대료가 객실료보다 30% 정도 낮을 뿐 아니라 일반 객실료도 지난해보다 절반 이상 낮은 가격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투르크메노글루 총지배인은 말했다.

이 회의실의 평소 사용료는 1주일에 600달러지만 이 가족들에게는 350달러에 임대해 주었다. 객실 140개인 이 호텔의 타니아 가웰 판매담당 이사는 "객실 점유가 평소의 3분의 1 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해서라도 수입을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호텔들은 공동 시설의 개방도 고려하고 있다. 일리노이주 엘름허스트(Elmhurst) 교외의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Courtyard by Marriott) 호텔은 회의실 하나를 다섯 가족에 임대해 1학년 학생들이 편안하게 원격 학습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고, 호텔 수영장도 체육 수업장으로 개방했다.

그러나 호텔들의 이러한 생존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래는 암울하다. 접객서비스 분석회사 STR에 따르면, 지난 달 미 전역에 걸쳐 폐업한 호텔이 30개가 넘었으며 앞으로 그 수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상업용 부동산 회사 JLL의 제프리 데이비스 대표는 "일부 호텔의 경우, 불을 켜놓는 것만으로도(문을 닫지 않는 것만으로도) 한 달에 100만 달러가 들어간다"며 “여기에 채무 원리금 상환까지 더하면 나가는 돈이 한 달에 500만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덧붙였다.

샌프란시스코 호텔협의회 케빈 캐롤 회장은 "샌프란시스코의 215개 호텔 대부분이 임시 휴업 중이며 일부는 내년까지 문을 열지 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른 도시들처럼, 그곳의 호텔들도 필수 직원들, 격리되어야 하는 사람들, 그리고 재택근무 장기화로 홈 오피스의 대안을 찾는 사람들로 빈 방을 채웠다. 최근에는 이 지역의 재앙인 대화재에서 대피한 사람들도 호텔 일부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호텔을 다른 용도, 특히 노숙자 쉼터로 바꾸는 것은 단기적으로 재산을 해칠 수 있다고 JLL의 데이비스 대표는 말한다.

"빈 방으로 두느니보다 방값을 챙기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이들이 호텔 벽지를 찢고 파괴하는 행동으로 인한 피해가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최근의 일련의 리브랜딩은 영구적이 될 수 있다.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호텔들이 대학 기숙사나 ‘방 한 개짜리 미니 아파트’로 전환하는 데 관심이 있는 곳이 많다.

"호텔들의 그런 전환은 전혀 새로운 것이며 이전의 경기 침체에서 볼 수 없었던 흥미로운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