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SK텔레콤이 투자한 이스라엘 의료기기 스타트업 나녹스와 한화가 주목한 수소트럭 스타트업 니콜라가 지옥과 천당을 오가고 있습니다. 이들은 등장과 함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으나 공매도 세력의 비판에 크게 주춤하며 지옥을 봤지만, 이후 공매도 세력의 공격에 조목조목 반박하며 최근 천당의 현관에 간신히 발을 내딛었다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나녹스와 니콜라의 사례를 두고 '시장의 실패'라는 냉혹한 평가를 내립니다. 그러나 두 기업의 비전은 플랫폼에 있고, 이를 이해한 상태에서 두 기업의 장기적 행보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도 나옵니다. 

대반격
5일 업계에 따르면 공매도 세력에 시달리던 나녹스가 대반격을 시작했습니다. 

반도체 기반 디지털 엑스레이를 내세운 이스라엘의 나녹스는 공매도 투자업체 머디워터스와 행동주의 투자기관인 시트론리서치로부터 '기술력이 없다'는 맹공을 당하며 크게 주춤거렸으나, 나녹스 CEO인 란 폴리아킨이 2일(현지시간) 나녹스 ARC 시스템(차세대 영상촬영기기)의 실제 작동 모습을 시연할 것이라 선언하며 사태는 반전을 맞이했습니다.

머디워터스와 시트론가 나녹스의 연구비 규모가 지나치게 낮고 가짜 고객사를 동원해 투자자들을 현혹했다고 주장한 가운데, 나녹스가 실제 작동되는 기기를 11월29일부터 12월 5일까지 시카고에서 열리는 북미 방사선학회 컨퍼런스에서 공개하겠다 선언하며 맞불을 놓는 분위기입니다.

나녹스의 주가는 상장 직후 60달러로 치솟았으나 논란이 불거지자 30달러 보합세에 머물렀습니다. 그러나 란 폴리아킨 CEO의 선언으로 2일(현지시간) 나녹스의 주가는 전날 대비 56.20% 오른 37.44달러에 장을 마감했습니다.

▲ 출처=나녹스

니콜라도 반전입니다. 힌덴버그 리서치 등 공매도 세력이 니콜라를 겨냥해 '기술력의 실체가 없다'고 비판하자 주가는 꺾이고 창업주 트레버 밀튼이 물러났습니다. 이어 GM과의 협력도 삐걱이는 가운데 수소 연료 충전소 건설이 난항을 겪는 한편 신제품 출시 행사도 무기한 연기됐습니다.

그러나 니콜라가 수소 연료 충전소 상용화를 위한 새로운 로드맵을 발표하자 주가는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습니다. 2일(현지시간) 니콜라의 주가는 지속적으로 올라 2일(현지시간) 24.25달러로 장을 마감했습니다.

▲ 출처=니콜라

위험하지만?
나녹스와 니콜라는 실리콘밸리 사상 최악의 사기극으로 불리는 테라노스, 그리고 혁신의 대명사인 테슬라의 사이에 있습니다. 다만 현 상황에서 나녹스와 니콜라 모두 테라노스의 실패 그림자가 더욱 짙게 드리우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이들 기업의 플랫폼 로드맵에도 집중해야 한다는 말도 나옵니다.

나녹스의 경우 우선 란 폴리아킨 CEO 스스로가 현실적인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기 때문에 이에 대한 판단이 필요해 보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기술력 보유 유무를 떠나 나녹스의 비전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비즈니스 모델을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습니다.

투자은행인 '캔터 피츠제럴드(Cantor Fitzgerald)'는 지난달 15일(현지시간) 보고서를 통해 나녹스의 비전이 허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대목이 눈길을 끕니다. 특히 보고서는 나녹스의 기술력이 현존한다는 전제와 함께, 나녹스의 비즈니스 방식에 주목했습니다. 장비를 한 번 판매하고 그치는 것이 아닌, 장비 사용을 할 때마다 14달러 수준의 비용을 받는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이는 전형적인 온디맨드 플랫폼 전략입니다. 즉 나녹스의 논란 중 자체적인 기술 확보 여부는 북미 방사선학회 컨퍼런스에서 밝혀질 것이며, 그 이면에 숨어있는 플랫폼 전략은 합격점이라는 것이 캔터 보고서의 핵심입니다. 그런 이유로 나녹스의 비전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플랫폼 전략을 살펴야 한다는 말이 나옵니다.

니콜라의 상황은 나녹스와 비교해 다소 나쁩니다. 자체 기술력 자체에 대한 의혹의 눈초리가 여전한 가운데, 아직 '자체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는 니콜라의 주장이 상대적으로 선명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니콜라의 경우 수소트럭 스타트업으로 알려졌으나, 니콜라의 비즈니스 모델은 기본적으로 수소 생태계의 연결 플랫폼이 되는 쪽에 방점이 찍혔습니다. 이는 니콜라가 자체적인 수소 트럭을 제조하는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를 떠나, 니콜라의 비전이 수소 경제를 구성하는 무수한 기업들의 연합을 전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시각은 니콜라가 플랫폼 비즈니스의 성향을 가지고 있으며, 단순히 니콜라의 자체 기술력 부재를 두고 '니콜라=테라노스'라는 공식을 성급하게 들이대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주장으로 이어집니다. 니콜라의 비전은 자체 기술력이 아닌 '얼라이언스 비즈니스'에 있고, 이를 이해해야 니콜라의 전략을 이해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니콜라가 수소 연료 충전소를 통한 오프라인 기반의 관련 생태계 전략을 끌어낼 수만 있다면, 니콜라는 테라노스의 그림자에서 벗어날 소지도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두 기업이 플랫폼 비즈니스를 통한 자체 에코 생태계를 내세웠고, 이러한 전략이 제대로 맞아 떨어질지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나아가 핵심 기술력에 대한 비판도 두 기업이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에, 시장에서는 이들을 부정적으로 보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다만 두 기업에 대한 비판을 할 때, 두 기업이 가진 비전의 본질이 플랫폼에 있다는 전제가 깔려야 합니다. 물론 이 역시 신기루에 그칠 가능성이 있지만, 명확한 판단에 따라 나녹스와 니콜라가 '정확히 무엇을 말하는가'에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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