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슬라는 파나소닉과 제휴해 네바다의 기가팩토리에서 베터리 전지를 직접 생산한다.     출처= Electrek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전기차 개발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붓고 있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이제,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직접 생산할 것인가 아니면 외부로부터 조달할 것인가를 선택해야 하는 중대한 기로에 직면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최근 보도했다.

배터리는 전기자동차에서 가장 비싼 부품이다. 배터리 가격이 자동차 가격의 4분의 1에서 3분의 1까지 차지할 정도다. 따라서 배터리 비용을 낮추는 것이 전기차 수익성의 열쇠다.

그동안 자동차 회사들은 내연기관 엔진에 관한한, 제조업체들이 직접 설계하고 제작해 왔다. 내연기관 차에서 엔진은 자동차 성능과 가격에 직결되는 중요한 부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기차의 엔진 역할을 하는 배터리 생산은 전통적인 자동차 회사들이 아닌, LG화학, 파나소닉 등 아시아 전자화학 회사들과 중국의 CATL 같은 새로운 얼굴들이 주도하고 있다.

그러나 전세계 자동차 규제 당국이 자동차 제조사들에게 전기자동차를 더 많이 만들도록 강요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전통적 자동차 회사들은 양질의 배터리를 공급하는 공장들이 부족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 최대 자동차 시장인 캘리포니아주가 지난 달, 2035년까지 휘발유와 경유 승용차의 신차 판매를 금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자동차 업계에서 전기차 전환을 가속화해야 한다는 압박이 더욱 커졌다.

그러나 각 자동차 회사들은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를 확보하기 위해 각기 다른 길을 가고 있다.

테슬라·GM·폭스바겐, 자체생산의 길

대부분의 자동차 회사들이 보통 자동차 바닥에 깔리는 금속 외함인 배터리 팩은 직접 만들고 있지만, 전기를 저장하는 전지의 생산에 대해서는 각기 다른 전략을 가지고 있다.

테슬라는 수 년 전, 파나소닉과 제휴해 배터리 전지를 만들기 위해 네바다에 기가팩토리 (Gigafactory)를 건설했다. 테슬라는 자사의 자동차 전용 배터리 생산 시설을 확보해 제조 및 물류 비용을 낮추기를 원했다.

그러나 이제 테슬라는 기가팩토리에서 생산하는 것보다 더 많은 배터리가 필요하게 되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는 지난달 22일 배터리데이 행사에서 "파나소닉 등 공급사로부터 전지를 계속 구입하는 한편,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전지 개발 기술과 자체 생산 능력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테슬라의 뒤를 이어 GM도 자체 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GM은 한국의 LG화학과 손잡고 오하이오 주 로드스타운(Lordstown)에 23억 달러(2조 7000억원)를 들여 300만 평방피트(8만 4000평)의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GM은 이 공장이 완공되면 매년 수십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는 충분한 배터리 전지를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의 폭스바겐도 GM과 유사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폭스바겐은 10억 달러를 투자해 스웨덴의 배터리 스타트업 노스볼트(Northvolt AB)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독일 남부 잘츠기터(Salzgitter)에 전지 생산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포드·다임러드 외부 조달의 길

반면 포드와 다임러 같은 회사들은 자체 공장 건설보다는, 전문 배터리 제조업체와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공급망이 붕괴되면 새로운 모델 출시에 지장을 초래하고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예를 들어, 포드와 폭스바겐은 한국의 SK이노베이션과 미래 전기차 모델의 배터리 전지를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에 따라 SK이노베이션과 새로운 전기차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조지아에 공장을 짓고 있지만, 영업 기밀을 둘러싸고 이견이 생기면서 법적 공방으로 이어졌다. 결국 공장의 미래가 위태로워졌고 새로운 모델 출시 또한 막대한 차질을 빚게 되었다고 양측은 소송 과정에서 주장하고 있다.

GM은 공급 업체에 의존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비록 LG화학과의 합작 방식이지만 배터리 전지를 자체 생산하기로 했다고 말한다. 켄 모리스 GM 전기차 사업부 부사장은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지 생산 시설을 미국내로 유치하면서 원재료뿐 아니라 배터리 전지에 대해서도 통제력을 갖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합작법인을 세운다 하더라도 생산 시설을 구축하는 것은 비용이 많이 드는 대안이며, 배터리 전지를 반드시 제 때에 공급받을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또 배터리 기술 하나에 거액의 투자를 하는 것도 위험하다. 또 새로운 기술이 그것을 쓸모 없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포드는 그러한 두 가지 요인들을 들어 직접 투자를 하지 않는 쪽으로 의사 결정을 했다. 포드의 제품개발 및 구매담당 임원 하우 타이탕은 지난 8월 애널리스트들에게 "우리는 업계의 전통적 모델인 외부 독립 공급업체로부터의 조달 방식이 배터리 전지 수요에도 적합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러 공급업체와 공급 계약을 체결해 경쟁시킴으로써 있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습니다. 그들이 GM이나 테슬라의 비용에 맞춰 전지 가격을 매길 것입니다.”.

독일의 다임러는 두 가지 전략을 모두 시도했다.

다임러는 2015년까지 자회사를 통해 리튬이온 전지를 자체 제작했다. 그러나 다임러의 올라 칼레니우스 CEO는 대량 생산을 위한 규모 확장에 필요한 자본은 다른 곳에서 쓰는 것이 더 낫다고 말했다.

다임러는 지난해 투자한 중국 배터리 업체 CATL과 간쑤성(甘肅省) 간저우(甘州)에 있는 파라시스 에너지(Farasis Energy) 등 아시아 업체와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다임러는 이들과의 구매 계약에 약 236억 달러(27조원)를 지출하고 있지만 배터리 연구는 사내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대신 우리는 우리가 가장 잘 하는 자동차 생산에 자본을 투입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