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이코노믹 리뷰 박재성 기자

[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수도권 리모델링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재건축·재개발 규제가 강화하면서 비교적 규제가 덜한 리모델링 시장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는 것이다. 그간 사업성을 이유로 등한시된  리모델링 업계는 소수 업체가 주도해왔지만, 최근 대형 건설사들이 속속 리모델링 수주전에 뛰어드는 모양새다.

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은 최근 서울 양천구 목동3차우성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에 출사표를 던졌다. 리모델링 사업은 입찰이 유찰되거나 수의계약 형태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에는 경쟁입찰 구도가 형성된 것이다. 목동우성2차는 총 18층, 1140규모의 중층 단지로 이번 사업을 통해 지하4층~지상21층, 121가구의 새 아파트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앞서 롯데건설은 지난달 12일에도 2728억원 규모의 용산구 이촌현대아파트 653가구를 750가구로 증축하는 리모델링 사업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난해 서초구 잠원동 롯데캐슬갤럭시 1차 리모델링 사업 시공권을 확보해, 약 17년 만에 강남권 리모델링 시장에 뛰어든 이후 주요 지역의 리모델링 현장설명회에 속속 모습을 드러내는 중이다.

최근 수년간 리모델링 수주 실적이 없다시피 하던 HDC현대산업개발도 지난해부터 관심을 보여온 광진구 상록타워 리모델링사업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올해초 선정되면서 수주전에 뛰어들었다. 상록타워 리모델링은 수평 증축을 통해 200가구 규모의 단지를 229가구로 확장하는 사업이다.

서울 주요 지역에서 리모델링 사업이 탄력을 받는 가운데, 경기권에선 건설사들의 '맏형' 격인 현대건설도 리모델링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대건설은 최근 용인 수지구 풍덕천동 신정8단지 현대성우 리모델링 현장설명회에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간 리모델링 시장은 포스코건설과 쌍용건설 등 소수 업체가 독주하는 형태였다. 수익성이 재건축과 재개발보다 떨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반기 재건축 거주요건과과 정밀안전진단 등이 강화됐다. 이에 시공능력평가 순위 상위 10위권 내 대형건설사들도 일감을 찾아 수도권 리모델링 사업에 잇따라 참여하고 있다.

실제로 포스코건설은 일찍이 리모델링 사업에 뛰어들며 수주고를 올렸다. 지난해 도시정비사업에서 2조7050억원을 수주하며 업계 2위를 차지했는데, 수주액 가운데 28%(7782억원) 상당은 리모델링 사업에 해당할 만큼 비중이 높았다. 올해 포스코건설은 시공능력평가순위 5위를 탈환한 바 있다.

리모델링에 참여하는 조합도 증가하고 있다. 리모델링 사업은 아파트의 골조를 바탕으로 가구 수를 확대하거나 주차장 등 주거시설을 개선하는 사업으로, 허용 연한이 재건축(30년)의 절반 수준인 15년에 불과하고 공사기간이 짧다. 사업성이 낮아 비교적 주목을 덜 받았지만, 최근 리모델링에 참여하는 조합은 지난해말보다 10곳 추가된 45개 단지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건설사와 조합의 관심이 증가하는 가운데 리모델링 시장은 오는 2030년 30조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 발간한 '건축물 리모델링 시장의 전망과 정책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건축물 리모델링 시장은 올해 17조2000억원으로 성장했고, 연평균 5%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 중 주거용 리모델링 시장의 점유율은 5% 안팎에 불과하지만, 최근 아파트 비중이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박용선 건산연 연구원은 “주거용 신축 건축물이 증가하면 리모델링이 감소하고, 리모델링이 증가하면 신축이 감소하는 역(逆)의 관계가 약하게 있는 것으로 관찰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