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Shufti Pro

[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올해 국내 증시에서 신규 상장기업과 관련된 종목의 주가가 급등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저금리 기조로 갈 곳을 잃은 돈이 기업공개(IPO)에 몰리면서다. 실제 일부 종목들은 IPO가 기대되는 기업과 관련된 소식이 나온 직후 급등락하는 흐름을 반복 중이다. 이에 상장 효과가 반영되기도 전에 기대감만으로 투자하는 '묻지마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상장 기대감에 요동치는 관련주 주가

지난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닥에서 아주IB투자(028360)는 전 거래일 대비 350원(17.28%) 오른 2375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의료기기 제조기업 이노테라피(246960)도 전 거래일 대비 950원(7.82%) 오른 1만31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게임 개발사 넵튠(217270)도 550원(4%) 오른 1만4300원에 마감했다.

이들 기업은 모두 인기 게임 ‘배틀그라운드’의 제작사인 게임사 크래프톤의 지분을 보유하거나 투자한 곳들이다. 이노테라피는 크래프톤의 지분을 1억6300만원 규모를, 넵튠도 지분 1.07%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각각 알려졌다. 아주IB투자의 경우 투자 포트폴리오에 크래프톤을 담을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하반기 국내 증시에서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 등 공모주가 흥행에 성공한 바 있다. 내년 상장이 예상되는 크래프톤은 최근 비상장 주식시장에서 주당 170만원에 거래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된 종목들의 주가 변동폭도 확대되는 모양새다.

그러나 이 같은 'IPO 테마'로 상승한 종목들은 상승세를 롱런하지 못하고, 1~2거래일 만에 상승분을 반납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 출처=한국거래소

넷마블은 게임업계 대표적인 실적주임과 동시에 IPO 관련주다. 넷마블은 오는 10월 IPO 대어인 빅히트엔터테인먼트(빅히트) 지분 25.1%, 이달 상장한 카카오게임즈 지분 5.63%, 내년 상장이 예상되는 카카오뱅크 지분 3.94%를 보유 중이다. 

넷마블은 이날 전 거래일 대비 1000원(0.6%) 하락한 16만60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전날 빅히트 공모가가 밴드 최상단 직행 소식에 5거래일 만에 상승을 기록한 바 있다. 그러나 하루 만에 약세로 전환했다. 앞서 지난 3일에도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넷마블은 빅히트가 금융위원회에 코스피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는 소식으로 12.43% 급등했지만,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6거래일 연속 하락하면서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아울러 최근 카카오뱅크 지분을 보유한 다른 상장사들의 주가도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지분 4.93%를 보유한 한국금융지주는 지난 7일 주가가 19.13% 급등했으나, 이후 약세를 보이며 대부분의 상승분을 날렸다. 29일 기준 한국금융지주는 전일 대비 2500원(3.57%) 오른 7만2500원을 기록했다. 이는 10거래일 만에 상승이다.

카카오뱅크 지분 1.94%를 보유한 예스24 또한 주가가 지난 7일 상한가(30%)에 이어 15일에도 29.77% 상승했다. 카카오뱅크 상장 준비 등 IPO 이슈가 나온 시기다. 그러나 예스24는 15일부터 29일까지 10거래일 중 7거래일 하락을 나타냈다.

공모주 직접 투자 제한적…상장 관련 주식 간접투자 ↑

신규 IPO 기업과 관련된 상장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는 공모주에 대한 접근이 제한적이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SK바이오팜과 카카오게임즈는 일반투자자 청약에서 각각 323.02대 1, 1524.85대 1 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실제 청약증거금 1억원을 넣어도 받을 수 있는 주식 수는 SK바이오팜 12주, 카카오게임즈 5주에 불과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은 기존 상장된 수혜주에 투자를 하면서 이익을 바라는 심리가 반영됐으며, 관련 종목의 주가 급등락이 반복되는 현상으로 이어졌다.

증시 전문가들은 이 같은 공모주 열풍일수록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IBK투자증권 김은갑 연구원은 "한국금융지주의 경우 카카오뱅크가 상장하게 되면 지분가치가 늘어 큰 평가 차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아직 카카오뱅크 시장가치에 대한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최근 주가 급등은 상장 전 기대감으로 밸류에이션 변화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 출처=각사
내년 공모 예정주 관심 ↑…SK바이오사이언스·크래프톤·카카오뱅크 등 

이 같은 공모주 열풍은 내년 IPO에 대한 기대감도 키우고 있다. 먼저 지난 7월 NH투자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하며 IPO 절차를 밟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18년 7월 SK케미칼에서 분사한 백신 전문기업으로, 지난 3월부터 코로나19 합성항원 백신 개발을 위해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과 협력을 시작한 바 있다.

게임사 크래프톤은 최근 국내외 IB(투자은행)를 대상으로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보내며 IPO 준비를 알렸다. 이 회사는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4049억원으로 게임업계 빅3(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에 비견되고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종목들의 주가가 들썩이고 있으며, IPO와 관련된 추가 발표 때 급등이 예상된다.

카카오 계열사에서도 카카오뱅크뿐만 아니라 카카오페이도 IPO에 착수했다. 카카오페이는 모기업 카카오의 지분이 59% 수준이며, IPO 절차에 따라 지분가치가 모회사에 반영될 공산이 크다.

이외에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네이버가 합작한 토종 앱스토어 원스토어, 국내 주요 모바일 쇼핑앱 티몬 등이 IPO 행렬에 참여하며 열풍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다음 달 빅히트의 상장이 흥행에 성공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내년 공모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라며 “다만 신규 공모주들이 단기간에 상장 직후 상승분을 반납하는 등의 리스크를 고려할 때 이슈에만 의지하는 ‘묻지마 투자’는 지양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