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하늘공원에서 바라본 도심. 사진=이코노믹리뷰 박재성 기자

[이코노믹리뷰=이소현 기자] 국내 제조업 기업 10곳 중 7곳은 글로벌 가치사슬(GVC) 구조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인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GVC 재편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절반 가까운 기업들이 이를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국내 제조업체 300개사 대상 'GVC 재편 전망·대응실태'에 따르면 기업의 41.7%는 GVC 변화를 체감하고 있고 27.3%는 변화를 예상한다고 밝혔다.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다고 답한 비중은 31.0%에 불과했다.

GVC 재편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응답기업의 72.0%가 '코로나19 확산'을 꼽았다. 이어 중국 제조업 고도화(16.9%), 미중 무역분쟁(7.7%), 4차 산업혁명 가속화(1.9%) 등이 뒤를 이었다. 대한상의는 "GVC에 점진적 변화가 있다가 올해 코로나19의 전 세계적 확산으로 재편이 가속화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응답기업 10곳 중 4곳(40.8%)은 GVC가 재편되면 부정적 영향이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응답이 52.7%를 기록해 비교적 양호한 수치를 보였지만, 긍정적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답한 비중은 6.5%에 불과했다.

GVC를 재편하는 요인에 대한 위기감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재편요인을 5점 척도로 평가한 결과에선 중국 제조업 고도화(2.1점)와 코로나19 등 감염병(2.2점), 미중 무역분쟁(2.7점), 일본 수출규제(2.8점) 등으로 낮은 점수를 나타냈다. 다만 4차 산업혁명 가속화(3.1점)는 긍정 요인으로 꼽혔다.

GVC가 재편되면 전방·후방 참여도가 모두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기업들의 41.1%는 해외에 중간재를 판매하는 전방참여도가 축소할 것이라고 응답해 확대 전망(18.1%)의 두배 이상을 기록했다. 후방 참여 또한 축소 전망이 확대 전망(10.4%)보다 3배 남짓 높은 34.7%로 나타났다.

아울러 기업의 41.0%는 GVC 재편에 대응하고 있지 않다고 응답한 것으로 타나났다. '대응 중'(25.0%) 또는 '계획중'(34.0%)이라고 응답한 경우는 59%를 기록했다. 구체적인 대응방안으론 '조달·판매처 다각화'(44.0%), '기술경쟁력 강화'(19.0%), '포트폴리오 확대 등 사업전환'(15.8%) 순으로 비중이 높았다.

또한 '4차 산업혁명 등 패러다임 전환' 관련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한 기업도 44.0%에 달했다. 적극 대응중이라는 응답 비중은 14.7%에 불과했다.

한편, 대부분의 기업들은 GVC가 재편돼도 중국과의 거래가 줄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중국과의 거래전략을 축소하겠다는 응답은 6%을 기록한 반면, 유지하거나 확대한다는 응답이 84.3%에 달했다.

강석구 대한상의 산업정책팀장은 "중국의 신보호무역주의가 부상하는 가운데 일본의 수출규제, 코로나19 등으로 우리 기업들이 구축해온 GVC가 위협받고 있다"며 "GVC 재편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며 국내 산업 생태계를 튼튼하게 구축하려면 R&D 혁신, 디지털 기반 강화, 기업간 및 대·중소 연대협력 등을 더욱 밀도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