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노성인 기자] 개인투자자들이 펀드를 환매하고 직접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실제 국내 주식형 펀드 설정액은 올해 들어 15조원이 빠져나갔다. 공모주 펀드의 성장주 종목 대비 저조한 수익률과 연이은 사모펀드 환매중단 사태로 자산운용업계에 대한 불신으로 이후에도 개인투자자들의 ‘펀드런’은 계속될 전망이다.

국내 주식형 펀드 이달 2조700억 감소

24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국내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51조8932억원으로 이달 들어 2조7000억원이 줄었다. 연초와 비교하면 15조4304억원이 감소했다. 국내 혼합형펀드(-9600억원)와 국내 채권형펀드(-1조3502억원)도 마찬가지로 감소세를 나타냈다.

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개인투자자들 일명 동학개미들이 펀드를 환매하고 직접 투자에 나서는 ‘손바뀜’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간접 투자하던 개인이 직접 투자하기 위한 돈을 찾으니, 기관은 환매해 줄 돈을 주려면 갖고 있던 주식을 팔 수밖에 없다. 이에 팔리는 주식 가격은 내리고, 펀드 수익률이 또 낮아져 개인이 펀드를 외면하는 악순환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3일까지 기관은 코스피 시장에서 4조3425억 원을 순매도했다. 기관은 지난 3월을 제외하고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도를 유지하고 있다. 주가가 폭락했던 3월에는 1166억 원을 순매수했다. 다만 이후 주가가 회복세를 보인 4월(-137억원)부터 ‘팔자’로 돌아선 뒤 5월(-1881억원), 6월(-2조7108억 원), 7월(-3조637억원), 8월(-3조5640억)으로 3개월간 10조원 이상을 팔아치웠다.

반면, 개인은 이달 들어 4조8348억원 순매수를 나타냈다. 지난 3개월 동안 13조 이상을 사들였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올해 들어 개인투자들이 펀드 자금을 빼서 해당 펀드 구성 종목에 직접 투자를 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 자료=한국거래소, 9월은 23일까지 기준
답답한 펀드 수익률…개인 "직접 산다"

기관의 순매도 상위 종목과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과 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9월 코스피 내 기관의 순매도 상위 종목들은 삼성전자(6584억원), 카카오(881억원), LG화학(772억원), 현대로템(759억원), LG전자(631억원), 셀트리온(611억원), 네이버(605억원) 순이다. 

같은 기간 개인은 카카오(1조253억), 네이버(1조481억), SK하이닉스(9407억원), LG화학(7696억원), 현대차(6985억원), SK바이오팜(6963억원), 삼성전자우(6000억원) 등을 사들이면서, 절반 정도가 일치했다.

이 같은 현상은 펀드의 수익률이 기대치보다 낮았던 것의 영향을 풀이된다. 금융 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국내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은 10.74%다. 같은 기간 카카오가 137%, 네이버가 56% 급등한 것을 감안하면, 지난 3월 이후 성장주의 주가 급등을 본 개인으로서는 펀드에 묶여있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난해부터 이어진 라임, 옵티머스 등 사모펀드에서 잇따라 환매 중단을 발표하면서 펀드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것도 영향을 준 것으로 추정된다. 더불어 이달 초에는 키움투자산운용의 해외재간접 공모 펀드에서 환매 중단 조치가 발표되면서 전체 펀드런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수수료에 대한 부담도 일부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최근 펀드 환매해 직접 투자에 나선 한 개인투자자는 "BBIG(배터리 바이오 인터넷 게임) 종목, 미국 주식에 투자해 그동안 가지고 있던 펀드 수익률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뒀다"라며 "수익률 대비 수수료도 부담스러워 환매했다"라고 말했다.

자산운용사와 판매사는 수수료로 납입 금액의 1~2%를 매년 떼어간다. 수익률이 어떠하든지 금융회사는 돈을 번다는 것이다. 이에 1% 미만 수익률을 거둔 펀드의 실질 수익률은 마이너스(-)를 기록할 수도 있다.

SK증권 최석원 리서치센터장은 "기관들 입장에선 펀드 환매로 돈이 빠지니까 공격적으로 팔 수밖에 없다"라며 "공격적인 운용사들의 매도가 다음 달 초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내다봤다.

다만 최근의 기관 매도세에 대해 선물을 사고 현물을 파는 매도 차익거래에 따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관은 지난 17일부터 23일까지 1만3917계약을 사 모으면서 외국인 매도 물량 1만1630계약을 대부분 소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NH투자증권 노동길 연구원은 "기관 중에서 금융투자가 선물을 사고 현물을 매도하는 차익 거래를 하면서 (순매도) 가능성이 있다"라며 "금융 투자를 제외하고 투신의 경우 펀드 환매나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 선물 매도 수요에 따라 매도했을 수도 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