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의점에 진열된 수제맥주 제품. 출처=BGF리테일

[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양극화되고 있다. 올해부터 출고량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종량세가 실시되면서 시장 활성화를 기대했던 것도 잠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직격탄을 맞으면서 기업 규모에 따라 시장 양극화가 커지는 모습이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 수제맥주 시장은 지난해 800억원대 규모를 형성하며, 연평균 37% 성장했다. 특히 지난해 여름 시작된 일본 제품 불매운동 영향으로 반사이익을 크게 봤다. 편의점과 마트에서 일본 수입맥주가 빠지고 수제 맥주 브랜드들이 많이 입점되기 시작하면서 국내 수제 맥주 브랜드에게는 도약의 기회가 됐다. 

실제 CU에 따르면 최근 편의점 주 이용고객인 20~30대에서 수제맥주 인기가 크게 증가했다. 일본맥주 매출이 폭락한 지난해 하반기는 전년 대비 매출이 241.5% 크게 상승했고, 올해 1~5월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로 홈술족들이 늘어나며 355.6%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게다가 올해 초부터 주세법이 바뀌며 종량세가 시행돼 세금 부담까지 낮아졌다. 종량세는 생산량에 세금을 매기는 방식으로, 지난해까지는 맥주 가격에 세금을 매기는 종가세를 운영했다. 이에 고가 재료를 쓰는 수제맥주로서는 부담이 됐다. 그러나 올해부터 종량세 시행으로 가격이 아닌 용량에 세금을 세기면서 세금 부담이 낮아져 기업들이 좋은 재료를 쓰거나 다양한 양조법에 도전하는 등 추가 투자가 가능해졌다.

일부 국내 벤처기업들이 수제 맥주 회사에 연이어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최근 카브루, 제주맥주, 더쎄를라잇브루잉 등 수제맥주 기업들은 벤처캐피탈에서 투자를 받았다. 카브루는 지난해 시리즈A 투자 유치에 이어 최근 6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며 총 90억원의 누적 투자금액을 달성해 생산시설 확대를 위한 신규 브루어리 착공에 나선다.

제주맥주도 본격적인 상장 추진에 앞서 최근 벤처캐피탈들을 대상으로 140억원 규모 상장 전 지분투 유치를 진행했다. 더쎄를라잇브루잉도 최근 시리즈A 투자를 완료하고, 연말까지 60억원을 추가로 조달해 제2공장 설립과 프랜차이즈 본사를 구축 및 전국 대형 체인점에 맥주를 유통한다는 계획이다.

문 닫는 양조장...해답은 수제맥주 '온라인 판매'

그러나 수혜를 보는 업체는 극히 드물다는 게 업계 시선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주류시장의 가장 큰 수혜자는 동네 편의점에 납품이 가능한 기업뿐이기 때문이다. 현재 대량생산이 가능한 국내의 약 10% 수제맥주 브랜드만이 편의점이나 대형마트 등 판매채널을 갖고 있다. 수제 맥주를 캔 형태로 만들어 편의점과 마트에 납품할 수 있는 시설의 규모를 갖춘 곳은 소규모에 해당한다.

현재 150여 곳이 넘는 수제 맥주 양조장 중에 제대로 캔 시설을 가지고 있는 제조업체는 불과 4~5곳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 90% 수제맥주 브랜드는 자사가 운영하는 매장이나 몇몇 음식점에만 상품을 공급하는 형태다. 소규모 양조장들이 주문자생산(OEM) 방식으로 규모가 큰 공장에 위탁해 캔맥주를 만들어 편의점 등에 납품한다고 해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든 현실이다. 우선 대기업 수제맥주 브랜드에 밀리고 여전히 4캔에 1만원에 판매중인 수입맥주에 두 번 밀리기 때문에 이익을 남기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결국 나머지 수제 맥주 업체들은 편의점 진출은 꿈도 못 꾸는 것은 물론, 파산 직전인 양조장이 대다수 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로 수제 맥주의 성지라고 불리는 이태원, 경리단길 등의 상권이 죽고있기 때문이다. 한국수제맥주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매출은 전년대비 최소 50% 이상 최대 90% 까지 빠진 곳도 허다하다.

현재 수도권이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다시 돌아서면서 상황이 나아지긴 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 2.5단계를 실시했던 당시에는 매출이 아예 제로가 되면서 거래처가 거래를 중간하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업계는 결국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살아남기 위해선 ‘온라인 판매’가 답이라고 입을 모은다. 현재는 전통주만 온라인 판매가 가능하다. 수제맥주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온라인 판매가 활성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정부는 온라인 판매를 금지하는 대신 ‘스마크 오더’를 대안으로 내놓은 상태다. ‘스마트 오더’는 모바일을 통해 주문·결제한 상품을 고객이 매장에서 직접 수령하는 방식의 서비스를 말한다. 이전까지 편의점에서 구매할 수 없었던 제품을 가까운 편의점으로 배송 받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하지만, 아직 서울 지역에만 한정된다는 제약이 존재한다.

한국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최근 주세법이 개정되면서 단기간에 온라인 판매까지 허용되는 것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양극화를 줄이고 장기적으로 볼 때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선 전통주 판매와 마찬가지로 수제맥주 또한 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