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1인용 에어스타(호버보드)를 타며 공중전을 펼치고 캡슐 알약을 통해 식사를 대체한다. 하늘에는 자동차가 날아다니고 태양계를 넘어선 우주 탐사에도 나선다. 1989년 방영된 국산 SF애니메이션 ‘2020 원더키디’의 장면들이다. 당시 탄탄한 스토리와 독특한 세계관으로 마니아층을 형성하며 인기를 얻은 바 있다. 

그로부터 약 40년이 지나 진짜 2020년이 도래했다. 하지만 과거 상상하던 2020년과 현재는 전혀 다르다. 여전히 음식을 요리하는 등 식사를 통해 영양분을 섭취하고 있으며 달 이외에 인류가 가본 행성은 전무하다. 코로나19라는 복병마저 등장해 많은 사람들이 힘들어하고 있다. 그러나 상상이 현실이 되고 있는 것들도 있다. 바로 하늘을 나는 자동차로 대표되는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다. 

 

인천공항서 여의도까지 20분… 미래 교통수단 UAM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Urban Air Mobility)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뜨겁다. UAM은 하늘을 나는 기체를 통해 새롭게 만들어질 운송 생태계를 말한다. 플라잉카(Flying Car), 개인비행체(PAV·Personal Air Vehicle), 수직 이착륙기(VTOL) 등은 물론 이들 이동수단과 관련한 사업 모두가 UAM에 해당한다고 보면 된다. 

UAM는 도시 집중화로 인한 교통난은 물론 이로 인한 에너지 낭비와 환경오염, 소음 발생 등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소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도시권에 대한 인구 집중도가 심화되는 가운데 도로나 철도 등 지상교통의 확장만으로 혼잡을 해소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 도로 위는 이미 자동차 등으로 가득하나 하늘길은 비행기를 제외하면 거의 활용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들어 UAM이 주목을 받게 된 배경에는 기술의 발달이 자리한다. 초기 플라잉카나 개인용 비행기들은 내연기관 엔진을 사용해 공해를 유발하고 소음이 크며 이륙하기 위해서는 활주로나 별도의 공간이 필요하다는 단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2000년대 드론과 항공기술의 발전으로 UAM은 새로운 전환기를 맞게 된다. 

드론의 수직 이착륙 기술인 VTOL(Vertical Take-Off and Landing)기능과 제어·항법 등의 기술 발달로 공간이 협소한 도심에서도 별도의 활주로 없이 수직으로 기체를 띄울 수 있게 된 것이다. 여기에 전기로 구동되는 전력구동 기술과 배터리 기술을 결합해 좁은 도심에서도 효율적으로 활용 가능한 전기동력 분산 수직이착륙기(eVTOL)가 개발되면서 UAM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다. 전기로 동력을 얻는 만큼 소음이 작으며 배출가스도 없어 친환경 도심형 항공 교통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UAM가 상용화 될 경우 도시권 중장거리(30~50km)를 20여분만에 이동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초기 비용은 1km당 3~4달러 수준, 자율비행 실현시 0.6달러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으로 치면 인천공항에서 여의도(40km)까지 20분 만에 주파가 가능해진다는 말이다. 통상 승용차로는 1시간 가량 걸리는 거리다. 비용은 초기에는 11만원으로 모범택시보다 비쌀 것으로 전망되나 자율비행이 실행될 경우 2만원 수준으로 일반 택시보다 저렴해질 전망이다. 

UAM 시장은 향후 20년 동안 폭발적인 성장이 예상된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오는 2040년까지 UAM을 비롯한 자율비행 모빌리티 시장의 규모가 1조5000억달러(한화 약 1750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포르쉐 컨설팅 또한 오는 2025년부터 UAM 시장이 빠르게 성장해 2035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약 1만6000대에 달하는 시장 수요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우버의 에어택시 이미지. 출처=우버 홈페이지 갈무리

車·항공·IT업계까지… eVTOL 시장 경쟁 치열

시장 잠재력이 큰 만큼 차세대 모빌리티 시장 선점을 위한 각축전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스타트업은 물론이고 항공기술을 선점한 항공업계와 대규모 양산이 가능한 자동차 업계까지 현재 세계 200여개 업체들이 PAV 제작과 UAM 사업에 뛰어든 상황이다. eVTOL만 놓고 보면 지난해 12월 기준 전 세계에서 114개의 업체가 133개의 eVTOL 모델을 개발 중이다. 인텔이나 텐센트 등 IT 기업들도 PAV 개발 업체들에 대한 투자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의 차량공유 플랫폼 우버는 2016년 UAM 전담 자회사 우버 엘리베이트(Uber Elevate)를 설립한 후 기체개발, 금융, 건설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들과 협력관계를 맺으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우버는 직접 PAV를 제조하지는 않는다. 대신 운행 노선을 관리하면서 시민들이 서비스를 합리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과 플랫폼을 구축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우버에어 개발 초기 우버의 파트너사는 오로라플라이트사이언스(보잉), 엠브라에르X, 벨 헬리콥터, 피피스트렐, 카렘에어크래프트 등 5개사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난해 조비에비에이션과 존트에어모빌리티가 합류했다. 이어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2020에서는 완성차 업체 최초로 현대차와 함께 개인용 비행체 콘셉트 모델 S-A1을 선보이기도 했다. 

우버는 2021년 호주 멜버른에서 플라잉카를 이용한 항공택시 시범 서비스를 시작하고 2023년부터는 항공택시 서비스 우버에어를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우버에어는 기존 우버엑스와 같은 지상의 차량호출서비스 등과 결합해 상당한 시너지를 발휘할 전망이다. 우버는 하나의 통합된 플랫폼을 구축해 지상과 공중을 모두 포함한 최적의 경로를 탐색하고 최적의 방식과 비용으로 다양한 이동수단을 연계, 이용자에게 제시하는 복합 항공 승차공유(Mulimodal Aerial Ridesharing) 비전을 구상하고 있다. 

지난 CES 2020 현장에서 <이코노믹리뷰>와 만난 에릭 앨리슨(Eric Allison) 우버 엘리베이트 총괄은 “일반적인 헬기의 경우 유지비용도 크고 안전에 대한 우려도 있지만 우버는 이 문제를 다각적으로 해결하는데 성공했다”면서 “당장 설계의 경우 소음도 줄이고 안전하게 운항할 수 있는 기술로 무장했고, 이를 바탕으로 우버 플랫폼 내부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다른 제조사들과의 협업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서 “더 많은 제조사들과 함께하며 도심항공의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할 것"이라 말했다.

 

한편 기업 뿐 아니라 각국 정부도 나서 UAM 개발을 장려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05년 차세대교통시스템연구소를 설립하고 고속도로인증 면제, 시험 필요 요건 완화 등의 제도적 지원에 나섰다. 유럽도 기체 기술기준에 관한 기준을 마련함과 동시에 기술 개발 등에 620만달러(약 73억원)를 투자한 상태다.

정부 또한 지난 6월 4일 UAM 2025년 실용화를 목표로 법제도 정비 등 실증 및 시범사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내용의 ‘한국형 도심항공교통(K-UAM)로드맵’을 발표했다. 후속조치로 같은 달 24일에는 ‘UAM 팀 코리아’를 발족하고 참여기관 간 업무협약(MOU)도 체결했다. 현대차와 한화시스템,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 등 관련 대기업은 물론이고 도심항공교통 분야 40여개 산·학·연·관이 참여해 UAM 국내 상용화에 힘을 모은다는 방침이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UAM은 시간이 흐를 수록 기존 모빌리티 환경에 통합돼 가면서 점점 더 저렴한 비용으로 더 많은 승객들에게 효율적이고 안전한 경험을 선사해줄 것”이라며 “세계 주요 대도시 지역에서는 물론 도로나 철도 같은 대규모 인프라 건설 부담에서 자유로워진다는 장점으로 인해 개발도상국에서도 UAM 서비스가 확산될 전망”이라고 전했다.